[편집자주] 18대 대선에서 빅2로 불리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공약(公約)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행이 불가능한 공약(空約)을 정리해 보았다. 정치, 외교안보, 경제민주화, 가계부채, 교육, 의료, 노동 분야를 중심으로 두 후보 진영의 공약을 검토했다.
이명박 정부는 그 동안 강력한 안보, 국격향상, 실리외교를 통해 성과를 올렸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이러한 주장은 모두 허구에 가깝다. 이들의 ‘강력한 안보’는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으로 일순간에 허물어졌고,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연달아 개최해 국격이 높아졌다고 했지만 달라진 위상을 체감케 하는 객관적 지표는 찾기 어렵다. 자원외교 역시 ‘쿠르드 유전개발’과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의 예에서 보듯이 실패한 사업이 훨씬 많아서 성공한 사업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외교의 실패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에 올인하여 냉전시대와 같은 진영외교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도 현실적인 한계를 내세우며 미국에 끌려 다니는 외교정책을 펼침으로서 노동자 민중들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차기 정부에서의 외교안보·대북정책도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구체성이 부족한 외교안보 정책
현재 박근혜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신뢰받는 외교’는 국익, 국력, 국민적 자긍심을 강조하는 국가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동아시아 평화를 얘기하고 유라시아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역시 핵심은 한미동맹이다. 문재인 후보 역시 한미동맹의 공고화와 한·중 경제협력 강화를 추구하는 조화로운 균형외교를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이 매우 부족하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글로벌 외교는 경쟁력강화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외교정책에 불과한 것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정책은 다른 정책보다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현실가능성이 어렵다. 그것은 정책의 대상이 타 국가이지만 그 효과는 자국민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책이 다소 추상적인 부분도 있지만, 때로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해야 되는 정책이 있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정책이 있다. 그것은 국제사회가 아무리 약육강식과 무정부사회라고 해도 모든 국가는 상호호혜와 협력의 사회로 만들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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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1> 박근혜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공약 | | |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대부분이 구체성이 부족한 수사적 언어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몇 개의 공약은 나름대로의 구상을 갖고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이들 공약의 공통점은 기존의 공약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기존의 공약을 반복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가능성이 부족해 보인다.
그나마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되어 있는 TSR·TCR/TKR연결,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개척, 가스관·송전망 등 통합 에너지망 구축 등 3개 정책은 주변 국가들인 중국, 러시아, 북한 그리고 미국과 일본 등의 상호 이해와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들 정책은 그 동안 북한의 핵문제나 북한의 개방 문제가 선결과제가 되는 바람에 실패했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 현실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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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2> 문재인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공약 | | |
문재인 후보의 외교안보정책은 구체성이 보이지 않는 매우 추상성이 높은 공약에 불과하다. 정책의 성격상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구체성이 필요한 정책에서의 동일한 행태는 준비부족으로 읽힌다. 문후보의 주요 키워드는 ‘신뢰, 능동, 국민’인데, 이들 키워드는 신자유주의 언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비춰볼 때 정책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실인식이 부족한 대북정책
두 후보가 구체적으로 공약을 내세운 분야가 대북정책이다. 그것은 양측 모두 남북관계가 한국사회에 규정하는 힘이 매우 크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먼저 남북간의 신뢰구축과 국민적 합의에 바탕 한 대북 정책 그리고 한반도 평화 구축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안보의 측면에서는 국방태세의 선진화 그리고 NLL 등 북한과 충돌을 빚고 있는 지역에 대한 확고한 사수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공통점 두 후보 모두가 현재의 대북정책 혹은 남북관계가 개선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식하는 바탕에서 정책이 제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차기 정권에서의 대북정책이 지금보다는 보다 더 유연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관계의 단절을 극복하고, 개선의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것을 예상케 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구체적인 정책을 보면 먼저 서울·평양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는 정치공학적 수준에 불과하다. 보수 세력에 의해 ‘좌빨’로 낙인찍힌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도 추진하지 못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가 어떻게 가능한지 납득이 안 된다. 이 정책과 연동해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겠다는 구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데,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 두 가지 정책을 분리해서 추진한다는 것은 아무리 유연한 박후보라고 해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남북러, 남북중 3각 협력 추진도 이해가 안 된다. 일방적인 한미관계나 한미동맹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북, 중, 러와의 관계를 모색한다는 것은 반드시 전제가 필요한 대목이다. 즉, 한미동맹을 해체하거나 이완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는 것은 불가하며, 또한 앞의 TSR·TCR/TKR연결, 가스관·송전망 등 통합 에너지망 구축 정책과 연동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대북정책 중 눈에 띄는 구체적인 정책은 경제특구 확대 정책이다. 이 정책의 주된 내용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추진, 금강산관광특구의 원산지역으로의 확대와 설악산지역과의 관광특구 협력, 개성공단과 파주공단의 협력, 제2의 개성공단 조성 등이다. 이들 중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문제는 NLL 문제 해결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데, 국경선도 아닌 NLL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나 지원을 북측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는 국내정세 및 국제정세에 의해서 규정을 받기 때문에 가변적이다.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못하고 금강산관광 특구의 확대 문제나 제2의 개성공단 추진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고 국내 이념적 갈등과 대립을 고려하면 실현가능성이 낮다. 만약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된다면 여소야대 국회가 될 텐데, 이러한 조건 하에서 대북정책 추진은 제한적이다. 남북정상회담도 다른 조건을 달지 않고 임기 초 개최를 약속했는데, 차기 정권은 누가 담당해도 임기 초에는 민생문제에 역점을 둬야 하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은 내부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그래서 임기 초 남북정상회담도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DMZ에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건설한다는 구상은 어이상실, 개념상실이다.
한편, 문 후보는 제주해군기지건설에 대해서도 입장을 번복해서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사업내용을 재검토하겠다면서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을 통과시킨 것은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의지의 상징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미중간 갈등에 한국이 연루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동북아시아의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불안요인을 제거하는 방법은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유지를 위한 동맹 전략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마치 미군이 한국 주둔에 연연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지만,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미국은 신속한 기동을 위해 기지를 필요로 한다. 한국처럼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은 오히려 한국에 장기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하려 하기 때문에, 이런 계획을 무산시켜야 할 것이다. 이라크 공격 당시 반전 여론으로 터키 기지를 이용하지 못한 사례가 보여주듯이 이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통령 후보들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국제사회는 약육강식의 사회이고 적과 동지의 구별이 없다. 그래서 외교정책이 중요한데, 외교정책은 한 국가의 생존이 달려있는 문제이고, 한 국가의 생존 문제는 그 국가 구성원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한 국가와의 관계만을 중요시해서는 안 된다. 체제나 이념과 상관없이 주변 국가들과 상호 호혜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교 전략의 다변화와 국제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한미관계를 대등하고 공정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소파 행정협정을 비롯하여 불평등한 조약이나 협정을 개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주한미군과 해외파병 평화유지군을 철수하여 동북아뿐만 아니라 국제 분쟁지역에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아시아 주변 국가들인 중국, 일본, 북한, 러시아, 대만 등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이에 자주국방의 실현은 주변 국가들과의 군비경쟁을 앞당긴다는 사실을 올바르게 인식하여 군비축소에 앞장서야 한다. 그럼으로써 주변 국가들도 군비축소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이 동아시아 평화의 첩경이다.
그리고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제3세계 국가들에게 인도적 지원 및 공적 원조를 늘려서 이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확보하고 이를 기초로 이들과의 우호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자원외교를 빙자하여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을 개발하거나 약탈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들과의 교류협력은 중요하지만 그들 지역을 개발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존권을 박탈해서는 안 된다. 세계 모든 지역의 문제는 자신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통령 후보들은 ‘내가 당선되면 ~을 해결하겠다’라고 지속으로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낙선되면 안하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선거 이후를 이야기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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