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12) 다시 겨울이 왔다 - 전 태일

11월의 하루 쯤은 모두들 전태일 그이의 이름을 가슴속에 떠올려 보기를...
뉴스일자: 2012년11월09일 18시12분

다시 겨울이 왔다
-전 태일

 
 
다시 겨울이 왔다
다시 내리는 눈을 맞는 밤이 왔다
멀리 희미하게 불빛이 보이고
멀리 흩어지는 교회당 종소리에
파랗게 언 새벽이 왔다
밖으로 나가기엔 아직
남아있는 일들이 너무 많아 아이들은
자주 피가 섞인 기침을 하고
바늘에 찔린 작은 손으로
자주 충혈 된 눈을 비볐다
굴려야 할 덩이들이 너무 많은 아이들은
자주 배가 고파 손에든 타이밍을 집어먹고
다시 겨울이 왔다
집으로 가는 하얀 눈송이를 아이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쌓인 눈길 위로 평화시장은 자꾸 미끄러지고
다시 겨울이 왔다
곱은 손을 호호 불며 아이들은
검고 검은 눈동자에 매달린 먼지들을 힘겹게 털어내고
다시 겨울이 왔다
다시 내리는 슬픔을 뒤집어 쓴
파랗게 언 새벽이 울고 있다
 
 
** 전태일, 그의 이름을 부르면 그의 이름과 함께 터져 나오는 슬픔들이 온 세상을 적시는 것 같다. 눈물과 슬픔으로 이루어진 그의 이름과 그의 시대가 한참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그 슬픈 눈물은 마르지 않고 흘러넘치고 있다. 춥고 추웠던 시대의 겨울을 온 몸을 태워가며 밝히려 했던 그이의 말들은 지난한 저항과 투쟁의 밑불이 되고 마침내 노동의 한 정신이 되었다. 부딪히고 깨지면서 빛나던 투쟁과 투쟁 속에서 단련된 과학의 힘을 노동은 가지게 되었으나 이 모든 것의 처음이자 마지막은 결국 전태일 그의 이름으로부터 그의 지극한 헌신으로부터 나온것이리라. 생의 대부분을 가난하게 살았으며 생의 전부를 바쳐 가난한 노동자와 함께 살고자 했던 그이의 염원은 그러나 끝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11월이 왔다. 그가 떠난 11월의 하늘 위로 또 다시 전국의 노동자들이 깃발을 들고 저마다의 절박한 요구를 들고 서울로 서울로 모여들 것이다. 11월의 하루 쯤은 모두들 전태일 그이의 이름을 가슴속에 떠올려 보기를 당부드린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대구 성서공단에서 다시 용접일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삶인 노동의 노래를 뉴스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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