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벌어지는 의자놀이...“강사법 폐지하라”

12일 영남대 강사법 저지 문화제 열어
뉴스일자: 2012년09월13일 10시50분

“학생들요. 솔직히 비정규직교수 그러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 많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강의 1/3을 담당하는 시간강사 선생님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모릅니다. 마치 좋은 프리랜서 마냥 알고 있는 사람도 꽤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달라지고 있습니다. 교육은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수업과 강의를 찍어낼 순 없습니다. 원가절감을 한다고 시간강사 선생님을 비정규직으로 만들면 학생들 강의 질도 떨어진다는 것도 알 것입니다. 자기만 알고 취업준비와 스펙쌓기에만 몰두하는 것 같은 학생들도 주변환경이 돌아볼 여지가 없어서 그런 것이기에, 알면 달라집니다”

12일 오후 5시 해질녘 영남대 정문 앞에 옹기종기 모인 이들. 강사법 저지 문화제 중 4학년 안상렬(가명, 물리학과) 씨의 이야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8월 31일 ‘시간강사법’이 포함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교과부는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함이라 시간강사법의 취지를 밝혔으나, 당사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는 시간강사법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커녕 시간강사 1만 명을 대량해고 상태에 빠뜨린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한교조는 입법 시행 전까지 강사법 폐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영남대를 시작으로 대구대, 경북대에서 릴레이 강사법 저지 문화제를 열고 대학 구성원과 함께 ‘강사법’의 문제점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영남대에서 열린 문화제에 참석한 시간강사, 학생들은 그동안 교실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음대 학생이 강사법 저지 문화제에서 색소폰 공연을 하고 있다.

김임미 한교조 영남대분회장은 “영남대는 그 어느 학교보다 시간강사 처우 개선 문제를 외면하고 무시해왔다”면서도 “하지만 학생들과 함께 대학의 문제를 공감하고 나눌 수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임순광 한교조 위원장은 “시간강사 문제는 대학자본을 위해 박정희 정권시절 만들어진 잘못된 제도가 시작”이라며 “구성원들이 함께 비정규직 없는 대학을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한교조는 현재 교과부와 각 대학에서 강사법 폐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12일 대구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장에서는 후보 모두에게 강사법 폐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임순광 위원장은 “교과부의 악법에 민주당이 야합하는 바람에 만들어진 법”이라며 “모든 대선 후보들에게 강사법 폐지를 촉구하고 압박하는 싸움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교조는 대구대분회가 19일, 경북대분회가 26일 각 학교에서 강사법 저지 문화제를 진행한다.

[편집자주]학내 비정규직 문제에는 학내 구성원 모두의 연대가 큰 힘이 된다. 그중에서도 학내 구성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학생들의 연대는 그 무엇보다도 크다. 여기 학내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적으로 연대하고자 하는 학생, 안상렬 씨가 12일 영남대에서 열린 강사법 저지 문화제에서 한 발언 전문을 싣는다. 학생들이 왜 학내 비정규직 문제에 연대해야 하는지를 금 씨는 “학내에서 가장 약자부터 깨부수고 있다. 그 다음은 누구차례일지 너무나 쉬운 예측”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영남대 4학년 안상렬 씨

요즘 베스트셀러 중에 공지영의 <의자놀이>라는 책을 읽은 분들은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 알고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쌍용차해고 문제는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느끼셨을 겁니다. 지금 이 대학에서도 그 잔인한 의자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 시행될 예정인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시간강사법) 때문입니다. 시간강사법은 법정교원을 주당 9시간 이상 일하는 자로 규정하고, 강사까지 교원확보율에 포함시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시간강사 선생님은 평균 4.5시간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산술적으로 이야기하면 절반의 시간강사가 다른 강사에게 강의를 내줘야합니다. 주당 9시간짜리! 말만 법정교원이지 처우는 별로 달라지지 않는 이 자리를 놓고 의자에 앉으면 살고, 앉지 못 하면 해고되어야 하는 이 잔인하고 비열한 의자놀이를 누가 만들고 있습니까? 이게 진정 시간강사 선생님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인지 학생인 저로서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이해해보려고 노력한다면, 정규직 안 뽑고 비정규직 뽑아서 비용절감하려는 대학을 위해 교육부가 발 벗고 나선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이 문제의 본질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대학을 돈벌이로 만들려는 자본과 권력이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의 가치와 노동은 무시되고, 노동에 대한 임금은 오로지 비용으로만 계산하고, 줄이고 또 줄이려고 하는 이 자본주의가 저는 너무 무섭습니다.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자본과 권력은 어떻게 응답했습니가?

작년이지요. 우리학교 비정규직 청소아주머니들이 해고 됐고, 영남대의료원에서는 악날한 노조탄압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에 이르러서 이렇게 비정규직 강사 선생님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누구 차례입니까? 학내에서 이렇게 가장 약자부터 깨부수고 있는데, 그 다음은 누구차례일지 너무나 쉬운 예측 아닙니까? 나만 살자고 나만 피한다고 될 문제는 절대로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연대하고 있습니까? 정의롭지 못한 일에 얼마나 분노하고 활동하고 있습니까? 길에 지나가는 개, 고양이도 학대당하면 우리 마음이 아프고 미안한데, 故 서정민 비정규직교수가 목숨을 잃어도 우리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마저 남겨둘 공간 없이 살고 있진 않는지 돌이켜 봤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요. 솔직히 비정규직교수 그러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 많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강의 1/3을 담당하는 시간강사 선생님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모릅니다. 마치 좋은 프리랜서 마냥 알고 있는 사람도 꽤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달라지고 있습니다. 교육은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수업과 강의를 찍어낼 순 없습니다. 원가절감을 한다고 시간강사 선생님을 비정규직으로 만들면 학생들 강의 질도 떨어진다는 것도 알 것입니다. 자기만 알고 취업준비와 스펙쌓기에만 몰두하는 것 같은 학생들도 주변환경이 돌아볼 여지가 없어서 그런 것이기에, 알면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서 학생들은 시간강사 처우에 대해 알아가고 있고, 잘못된 것이라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더 이상의 의자놀이가 없도록, 희생자가 없도록, 타인의 고통이 외면 받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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