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라의 부실대학] (1) 영남대, WHY(왜)라고 묻지 않는 Y형 인재

글로컬한 인재양성의 시작은 구성원 존중이다
뉴스일자: 2012년09월04일 13시43분

[편집자 주] 얼마 전 교과부가 정부재정지원제한과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는 부실대학을 발표했다. 취업률, 삐까뻔쩍한 건물 따위로 매겨지는 대학 순위에 대학생의 삶은 있나. 대학자율화조치 이후 너도나도 대학 만들기에 앞장섰고, 적어도 대학 졸업장은 따야만 하도록 만들어진 곳.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대학을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놨다. 부실한 건 정부의 교육정책과 대학자본인데 책임을 대학생에게 다 떠넘긴다. 부실한 건 바로 바로, 너 대학이다.

“글로컬 이니셔티브, 담대한 변화, Y형 인재”

▲영남대 홈페이지

2009년 이효수 총장이 영남대에 취임한 이후에 학교를 다닌 학생이라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문구다. 이효수 총장은 글로컬(glocal: global과 local의 합성어) 이니셔티브를 전면에 걸고 영남대를 세계 수준의 지역거점대학으로 도약시킬 것을 비전(vision)으로 제시했다. ‘세계 수준의 지역거점 대학’이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의 어떤 대학을 의미하는지는 재학시절 내내 이해하지 못했다. 어찌됐든 이 목표를 위해 영남대는 7대 전략을 마련했는데, 그 중 유독 내 눈길을 이끄는 것은 바로 ‘자긍심 넘치는 천마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방대를 다니는 학생들이 아무래도 모든 기회로부터 소외되어있으니 수도권 대학의 학생들보다는 자긍심이 낮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세워진 계획이라 추측해본다. 하긴 나조차도 가금씩 수도권 대학 출신의 학생들 앞에 서면 조금은 위축되는 것이 사실이니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런데 그 과정이 좀 의아하다. 영남대의 사이버홍보실은 구성원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각종 대학평가에서 1위’를 했고, 대학 서열에서 ‘상위권’에 있으며, 정재계 요직에 얼마나 많은 동문이 등용되어있는지를 알리는 의기양양한 기사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지표들과 자료들이 실제로 구성원들의 자긍심과 애교심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까?

언론기사의 미사여구와 영남대의 자화자찬을 한 꺼풀만 벗겨 내 보면, 영남대 구성원들의 ‘지역명문 사학’으로서의 자긍심은 총장이나 이사진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 같다. 우선 힘이 약한 구성원들의 정당한 요구는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외면하는 대학 구조에서 학생과 비정규직 강사, 청소노동자들이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마음’인 자긍심을 온전히 보전하기란 매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학생의 경우를 먼저 보자. 영남대는 약 1,300억 원이 넘는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우수교수유치와 교육환경 개선, Y형 인재 육성을 근거로 들며 2011년 등록금을 일방적으로 2.8% 인상했다. 이에 반발한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붉어진 ‘반값등록금’ 실현운동과 함께 투명한 등록금 책정을 촉구했고 이듬해 영남대는 등록금을 2.5% 인하했다. 하지만 대학본부 측이 또다시 마음먹고 인상을 강행한다면, 학생차원에서 막을 방법이 없기에 무기력감에 빠지기 쉽다. “등록금 운동해봤자 소용없다”는 학내 패배주의는 이런 상황에서 팽배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 재정의 대부분은 학생의 등록금으로 충당되는데 반해 학생에게 주어진 권한은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비정규 강사의 처지는 더 열악하다. 지난해 12월 영남대 비정규교수노조는 강사료 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2주간 컨테이너 농성을 했다. 2009년 영남학원재단의 복귀 이후, 대학본부의 노조탄압과 무시로 어떤 협상도 이루어 내지 못하자, 비정규교수노조는 열악한 연구 환경과 저임금을 개선하고자 컨테이너 농성을 벌인 것이다.

▲지난 2011년 12월 영남대 비정규직 강사는 한겨울 컨테이너 농성을 벌였다. [출처 :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이 과정에서 대학본부는 한겨울에 컨테이너로 공급되는 전기를 차단하거나 컨테이너를 무리하게 철거하려는 등 비인간적이고 위협적인 태도를 보여 주었다. 그들은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하고 야속한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사실 영남대 수업의 46%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강사임금이 전체 예산의 2%밖에 해당하지 않는 사실만 봐도 대학은 비정규직 강사를 비용절감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다.

마지막으로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자. 영남대·대구대 등 대구경북에 위치한 대부분 대학은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청소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간접고용하고 있다. 대학은 ‘최저가’를 제시하는 청소용역업체를 선정한다.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의 낮은 임금으로 이어진다. 학생과 교원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한 대가는 90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 그렇게 열악한 근로환경과 주변의 무관심한 시선까지 견뎌가며 일을 해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뜬금없는 해고통보를 받기도 한다. 자칫 ‘임금인상’과 ‘근로조건개선’을 요구해봐야 눈 밖에 나면 간신히 얻은 일도 잃을 수 있으니 잠자코 유령처럼 일하는 수밖에 없다.

학생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사회인이 되기도 전에 빚쟁이가 된다. 비정규직 강사는 다음 학기 강의가 배정되지 않으면 실업자가 되는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받아가며 ‘유령’으로 살아간다. 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막상 나서지 못하는 이 무기력함 속에서 어찌 자긍심이라는 것이 피어날 수 있을까. 총장님이 말하는 그 Y형 인재라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부당한 현실과 모순에 why(왜)라고 묻지 말고 눈감는 구성원을 말하는 것일까. 말로는 세계와 지역에 봉사할 줄 아는 Glocal한 인재를 길러 내야 한다지만, 지역주민이자 이웃인 비정규직 강사와 청소 노동자들에게 야박한 이 대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학 구성원 모두의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얼마간의 투자비용이 들더라도. 적어도 대학에는 이윤과 자본의 논리가 아닌 ‘사람중심’의 논리가 작동해야 하지 않을까.

대학은 비정규직 강사가 아니라 전임교원 확보를 통해 고등교육의 질을 향상하고 고용불안을 없애야 한다. 덧붙여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근로환경 개선에 나 몰라라 식의 태도를 버리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에 눈감고 등록금 인상을 강행해온 지난 행위에 대해 ‘담대하게’ 반성하길 바란다.


구소라. 영남대 졸업생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박정희 대학원 설립 이후 그마저도 힘들어졌다. 등록금이 비싼 것도 분하고, 닭장차에 닭마냥 강의실에 100명이 쳐박혀 듣는 수업도 어이없지만, 대학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동체가 무너지고 외로운 개인들만이 남아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현재 대학 내 무너진 공통체와 학생담론의 복원을 위해 결성된 '영남대 날라리당'에서 '졸업생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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