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드나드는 관광도시, 천년고도 경주에 대한 인상이 좋을 수가 없다. 외지인들이 만날 수밖에 없는 버스노동자들에게 친절과 안전운행을 강조한다. 하지만 배차시간에 쫓겨, 저임금에 스트레스 받는 노동자를 외면한 불가능한 이야기다. 내 자식, 어머니라는 생각을 하며 친절하게 대하다가도 어느덧 시간에 쫓겨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퉁명스러워진다"
13일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주)천년미소의 공공운수노조민주버스본부 천년미소분회는 경주 시청 앞에서 한 달 간 릴레이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버스준공영제 실시를 주장한 조끼를 입고 버스를 운행 다는 이유로 지난 7월 14일 징계를 당했다. 회사는 분회장에게 해고를, 78명의 조합원에게는 감봉조치를 내렸다.
이들은 농성 시작 전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보조금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 △충분한 충전시간과 식사시간 보장 △잘못 인가된 시내버스 사업계획변경 원상태 복귀 △경주시장의 공약인 버스준공영제 도입 이행과 이에 따른 부당징계 철회 등을 요구했다.
버스준공영제 왜 필요한가?
천년미소분회 노동자들이 회사로부터 징계까지 당하면서 요구한 준공영제는 왜 필요할까. 노조는 현행 민간운영체제가 노동자는 물론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고 말한다. 1개 회사가 시내버스 운행을 하는 경주는 사실상 (주)천년미소의 독점운영 체제다.
노조는 현행 버스체계가 시민의 요구와 안전운행이 우선이 아니라 (주)천년미소 회사의 이익 증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관광도시이며 도농복합도시인 경주는 긴 거리 운행 노선이 많다. 특히, 70번, 50번, 51번 노선버스는 운행시간표상 가스충전시간과 식사시간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버스기사들이 무리한 과속, 신호위반, 난폭운전 등으로 승객의 안전은 물론 자신의 안전까지도 장담할 수 없다. 안전운행이 가능한 노선을 짜도록 시가 관리감독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준공영제 도입을 노조가 요구하는 까닭이다.
김규태 천년미소분회 조직부장은 "노동조합이 목적이 사 문닫게 하는 라고 보나. 그럴려면 대형 사고를 일부러 내지 왜 이렇게 힘들게 싸우겠냐"며 "우리는 시에서 투명성 있고 책임있게 관리해 시민의 안전과 편의, 버스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길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광객들이 제일 먼저 마주하는 시내버스에서 기사가 친절하고 안전운행하면 얼마나 좋겠냐"며 "적정임금과 여유로운 운행이 보장되야지 가능한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경주와 시민들을 위한 정당한 일은 꼭 이루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윤배 문체부장은 "버스기사도 숫자가 적지만 정비 일손이 모자라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마음을 졸일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250여 명의 기사가 일하는 천년미소에 정비사들은 8명에 불과하다. 그는 "적정속도 안전운행 하면서 경주의 많은 문화재를 즐길 수 있는 운행을 하고 싶다"며 천년고도 경주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버스준공영제 도입 지지부진, 왜?
노조가 요구하는 버스준공영제는 개인이 운영하는 기존 방식에서, 버스운행은 기업이 하되 기타 운영에 대한 결정과 책임은 지자체가 맡아서 하는 제도다. 형태는 민영체계이나, 지자체가 버스 운영에 개입해 사회적 통제를 강화 하자는 것이 골자다. 실제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6개 광역도시는 제도 도입후 '무료환승제, 친절한 서비스, 정시성 확보, 운수노동자 근로조건 개선으로 사고 감소'등의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최양식 경주시장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선거공약사항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왜 버스준공영제 도입이 지지부진한걸까. 노조는 회사가 이익극대화를 위해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미루고 있다는 주장이다. 남승준 천년미소분회장은 "회사는 경주시내버스 말고도 여러개의 버스회사를 운영한다. 천년미소 직원들이 다른 회사 업무를 하기도 하고,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정비를 하기도 한다"며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이와 같은 일이 사라져 이윤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가 시보조금도 불법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주시는 회사에 천연가스 연료비 보조금 명목으로 6천 2백여만원을 지급해왔다. 이 보조금 지급목적은 '차고지에서 가스충전소까지 공차운행 연료비 보조'라고 명시되어 있으나 노조는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주장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을 받고 있는 운수사업자가 가스충전시 안전운행을 관리해야함에도 버스현장에서는 종점미운행, 승객 중도하자, 도중회차 등의 여객운수사업법 저촉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노조는 이 같은 일이 무리한 배차와 노선운행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가스충전시간과 식사시간이 부족해 발생되는 일이라 버스기사 탓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승준 분회장은 "경주시는 100억대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준공영제 도입을 미루고 있다. 준공영제 실시중인 다른 지자체와 비교도 하지 않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시민의 편의와 안전을 생각한다면 회사의 이익 극대화만 볼 것이 아니라 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시청 앞에서 농성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준공영제 요구한 노동자 해고가 정당한가?
(주)천년미소 측은 "노조 조끼는 쟁의행위 기간이나 노조 활동할 때만 입는 거다. 회사에서 근무복을 구입해 지급했는데 거부하고 노조 조끼를 입으라고 분회장이 지시했다"며 "단협에도 근무복을 지급하도록 되어있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은 투쟁 조끼를 입어 징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아닌 다른 2개 노조는 지시에 따랐음에도 유독 민주노총 소속 노조만 이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천년미소는 민주노총 소속 단일노조였으나 복수노조 시행후 천년미소노동조합, 경주시내버스노동조합 등 2개의 노조가 설립돼 3개 노조가 있다.
남승준 분회장은 "현재도 노조 조끼를 입고 운행중이다. 회사가 노조 조끼 벗으면 징계철회하겠다고 서면으로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가 단체협약에서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약속했으나 사실상 외면한 채 노조 길들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부당한 해고에 맞서 준공영제 쟁취까지 싸운다는 입장이다. 현재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징계에 대한 구제신청을 한 상태다.
한편, 천년미소분회는 한 달간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부당징계 철회와 준공영제 도입을 위한 릴레이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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