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터널 공사로 말라버린 달비골 약수터, 정수기로 대체

대구시 ”순조롭게 공사 진행”...앞산터널 용두골 문화재도 사라질 위기
뉴스일자: 2012년07월31일 19시50분

대구시는 지난 18일 대구 4차 순환도로(앞산터널) 공사가 "연말 개통을 앞두고 현재 81%의 공정을 보이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앞산을 4.5km 관통하는 터널은 공사 전부터 환경단체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순조로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발표에도 앞산의 생태와 문화재가 파괴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터널 공사로 지하수위 낮아져 지하수 고갈...정수기로 대체

▲ 달서구 상인동 앞산 달비골 등산로 출입구

터널의 한 쪽 출입구인 달서구 달비골은 이미 생태파괴 여파가 드러나고 있다. 공사 시작과 함께 달비골 능선에 있는 약수터 지하수가 말라버린 것이다. 이날 찾은 달비골 등산로는 입구부터 앞산터널 공사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대구의 보배 앞산공원'이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등산로는 공사장 한복판에 위태하게 놓여 있었다.

공사장 펜스 사이로 난 임시등산로 입구를 들어서자 보기 흉하게 깎여진 산이 드러났다. 달비골 등산로를 따라 20여 분 정도 걸으면 다다르는 '평안샘터' 약수터는 웃음거리가 돼 있었다.

▲지하수가 나오던 평안샘터는 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지하수가 끊기자 약수터에 설치한 정수기

이미 2010년부터 이 약수터는 지하수공급이 끊겼다. 이에 상인동 주민들이 지하수 고갈에 항의하자 시공사에서 2011년 지하수가 아닌 물탱크를 설치해 식수를 공급했다.

약수터 물이 말랐던 2011년 대구시 건설본부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터널 공사로 지하수위가 낮아져 지하수가 고갈된 것을 인정한다. 터널 파기 공사가 끝나는 내년 2월 말 이후에는 외벽 방수공사가 진행돼 지하수 수위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본다. 만약 회복되지 않으면 추가로 관정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7월 현재 추가 공사 흔적은 없었고, 그 자리에는 정수기와 생수통이 들어서 있었다.

기존에 지하수를 공급하던 평안샘터는 벌레떼가 들끓고 있었다. 수도꼭지를 돌려봤지만 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샘터에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에게 약수터 이야기를 묻자 "터널공사 시작하고부터 지하수가 나오지 않았다"며 "목이 마를 때 정수기 물을 먹기는 하나, 예전처럼 물을 받아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앞산터널 공사가 가져온 환경파괴가 드러난 것"이라며 "앞으로 대구시는 환경을 파괴하는 공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두골 고대 문화재, 주상절리 사라질 위기

지난 2008년 앞산터널 공사 반대 운동을 벌여왔던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임),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은 27일 오전 앞산터널 공사 현장인 용두골 일대의 생태와 문화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현장조사에는 생태학 박사인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과 김약수 미래대 교수도 동참했다.

▲용두골 유적과 문화재 실태조사에 나선 환경단체 회원들. 이들 너머로 공사장이 보인다.
▲바위그늘에서 김약수 교수와 류승원 박사가 바위그늘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실태조사를 진행한 앞산 용두골 일대는 고대 문화유적 발굴이 진행 중이었다. 발굴 중인 유적은 '바위그늘'이다. 바위그늘은 구석기 시대 원시인들이 비와 고온을 피하고자 기거하던 거주지였다. 용두골 일대에는 이 바위그늘 유적이 여럿 있다. 이 가운데 하나는 1998년 국립대구박물관에서 발굴을 진행했고, 구석기 시대 삶의 흔적이 드러난다.

바위그늘 부근 산기슭에는 주상절리도 발견됐다. 화산폭발 시 용암이 굳어 다면체의 돌기둥이 된 주상절리는 주로 바닷가에서 발견되는 것이라 앞산에서 발견된 주상절리의 지질학적 가치는 더 크다. 실태조사에 동참한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모임'의 임성무 교사는 "이 주상절리는 앞산의 생성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보존가치는 더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천과 어우러져 그 가치를 뽐내고 있는 유적과 문화재를 앞으로는 보기 어렵게 됐다는 사실이다. 유적과 문화재가 있는 수성구 파동 일대는 앞산터널로 진입하는 고가도로가 지나간다.

김약수 교수는 "대구시가 문화재 보존에 대한 인식은 없고, 대규모 건설사업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대구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류승원 박사는 "우리나라는 사업하는 주체가 환경영향평가를 외주로 준다. 이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생태와 문화재 보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건설정책을 비판했다.

▲파동을 가르는 고가도로. 이 고가도로 건설계획이 변경되지 않으면 시민들은 문화재를 볼 수 없다.

실태조사에 참석한 환경단체들은 "우리는 앞산터널 공사가 파괴할 생태와 문화재를 걱정해왔다.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면 최소한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예정인 고가도로의 높이를 더 높여 시민들이 문화재를 볼 수 있도록 공사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공사 중 발견되는 문화재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며 "시민감시단을 꾸려서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행 중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구시 건설본부는 용두골 일대의 유적과 주상절리 등이 문화재로서 가치가 크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구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지금 고가도로 높이를 변경하면 사업비와 공기가 늘어나 높이 변경은 어렵다"고 말했다. 애당초 앞산터널은 생태와 문화재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했다는 말과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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