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50만명에 불과하던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009년에 100만명을 훌쩍 넘겼다. 정부는 다문화사회를 위한 지원책을 제출했고, 기업들도 앞다투어 다문화사회를 강조하며 따뜻한 이미지를 포장하기 시작했다.
"다문화사회라고 하면 전체가 다문화를 인정하는 것처럼 들린다. 다문화주의를 생각하기 쉬운데 정책적으로 모든것이 그렇게 된 것처럼 이해하게 만들지만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 사회가 아니다. 실제로는 차별적이며 (외국인들은) 특정지역에 집중해 있다. 다문화공간 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강연에 나선 최병두 교수의 지적이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가 주최한 '이주민, 경계에서 꽃을 피우다' 3강 중 첫 강의가 14일 오후 7시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대 사회대 451호에서 열렸다. 최병두 대구대 지리교육학과 교수는 '지구-지방화와 다문화 공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주민들 특정지역에 밀집
"다문화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어떤 관심인지가 더 중요하다"
최병두 교수는 '다문화사회'와 '단일민족'이라는 두가지 환상을 꼬집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다문화사회를 표방하는 정책들이 일방적인 원주민 문화의 주입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어떤 관점에서 관심을 가지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다문화사회로 발전되는 과정은 혼합적 과정이다. 이주민의 생활이나 태도나 정체성이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주민도 바뀌어야 한다. 사실은 양자가 다 이방인이다. 서로가 낯선 사람이다. 서로 낯선 관계에 있기 때문에 변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어떤 사회나 차별이 생겨난다. 차별이 인종이나 혈통으로 사회적 계층이 나눠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 우리 사회는 계급만 보더라도 분화되어 있는데 인종까지 분화되면 현실사회가 너무 복잡할 것이다. 나름대로 각각의 문화와 혈통을 유지하면서 함께 살아간다면 더 좋지 않겠느냐. 인정의 문제를 넘어서 계급적 문제로, 사회적 부와 정치적 권력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단일민족인가? 해방이후만 하더라도 미군주둔으로 국제결혼이 많았던 나라다. 외국에서 보면 왜 도시 한 복판에 미군기지가 있느냐고 지적한다. 그 주변 문화도 우리만 굉장히 익숙해 있다"고 말했다.
"세계화-자본주의 팽창과정으로 초국적 이주 증가"
그는 이주민들이 특정지역에 밀집해 분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외국인 이주자들의 분포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 영등포, 경기도 안산, 대구 달서 등 공장 밀집지역이 많다. 1990년대 이후 이주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최병두 교수는 초국적 이주의 배경을 "시장 논리를 신봉하는 신자유주의적 자유무역체제의 확산과 지구적 규모의 세계분업구조의 재편, 국가 간 불균등발전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70년대 세계적 경제위기 당시 선진국들이 중화학 공업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중화학공업이 발전했다. 이 당시 노동력을 충원하기 위해 많은 농촌 인구들이 도시로 이동했다. 90년대가 지나자 우리도 상품수출대신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며 "이 기업들은 기술혁신보다 저임금을 주며 이윤을 뽑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생산성 영역에서 보면 이주노동자의 유입은 이들의 낮은 임금과 해외 송금으로 구매력을 약화시켜 내수시장 둔화를 초래한다"며 "또, 노동집약적 기업들의 생산혁신을 지연시켜 생산효율성을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이주자들이 지역이나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든 간에 이들의 삶과 문화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노후기업들이 이윤을 내지만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가들의 배만 불리는 방식"이라며 "사회적 부가 노동자에게 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리와 사회적복지 보장되는 다문화 사회공간 만들어야"
최병두 교수는 이주민 정책에 있어 기본은 "어느 상황에서도 인간의 기본권 보장"을 강조하며 "외형적 패러다임으로 차별적배제 정책이나 동화주의적 정책이 아닌 외국인 이주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적 배제는 국가가 원하는 이주자와 원하지 않는 이주자를 차별하는 형태를 말하며 동화주의는 조속한 동화지원으로 내국민과 완전한 동화를 기본으로 한다.
최 교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복지서비스와 시민권을 보장하지 않으며 취업기간 3년 후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규정하고 결혼이주자와 자녀들에게는 한국사회로의 신속한 통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자들을 위한 정책이 단순한 시혜적 복지 제공을 넘어 이들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회문화적, 정치경제적 권리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주민, 경계에서 꽃을 피우다>는 21일 임석희 대구대 지리교육과 교수의 '이주민의 일상생활의 공간적 특성', 28일 시간과 공간연구소의 권상구 씨의 '다문화적 소통의 장소성 개발'이라는 주제로 경북대 사회대 451호에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