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 관련 시민의견 청취회>가 열렸다. 지난해 9월 54개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친환경의무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를 조직하여 주민청구운동에 돌입하고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자체에서 시민 의견 청취 자리를 만든 것이다.
10개월 만에 만들어진 공식석상은 지자체와 시민들은 서로의 차이만 확실히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청취회에는 의무급식 조례안을 심의하는 대구시 행정자치위원회 신현자 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교육의원들 전원 참석했고, 관계 공무원 및 시민 200여명이 방청했다.
이날 지자체 대표 토론자로는 김창식 대구시 교육협력담당관, 김부섭 남구부구청장, 유금희 대구시 교육청 교육복지과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불가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국장, 김병혁 식생활교육대구네트워크 사무국장, 조명래 교육평등실현을위한대구학부모회 공동대표 등이 참석한 시민사회단체는 “돈이 없어서 못한다면 우리와 함께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하면 된다. 시와 교육청이 의무급식에 의지가 있는지만 보여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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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2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 관련 시민의견 청취회>가 열렸다. | | |
대구시, 의무급식 의지 없음 여실히 드러내 보여
“지자체별로 단체장의 의지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철학이 다를 수 있다”
김창식 대구시 교육협력담당관은 보건학교급식법을 근거로 “학교급식을 위한 식품비는 보호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국가와 지자체는 재정이 가능한 한도 내에서 재량적으로 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 지원하면 된다”며 처음부터 의무급식에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그는 “우리시는 학교급식법에 근거해 2014년까지 40%의 학생들의 밥값을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시의 지원 방향은 소득배분 차원에서 합당하다”며 “(의무급식에 대해)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단체장의 의지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철학이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병혁 식생활교육대구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교육철학 문제”라고 분명히하며 “친환경의무급식은 기본적으로 지역사회공동체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대해 접근하는 마음의 자세가 달린 문제”라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4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은 무상급식, 의무급식으로 볼 수 없다. 기준에 따른 선별일 뿐”이라며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아이들에게 가이드라인을 넘는지 안넘는지를 증명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행동으로 합당한가”라고 되물었다.
뿐만 아니라 김 사무국장은 현재의 급식시장의 현실을 지적하며 친환경의무급식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했다.
김 사무국장은 “급식시장은 이윤을 매개로 작동한다. 급식업을 하는 분들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급식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는 100% 경쟁입찰로 최저입찰업체를 선정한다”며 “급식업체들이 죽을려고 한다. 작년에 이미 5, 6개가 도산했다. 이란 상황에서 아무리 양심적인 급식회사도 비정상적이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객관적 조건이 형성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 먹는 급식을 최저입찰로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품질입찰로 가야 한다. 품질입찰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 공적영역으로 급식을 끌고와야 한다. 친환경의무급식 예산 투입하고, 학교급식지원센터 만들어서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학교에서 사용하는 종합적인 공적영역을 구축해야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목소리로 “돈, 돈, 돈”
시민단체, “의지 있으면 돈 문제는 같이 의논하자”
이날 지자체 대표자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입을 모아 재정여력이 안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김창식 담당관은 “대구시 재정자립도는 47.6%”라며 “조례안대로 하면 구군의 재정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시는 2012년에 602억, 2013년에 814억을 부담해야 한다”며 시 재정의 열악함을 강조했다.
김부섭 남구부구청장은 처음부터 “중앙정부, 대구시 차원에서 재정보존의 특단의 대책 없으면 구 재정으로 부담할 재정이 없다”며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부섭 부구청장은 “마른수건도 다시 짠다고 하는데 이제는 더 짜도 한계다”며 “남구청 일반회계예산 1688억 중 현재 결손 예상액이 40억이다”고 밝혔다.
유금희 대구시 교육청 교육복지과장은 “(의무급식) 확대를 하다 보면 예산이 상당히 든다. 그렇게 되면 학교 교육에 꼭 필요한 교육과정이 소홀해질 수 있다”며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실제적인 교육 과정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돈 내고 먹을 수 있는 아이들 밥 주면서 못 내고 먹는 아이들에게 해야 할 다른 지원을 소홀히 해야 하는가를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명래 교육평등실현을위한대구학부모회 공동대표는 “현재 예산 편성 기준으로 보면 돈이 없는 건 맞다. 다른 사업을 포기하고 시행해야 한다. 다른 시도도 그렇게 했다”며 교육청과 시청의 재정구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조명래 대표는 먼저 교육청의 예산사용에 대해서 “교육청 예산을 보면 지난해 대비 올해 예산이 대충 다 상승했는데, 삭감된 부분이 두 분야다. 그 중 하나가 급식체육활동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그런데 40% 가까이 오른 부분은 퇴임 교장 선생님들 해외연수 보내주는 부분이더라”며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 예산에서 7,80%가 경상경비로 실제로 빼서 쓸 수 없는 돈”이라며 “이렇게 재정이 짜여져 있는 건 시 예산이 대부분 국책사업을 받아와서 하고 있는 매칭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공동대표는 “대구시의원이나 국회의원들 이야기 들어보면 대구시가 발전 않는 핵심 중 하나가 대구시만에 국책사업 연구 없이 국책사업 10개 나오면 10개 다 입찰서 내고 따내려 하기 때문”이라며 “그마저도 준비없이 올라가서 큰 사업은 놓치고 1, 2개 작은 사업만 따온다”고 꼬집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재정자립도 이야기를 계속 하지만 재정자립도 만큼 중요한 재정자주도도 있고, 광주의 경우에는 재정자립도가 대구보다 떨어지지만 실시하고 있다”며 “결국의 시의 철학이 빈곤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의 재정자립도는 53.%로 16개 광역시도 중 7위였고, 광주는 47.5%로 8위였다. 또 재정자주도 부분에서도 대구시는 74.1%로 광주의 69.9%보다 높았다. 재정자주도는 지방세, 세외수입, 지방교부세 등 지방자치단체 재정수입 중 특정 목적이 정해지지 않는 일반 재원 비중을 의미한다. 재정자주도가 높을수록 지방자치단체가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폭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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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취회에는 의무급식 조례안을 심의하는 대구시 행정자치위원회 신현자 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교육의원들 전원 참석했고, 관계 공무원 및 시민 200여명이 방청했다. | | |
시민들,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
“공무원, 급식비 지원 반납할 수 있느냐”
한편, 지자체의 청취회 태도는 방청한 시민들에게도 공분을 자아냈다.
청취회를 방청한 박대현 대경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팀장은 “공무원들은 매달 13만원씩 급식비 지원 받으며 무상급식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왜 학생은 안되나”고 반문했다.
그는 “형편되는 사람한테 무상급식 안된다고 하면 형편 되는 공무원들 급식비 반납할 의지 있느냐”며 “학교, 교육청, 구청, 시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은 급식비 지원도 못 받는 걸로 알고 있다. 왜 형편 안되는 그들에게 해주지 않고, 형편되는 공무원에게 지원하는지 궁금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등학생 자녀 둘을 두고 있다고 밝힌 학부모 이영준(46) 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방청 않았을 것”이라고 불평을 터뜨렸다.
이 씨는 “의무급식을 실시한다는 대전제 아래에 어떻게 재정을 마련하고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속도조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줄 알았다”며 “오전부터 오후까지 하루 종일 해도 부족할 논의를 2시간 만에 끝내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시민단체도 바뀌어야 된다”며 “인천이나 다른 곳에서 어떻게 의무급식을 진행했는지를 면밀히 알아보고 그것들을 토대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으면 좀 더 공감이 될 것인데 답답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