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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06월04일 13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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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부양의무자의 덫](2) 아들과 관계단절 증명 나선 가난한 아버지
월남참전용사 이부종 씨...국가로부터 받는 돈 32만원, 월세만 20만원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이종부(가명, 72살)씨는 월남참전용사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72년 월남으로 가서 통신소대 선임하사로 복무했다. 전쟁터의 상상할 수 없는 소음 속에서 청력에 상처를 입었다. 청각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내건 그에게 국가가 해주는 건 참전보상금 13만원, 국민연금 9만원, 노령연금 7만원, 장애수당 3만원이 전부다.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는 집의 월세만 20만원이 든다. 삶이 팍팍해진 그는 지난해 기초수급비를 신청했다. 하지만 국가는 그에게 부양 능력이 있는 자식이 있다며 심사에서 탈락시켰다.

이 씨에게는 장성한 아들 둘과 딸이 한 명 있다. 하지만 모두 이 씨를 부양할 능력이 없다. 각자 자기 생활에 치여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다. 마흔을 넘기고, 서른을 넘긴 아들들은 아직 혼자 살고 있다. 이 씨는 자신이 가난해서 아들들이 아직 결혼도 하지 못하고 혼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부모가 돼서 아들한테 용돈 달라 말 할 수가 없다. 부모 때문에 저그가 고생하고 사는데 내가 뭐 잘났다고 돈을 달라 마라 할 수가 있겠나” 이 씨는 그저 아들들이 어서 돈을 모아 장가를 갈 수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 지난 5월 29일, 기초수급을 신청하려 하는 한 남성이 반빈곤네트워크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초수급자 실태조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관할 구청은 첫째 아들의 재산이 1억이 넘기 때문에 수급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 이 씨의 아들은 경기도에서 혼자 생활하며 건설현장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1억이 넘는다는 재산은 혼자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이다. 건설현장 일이 다 그렇듯 이 씨의 아들도 고정된 수입이 없다. “공사 하다가 끝나면 사표 내라고 해서 나오고, 좀 있다가 다른데서 자리 구해서 왔다갔다 한다고 하더라”

장사해서 번 돈은 사기꾼에 날리고...
뉴스보고 아들과 관계단절 증명하기로 마음 먹어...


젊었을 때 이 씨에게도 청춘은 있었다. 월남에서 돌아와 전역을 한 후 영주에서 중화요리 식당을 열었다. 10년을 영주에서 장사를 했다. 하지만 수입이 신통치 않았다. 안동에 목 좋은 자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안동으로 옮겨가 다시 10년 동안 있었다. 장사가 잘됐다. 돈을 좀 만졌지만 이내 다시 힘들어졌다. 사기를 당했다. 이 씨는 사기 당한 이야기를 하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뭐라고 하겠나. 사기꾼한테 놀아나버려서 돈 가진 거 다 날아가뿌고, 대구와서 집도 못사고 세 얻어서 살면서 남은 돈만 까먹고 살았다” 이 씨는 대구에 와서도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잘 되지 않았다. “재작년 10월인가, 추석 때부터 일 못하고 있다. 이 나이에 받아주는 곳도 없고...”

▲ 반빈곤네트워크에서 부양의무자 조건으로 기초생활 수급비가 끊기거나 삭감된 사람들의 사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수급비 신청에서 탈락한 이 씨는 백방으로 수급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구청장 앞으로 편지도 쓰고, 여러차례 구청을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았다. 그러던 중 TV에서 자신과 같은 이유로 수급을 받을 수 없었던 이가 행정소송을 통해 수급을 받게 된 사례를 알게 되었다.

뉴스에서 소개 된 사례는 부양의무자인 아들이 경제적 문제로 부모와 왕래를 끊었고, 실제적 부양을 하지 않고 있는 사례였다. 대구고등법원은 이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 나와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자식과의 관계 단절이 법적으로 증명되어 수급비를 받을 수 있게 된 사례였다.

이 씨는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처해 있는 사정을 설명했고, 담당 기자로부터 인권운동연대의 연락처를 받았다. 그때부터 이 씨도 자식과 관계단절을 증명하고 수급비를 받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들에게는 이야기 해뒀다. 내가 이래저래해서 수급비 신청을 했으니까 네가 이야기를 잘해달라고”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사무처장은 “부양의무자라는 반인권적 제도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청은 이들의 통화내역을 이 씨와 아들의 관계에 문제가 없다는 증거로 삼고 있다. 앞으로 이 씨는 아들과 전화통화도 하지 않을 작정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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