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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05월31일 1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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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안 칼럼 (5)] 문수스님 소신공양 2주기를 맞이하며
종교는 민중의 삶을 이야기 할 때 본질을 찾아간다.

한지안 hoya0715@gmail.com

2010년 부처님 오신 날이 지나고 얼마되지 않아 군위의 작은 절에서 문수스님이 4대강 반대와 정권의 부정부패 척결, 서민과 가난한 사람을 위한 정책을 요구하며 소신공양을 하였습니다. 며칠동안 기름을 끼니 삼아 속을 적신 후 온 몸에 기름칠을 하고, 몸에 불을 붙여 중생의 아픔을 이야기 한 사람은 시골 작은 절에 수도승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수경스님은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보고, 세상의 두려움에 갇혔던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며, 승적을 반납하고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2년 전 문수스님이 남긴 유서

문수스님 소신공양 이후 2년이 지났습니다. 문수스님과 수경스님을 잃고 눈물 흘리던 실천승가회 소속 스님들은 호텔 스위트 룸에서 술과 담배를 다과 삼아 신도들의 시주 돈을 가지고 도박으로 소일 하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벌거벗겨진 채 그 추악한 중생심을 드러내 놓았습니다.

1994년 조계종 사태 때 조계종 개혁과 청정도량 결사에 가장 앞장섰던 실천승가회 소속 스님들이 범인도 해서는 안 될 추악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은 분노와 안타까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계종 사태를 보며 혹자는 종교인이 사회와의 접촉면이 넓어지면서 만들어진 필연적 결과라며 스님들이 현실을 등지고 다시 산사로 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이들은 권력의 맛을 본 몇몇 스님들의 개인적 문제로 이번 일을 덮어 버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현재 불교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근본을 승려들의 개별적인 문제로 치부함으로써 종교와 사회의 상관관계, 그리고 종교가 민중의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여 봅니다.

‘교회는 자기 자신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남을 위해서 있어야 한다’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대로 승가 역시 스님들의 수행 공동체임과 동시에 사회를 위해,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끊임없이 부처의 깨달음과 민중의 삶을 연결하는 고리로서 역할을 해나가야 할 책임과 소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승가가 다시 세상을 등지고 산으로 간다는 것은 종교의 존재 가치를 없애버리는 것 일 뿐입니다. 또한 이것은 대승불교가 가지는 근본적 존립 근거인 보살행마저 저버린 유아적 자기도피와 같습니다.

스스로의 허물이 커져서 그 더러움과 부끄러움이 더욱 커지는 지금 불교는 더욱 민중들 곁으로 다가와 그/녀들과 함께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부처와 민중이 다르지 않다는 ‘불이’의 근본정신과, 불교에서 ‘인연법’이라 부르는 관계맺음의 중요성, 스스로를 내려놓아 차별을 끊어내는 하심과 나눔의 마음을 더욱 다듬어야 합니다. 그리해서 반목과 폭력의 세기를 걷어내고, 민중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의 아픔을 걷어내는 일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 불당을 지어 종교의 세를 과시하기보다, 민중들의 마음에 너른 마당을 지어내야 할 것입니다. 또 권력과 결탁하고 가진 자를 위한 기도를 할 것이 아니라, 그/녀들의 폭력에는 우뢰와 같은 사자후를 내리고, 빼앗기고 쓰러진 자들에게는 등처럼 밝고, 향처럼 맑은 든든한 희망의 동반자가 되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할때 불교는 민중의 벗이 될 것이며, 우애롭고 아름다운 인연들이 더욱 쌓이게 되고,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의 연등을 켜 나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1990년대를 거치며 불교개혁에 앞장섰던 실천불교 승가회 소속 스님들의 껍데기만 남은 구호들을 보면서,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이어오며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열심히 싸워 왔지만 이제 스스로에게 멍에를 씌어버린 통합진보당의 일부 세력들이 생각나는 것은 오지랖이 너무 넓어서 일까요? 하지만 이 두 세력이 스스로 얽힌 타래를 푸는 것은 생각과 행동의 중심에 아집을 버리고 민중을 놓을 때 비로소 가능해 질 것입니다.

서양의 한 철학자는 종교는 마약과 같은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진정한 종교라면 민중의 밥이 되고, 마당이 되고, 스스로의 마음을 함께 드러낼 수 있는 나팔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아직 떨쳐낼 수 없습니다.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이, 강정마을에서의 문정현 신부님의 싸움이 믿음을 굳건히 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이 땅의 사람과 뭍 생명들을 위해 스스로 몸을 태워 빛을 밝히신 문수스님의 소신공양 2주기를 무겁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맞이합니다.

한지안 hoya07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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