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구 달서구의 S아파트 단지에 산소절단기가 등장했다. 산소절단기를 든 70대 남성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문을 뜯어내려 했다. 관리사무소 안에는 관리직원 송현덕 씨를 비롯해 3명이 2주일이 넘게 문을 잠근 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송 씨 등은 산소절단기 사용으로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문을 열고 관리사무소를 비웠다.
그들이 나온 후 위탁관리업체인 A업체의 직원들이 관리사무소로 들어갔다. 밖으로 나온 관리직원들은 A업체가 불법으로 관리사무소를 점거하고 있다며 항의농성을 진행했다. 관리사무소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건장한 남성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A업체에서 고용한 사설경호요원들이다. 이들은 아파트 주민들의 관리소 출입을 막은 채 일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주민들만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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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일, 위탁업체에서 고용한 용역직원들이 관리사무소 입구를 잠근 채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며, 주민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 | |
자치관리 한달 월급 1,300만원... 위탁업체 보름 일하고 1,400여만원 받아가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0년 입주자 대표 회의에서 아파트 관리업무를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바꾸면서 시작되었다. 이 결정으로 2011년부터 A업체가 위탁관리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두달여만에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인가된 직원 수만큼 채우지도 못하고, 전문성 없는 직원들을 채용해 주민들의 불만을 초래하는가 하면 한달만에 업체가 관리소장을 바꾸는 등 소음이 잦았다.
입주자 대표들은 2011년 3월 다시 회의를 열어 위탁관리를 자치관리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A업체에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A업체는 곧바로 계약유효확인청구소송을 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11월 3일, 당시 아파트 입주자 대표 ㅊ(73) 씨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음을 바꿔서 위탁업체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버렸다. 법원은 사건을 청구인낙으로 종결시켰다.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되었다. 2011년 11월 28일 동 대표들은 대표 회의를 열고 ㅊ 씨에 대한 해임 건을 의결시켰다. ㅊ 씨는 회의결과에 불복해 법원에 직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올해 2월, 해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ㅊ 씨는 다시 항소를 하고 A업체 직원들의 임금 지급 회계결의서에 직인을 찍어줬다. 2월 15일 법원의 청구인낙 판결문을 들고 나타난 A업체 직원들은 기존에 업무를 보고 있던 자치관리직원들을 몰아내고 관리사무소를 장악했다. 3월, 이들은 보름간의 임금으로 14,552,444원을 청구해서 ㅊ 씨의 직인을 받아갔다. 차경애 입주자 대표회의 감사는 “자치관리 직원 7명분 월급이 1,300만원”이라며 “보름 동안 일다운 일도 안하고 1,400여만원을 청구해가는게 말이되나”고 성토했다.
전기 끊고, 물 끊고, “안에 있는 쟤들이 했다”
지난 4월 30일, 자치관리직원들과 주민들은 다시 관리사무소로 들어가 위탁업체 직원들을 내보내고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5월 4일 경비용역업체 직원 20여명을 대동하고 나타난 위탁업체는 관리사무소 건물 1층을 점거하고 전기를 끊어버렸다. 이 일로 관리사무소는 어떤 전자적 업무를 볼 수 없게 되었고, CCTV도 불통이 되어버렸다. 급수밸브도 잠궈버려 전 세대에 물 공급이 중단되었다.
송현덕 씨는 “위탁업체 직원들이 급수밸브를 잠그고는 관리사무소 안에 있는 우리가 전산으로 급수를 멈췄다고 선전하더라”며 “전기도 끊어졌었고, 급수시설은 탱크 밸브를 직접 잠궈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날 관할 경찰도 와서 사실을 확인하고 갔다”고 밝혔다.
2주가 넘게 관리사무소 안에서 나오지 못했던 송 씨 등은 16일 전 대표 ㅊ 씨가 산소절단기를 가지고 문을 뜯어내려하자 자진해서 문을 열고 나왔다. 송 씨는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 혹시라도 사고가 나서 주민이 다치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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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사무소 입구에 주민들이 고용한 자치관리 소장이 붙인 경고문이 붙어있다. | | |
아파트 주민들, “전 대표 해임 문제만 해결되면 돼”
구청, “전 회장 측 주민들로부터 민원 들어와”
차경애 감사는 “일단은 전 대표 해임 건이 결정되면 문제는 어느 정도 풀 수 있다. 대표 자리를 지키려는 ㅊ 씨가 A업체 편을 들어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직무대행 체제가 안 된다고 해서 신임 대표를 선출해서 구청에 신고도 했는데 구청은 항소심 판결이 나야 한다고만 한다”고 밝혔다.
달서구 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1심 판결을 존중하지만 항소가 들어간 이상 항소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직무대행이나 신임 회장 체제에 불만을 표시하는 민원이 전 회장 측 주민들로부터 들어오고 있다”고 말해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차경애 감사는 “말도 안되는 게, 항소심 판결이 나더라도 3심까지 항소하면 그 결과도 기다릴꺼냐고 하니까, 상관없이 2심 판결만 나면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1심이랑 2심이랑 차이가 도대체 뭐냐”고 꼬집었다.
주택법 24조(관리방법결정 및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 등의 신고)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를 대표하는 자는 영 제52조제3항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별지 제34호의2서식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주민들은 신고를 접수한 구청이 차일피일 시간만 미루며 교부증 발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