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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05월10일 19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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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특급용병 ‘에닝요’와 이름 없는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논쟁이 필요할 때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한국 축구가 브라질 출신 에닝요(전북)의 귀화 여부를 놓고 시끄럽다. 2014년 월드컵에서의 성적을 위해 에닝요의 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한국적 정서’상 우리말 구사가 힘든 에닝요의 귀화는 안된다는 의견이 대립중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논란은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에서 “에닝요의 귀화가 이익보다 문제가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특별귀화 요청을 거부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직접 특별귀화 절차를 밟기로 했다.

소속팀인 전북에서 에닝요의 경기능력만 보면 그의 능력은 뛰어나다. 측면에서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와 정확한 킥력은 축구대표팀이 탐낼 만하다. 더군다나 기존 측면 자원이었던 박지성의 은퇴와 이청용의 부상으로 인한 경기감각 저하는 에닝요 귀화 추진을 매력적이게 만든다.

이전에도 해외파 선수의 귀화 이야기는 있어왔고, 그때마다 늘 시도에만 그쳤다. 축구대표팀은 한 번도 귀화 선수를 선발한 적이 없었다. 에닝요의 경우도 쉽게 축구대표팀 승선을 위한 귀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론 대립에서 부각되는 점은 ‘국가대표팀’에 대한 정서다.

과거에 비해 '단일민족’, ‘순수혈통’이라는 강조는 많이 사라졌다. 농구 국가대표님에는 귀화한 문태영, 이동준이 승선했다. 탁구에서도 중국에서 귀화한 당예서가 있었고, 화교 출신의 후인정이 배구 대표팀에서 뛰기도 했다. 그럼에도 에닝요의 귀화에 반대하는 여론은 에닝요가 ‘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말한다. 5년 이상 K리그에서 뛰었지만 한국말을 잘 구사하지 못한다는 것이 큰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그만한 선수는 없는가?’, ‘에닝요가 메시나 호날두 만큼 뛰어난가?’하는 실리론도 존재한다.

에닝요의 특별귀화 실시여부와 별개로 귀화 논란에서 우리는 중요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피부색과 눈동자가 다른 이들에 대한 이질감이다. 또, ‘외인’이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가가 그들을 바라보는 판단 기준이 된다.

자신의 존재 근거보다 ‘국가전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한국사회라 치더라도 ‘외국인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마타도어에서 우리는 숨겨진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우리에게 외인은 근접할 수 없는 능력으로 나의 경쟁상대가 되지 않던가, 아니면 내국인들이 모두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한다. 에닝요의 논란에서도 메시급이 되던가, 아니면 특별귀화는 어림없다는 것처럼.

411총선 직후, 벌어졌던 ‘이자스민’ 논란과 4월 수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겪으며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주여성 일반에게 폭력에 가까운 비판ㅇ이 쏟아졌다. 이에 힘입어 출입국관리소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적 단속강화를 시작했다. 필리핀으로 돌아간 미쉘 전 이주노조 위원장은 한국에 방문했다가 공항을 벗어나지 못한 채 돌아가야만 했다. 언론의 관심은 결혼 이주여성보다  '새누리당' 이자스민이었고, 수원 살인사건의 이유보다 그가 '외국인'이라는데 쏟아졌다. 사건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민'이라는 존재에 대한 분노였다.

프로축구 선수도 임금을 받고 경기를 뛰는 노동자다. 에닝요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이 일할 곳을 찾아 한국을 찾았고, 자신이 노동을 하는데 한국어의 능숙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안산 가구공장 등지와 대구 성서공단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욕으로 한국어를 처음 접하는 경우와는 달랐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어를 습득하지 못하면 욕을 먹거나 맞아야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묵묵히 일해야만 했다.중요한 것은 이주노동자들도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다. 에닝요도 그런 조건에 놓이기를 바라는가.

용병귀화 논란은 축구대표팀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논란의 시발점은 국가대표팀 성적 올리기에 급급한 대한축구협회다. 경쟁이 치열한 고국 브라질에서는 출전하기 힘든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은 에닝요는 대표팀 승선이 보장된 귀화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10일자 매일경제 기사에서는 에닝요 귀화 논란을 두고 "풀어야하는 일이라면, 생산적으로 고민해야한다. 정서로 접근하면 요원하다. 선수를 두고 합당한 능력인가를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서로의 접근이 아닌 생산적인 고민에서 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배제되어야 하는가.

언론과 여론이 에닝요에 보내는 관심이 조금만 일반적 이주노동자에게 보내지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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