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 유행이지만 학교만큼 다양한 비정규직이 있는 곳은 흔치 않다. 가히 비정규직 백화점이라 불려질 만하다. 오는 12월이면 대구시내 400개 학교 도서관 사서가 대량해고 될 위기에 처했다.
9일 늦은 6시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대구지부 조합원 250여 명이 교육청 앞에 모였다.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 사서, 교무, 과학, 전산, 특수, 돌봄, 당직 등 서로 다른 일을 하지만 이날은 "임단협 승리, 사서대량해고 철회"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호봉제 도입 ▲각종 수당지급 ▲노조활동 보장 ▲동일노동 동일임금 ▲사서 400여 명 대량해고 철회 ▲주업무 보장없는 업무통합 저지 ▲급식실 인건비 학부모 부담 철회 ▲대구시 교육청이 임단협 교섭에 나설 것 등이다.
"10년을 일해도 월급 98만원"
김영순 전회련 대구지부장은 "1년 일하나 10년 일하나 같은 임금을 받고 있다"며 "비정규직을 채용한 건 교육청이었다.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약직 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년차에 따른 임금인상이 없다. 또 시간외 근무 수당도 받지 못한다. 월급 안에 시간외 수당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다.
이태의 전회련 본부장도 참석해 "노동부장관이 학교장 아닌 교육감이 교섭대상이라고 밝혔는데도 유독 대구교육청은 이 말을 듣지 않고 있다"며 대구교육청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먼저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나된 힘으로 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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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이 교육청을 바라보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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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회련 전산분과 조합원이 남진의 "님과함께"를 개사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담은 공연을 선보였다. | | |
노동부는 지난 2월 전남교육청의 질의에 대해 학교비정규직의 교섭대상은 교육감이라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이후 지난 4월 4일 전회련과 여성노조, 전국학비단일노조가 함께 구성한 학교비정규직연대회는 전국 시도교육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바 있다. 서울, 경기, 강원, 광주 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노조와 교섭에 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대구교육청, 사서 대량해고 계획
대구 학교도서관 사서는 2003년부터 도입돼 2009년부터 전면 배치됐다. 이들은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일용직 신분으로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려왔다. 올해도 12월까지만 계약을 맺었다.
계약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3월 15일, 교육청으로부터 학교도서관 사서의 인건비 지원종료 공문을 받았다. 또 4월 18일 사서업무를 교무실무원에게 넘긴다는 공문을 받았다. 이를 두고 전회련대구지부는 "학교도서관의 황폐화와 사서 대량해고를 예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이 발표한 '교원업무경감 추진계획'은 교사의 행정업무를 경감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담임교사를 제외한 보직교사, 비담임교사, 교무 실무원에게 도서관 관리 업무까지 맡긴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최병선 전회련 사서분과장은 "사서들이 책 대출과 반납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교육청의 태도는 도서관 죽이기"라며 "사서들의 고용 안정과 도서관 운영 정상화를 위해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도 "전문계 학교에서 근무할 때, 아무도 이용않던 도서관에 학생들이 붐비도록 만든 사서의 노력을 봐왔다. 그 선생님은 그럼에도 계약만료로 해고가 됐고 혼자 싸우다 지쳐버렸다"며 "다시는 그런일이 없도록 모든 학교 비정규직들이 함께 싸우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