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마치고 학교로 복귀하니, 교장선생님이 직접 차를 태워서 점심을 사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하더라. 우리는 학교로 돌아가 당당하게 일했다. 며칠 동안 애들 밥 못 챙겨준 게 미안해 대청소까지 깨끗하게 하고 왔다"
급식노동자 최초의 파업. 5일 간 파업을 마치고 학교장과 단체협약을 체결한 노동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7일 오후 5시 30분, 여성노조 대구지부와 민주노총 대구본부 조합원 40여 명은 교육청 앞에서 '단체교섭 타결 투쟁 승리 보고대회'를 열었다.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8개월 동안 협상을 했으나 결렬됐다. 그러나 파업 5일, 지난 5일 대구시교육청에서 해당 4개 학교장과 시교육청이 동반한 가운데 공동단체교섭 합의가 도출됐다.
합의서는 ▲조리종사원 적정인원 배치(시교육청 권장기준 준수) ▲정년은 지방공무원규정에 따름 ▲유급병가 14일 확대 ▲2012년 9월부터 연봉산정일수 275일로 확대 ▲2013학년 위험수당 반영 등 조합원들의 요구내용이 대부분 반영됐다. 아울러 '이 합의서를 이유로 임금 및 근로조건을 저하 시킬 수 없다는 것',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지 다들 알면서 맨날 예산타령만 합니다. 그저 따뜻한 밥 한끼 내 아이들에게 맛있게 해 먹인다는 즐거움으로 꾹 참아왔는데 이제는 바보같이 참고 있지 않을 겁니다. 이번 투쟁을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우리도 밟으면 꿈틀 한다고, 정규직들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겁니다" 파업에 참가한 한 급식노동자의 말이다.
배현주 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장은 "꿈꾸고 있는 것 같다. 1주일 천막 치고 있었는데, 단협체결하고 이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학교장과 교육청이 꺽일 것인가 투쟁 전에 고민 많았다. 사실 파업한다는 것 자체가 당당한 노동자로 서는 과정이었다. 급식노동자를 투사로 만든 건 교육청과 학교장이었다"고 투쟁승리 소회를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 조합원들도 참석했다. 이들도 다양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하나다.
박희은 민주노총대구본부 비정규국장은 "이번 투쟁 승리를 계기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모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힘모아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