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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05월01일 11시54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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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시] 믿지 마라, 이 뉴스를 - 뉴스 민 창간을 축하하며(신경현)
신경현(해방글터, 시인) newsmin@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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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마라, 이 뉴스를
- 뉴스 민 창간을 축하하며
믿지 마라
오늘 아침, 누군가가 죽었다거나
혹 죽은 그의 이름이 노동자였다거나
그 노동자의 이름이 비정규직이었다거나
그 죽음의 이름이 과로사였다거나
양극화가 그를 과로사로 몰고 갔다거나
마이크를 들고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 짐짓 심각하게 소식을 전하는
아이돌 스타의 근황을 곧이어 전하는
정신착란과 정신분열에 젖은
그 뉴스를
믿지 마라
믿지 마라
오늘 아침, 통계와 수치와 그래프를 들먹이며
철저한 점검과 주의를 기울이면 안전하다고
우리는 그럴 일 없다고
수출로 더 한층 안전성이 보장되었다고
후쿠시마의 기괴한 봄을
무너져 내린 학교를
모두 떠나 버린 빈 집들을
버려지고 찢겨진 마음들을
그 곳에서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한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뻔뻔하게 외면하는
그 뉴스를
믿지 마라
믿지 마라
오늘 아침, 남쪽에서 불어오는 꽃소식을
꽃물 든 연인들의 달콤한 로맨스를
흩날리는 꽃비 속으로 은은하게 내려앉은 햇살을
멀리 바람에 묻어나는 새 소리 가슴을 적신다해도
화사하고 찬란한 짧은 봄의 한 때를 전하는 뉴스를
믿지 마라
그 뉴스, 단 한 번도 비춰주지 않는다
스물 두 번째 죽은 노동자의 얼굴과 이력과 눈물을
스물 두 번의 분향과 추모를 구두발과 몽둥이로 내리치는 모습을
오열과 눈물과 분노로 얼룩진 그 공장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비출 생각 없는
그 뉴스를
믿지 마라
믿지 마라, 이 뉴스를
텔레비전에 나온 적이 없는
라디오에서 들을 수 없는
늙은 청소노동자와 자식인 비정규직 노동자
가난한 이주 노동자와
땅을 빼앗긴 농민과
망루에 올라간 빈민들이 만날 수 밖에 없는
이 모든 사실과 현실을
이 모든 눈물과 한숨과 걱정과 분노를
뜨겁게 가슴 아프게 전하는
이 뉴스를, 믿지 마라
그저
아프더라도 똑똑히 바라보라
바라보고 손도 내밀고 어깨도 걸어보라
끝끝내
이 뉴스는
바로
당신이다
우리다 |
신경현(해방글터, 시인) newsmin@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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