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조건 없는 “체험형 청년 인턴”
“스펙 때문에...사회생활 경험을 중요시하거든요.”
이유리(가명, 25세) 씨는 올해 2월에 경북대학교를 졸업했다. 고향은 경남 창원이다. 졸업했지만 대구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취업스터디’를 하기 위해서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스터디를 시작했다. 이번이 3번째 취업 준비다.
“작년에는 서울에서 인턴 하면서 취업 준비를 했어요. 정부에서 돈을 지원해주는 청년인턴제였어요. 10개월 동안 하는 거였는데 어차피 정규직 전환도 안 되는 곳이어서 5개월정도 하다가 그만두고 내려왔어요.”
유리 씨가 경험한 청년인턴은 ‘체험형’이었다. 체험형 청년인턴은 정규직 전환이 안 된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인턴이란 “회사나 기관 따위의 정식 구성원이 되기에 앞서 훈련을 받는 사람. 또는 그 과정”을 말한다.
“인턴 공고에 ‘체험형’이라고 떠요. 처음부터 정규직 전환이 안 되는 인턴이죠. 나중에 그 기업에 취업하려고 서류 낼 때 가산점이 붙기는 해요. 저는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공공기관 인턴은 경력으로도 좀 알아주는 편이에요. 스펙 때문에 하는 거죠. 사회생활 경험을 중요시하거든요.”
체험형 청년인턴제는 주로 공공기관이 시행한다. 올 상반기 LH는 330명 체험형 청년인턴을 모집했다. LH는 채용조건에서 체험형 청년인턴의 신분을 “계약기간 만료 후 고용관계가 소멸되는 기간제근로자”로 규정했다. 계약기간은 5개월이다. 4개월 이상 근무한 인턴 중 근무성적이 우수한 사람에게는 신입사원 공개채용 시 가산점(3%) 혜택을 준다.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소비자원, 기술보증기금, 영화진흥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서도 올 상반기 체험형 청년인턴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청년인턴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정규직 정원 5% 내외의 채용형 청년인턴을 뽑아야 한다. 이는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인턴으로, 청년 고용률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한 체험형 청년인턴에 대한 규정은 없다.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체험형 청년인턴 채용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번 4월 ‘탈스펙’을 강조하면서 신규채용 공고를 냈던 롯데그룹 서류전형에서도 경력사항을 적는 란은 있었다. 취업 관련한 신조어 중 “취업 9대 스펙”이라는 말이 있다. 학벌, 학점, 토익·토플·오픽 등 어학 점수,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장, 인턴 경력, 사회봉사 경력, 외모(성형)이다.
지난 3월, 이기권 기획재정부 장관은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청년 인턴사업을 체험형으로 확대하여 재학생의 직무경험 확대”를 밝혔다.
인턴 경험은 “회사나 기관 따위의 정식 구성원이 되기에 앞서” 일을 배우기 위한 것이 아닌 취업 스펙 요소 중 하나가 됐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이 회사의 정식 구성원이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체험형 인턴을 거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