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만 뽑는 것 같아요”
취업 면접 스터디, 압박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는 연습
햇살이 반짝했던 4월 어느 오후, 평일인데도 카페는 북적거렸다. 휘핑크림이 듬뿍 올려진 머그잔을 찍는 휴대폰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곧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테이블에는 책이 있다. 취업 공부일 수도 있다. 삼삼오오모여 열띤 토론(?)을 하는 테이블도 있다. 노트북 한 대, 머그잔 4개가 있다.
까페에 모인 4명은 모두 학교가 다르다. 경북대, 계명대, 전북대를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이들이다. 학교도 전공도 다른 이들이 한 테이블에 모인 이유는 ‘면접 스터디’다.
“영어면접은 예상 질문에서 크게 안 벗어 난데요. 토론면접이 이번에 새로 생겼는데, 어제 토론면접 보는 악몽도 꿨어요.”
정부에서 시행하는 해외 인턴 지원 프로그램 ‘한미취업연수(WEST) 프로그램’에 서류를 낸 이들이 함께 면접 연습을 한다. 올해 도입된 토론면접은 기출문제도 예상문제도 없다. 준비하기가 막막하다.
“토론은 이기는 것보다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해요. 사회자 하는 게 제일 편한데, 어떤 주제가 나올지 모르니까 찬반 입장 다 준비하는 게 좋아요. 최근 이슈에 대해서 나올까봐 썰전도 자주보고, 다음 주부터 토론 주제 하나씩 가지고 와서 연습해요.”
어색한 존댓말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토론 면접에 대해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테이블 가운데 깜빡이는 노트북으로 최근 이슈를 검색한다. 통상임금, 시간선택제 일자리, 의료민영화……. 일단 어떤 이슈가 있는지만 나열한다.
“장그래처럼 상사가 복사 일만 시키며 어떻게 할거냐, 내가 원하지 않는 부서로 가게 된다면 어떡할거냐. 이런 질문은 전형적인 질문이라서 어렵지는 않아요. 당황하지 않고 대답하는 법만 연습하면 돼요.”
이들은 일주일에 3번 씩, 대구시 중구 반월당에서 만난다. 면접에서 나올 질문은 뻔하니까 토론면접 연습에 비중을 더 두기로 했다.
면접은 취업의 마지막 관문이다. 혼자서 연습하기 어려우니 스터디가 꼭 필요하다. 물론 면접 학원을 다니기도 한다.
면접 종류도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기업 임원진과의 면접, PT 면접, 토론 면접, 영어 면접 등으로 나뉜다. 하루에 3~4 가지 면접을 다 보기도 하고, 며칠 걸리기도 한다.
PT면접은 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설명하는 면접이다. 당일 받은 주제로 주어진 시간 내에 PT를 준비해야 한다. 미리 연습하는 이유는 한 가지. 익숙한 주제가 나오면 수월하기 때문이다. 토론면접도 마찬가지다. 한 주제에 대해 찬반으로 나뉘어 토론하는 모습을 면접관이 지켜본다.
취준생들은 포털 카페나 잡코리아, 인크루트 등 취업 사이트에서 기업별 면접 기출문제나 면접후기를 공유한다. 포털 사이트마다 ‘면접 가이드북’을 배포하기도 한다. 기업별 면접 기출문제, 면접유형, 면접기법은 물론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면접 가이드북은 해당 기업에 면접을 보는 이들만 받을 수 있다. 서류 통과, 인적성 검사 통과 인증을 해야 한다.
면접 질문 중 가장 뻔한 질문이 ‘내가 원하지 않는 부서로 간다면?’, ‘상사와 갈등이 생긴다면?’ 등이다. 입사 후 환경이 나와 맞지 않더라도 그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대처 방법을 묻는 일명 ‘압박 질문’이다.
메이저 항공사 승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박아현(가명, 25세) 씨는 씁쓸하게 말했다. 벌써 면접에서만 3번 떨어졌다.
“면접에서는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데 다 뻥인 것 같아요. 자신감 있고 활발하면 다 떨어져요. 저가항공사의 경우는 활발한 걸 좋아하는데, 메이저 항공사는 조용하고 말 잘듣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아요. 조신하게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만 뽑는 것 같아요.”
『경제학 포털』의 저자 김기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이러한 면접 관행을 “훈련효율”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김기원 교수는 책에서 ‘좋은 회사’가 명문대 졸업생을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국 기업의 인재육성 방법을 언급한다. 기업은 신입사원을 채용해 기업 내에서 교육을 하고, 단계적으로 승진을 시킨다. 업무 능력은 채용 후 훈련시키는 것으로 채용 면접 시에는 중요하지 않다.
기업이 채용 면접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상급자의 가르침을 얼마나 참을성 있게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것이 “훈련효율”이다.
김기원 교수는 “훈련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입시경쟁을 뚫고 명문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가장 바람직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주어진 과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을 이미 검증받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결국 면접 준비는 자신이 얼마나 기업의 명령에 순응하고, 복종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답하는 연습이다. 내 생각보다 면접관의 마음에 들어 할 대답을 연습한다.
지난 5월 3일 방송된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에서 최진기 강사는 “구조적으로 취업을 원하는 지원자는 부당한 지시를 거역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방송인 김제동 씨는 “압박면접이라는 것이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구조적 폭력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종 면접이었는데, 같이 면접에 들어갔던 사람이 ‘수지랑 이민호랑 사귀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시사질문이었는데 황당했다. ‘나비랑 나방의 차이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항공사 면접에서 이런 질문은 왜하는지 의도조차 모르겠다. 우리를 당황시키려고 하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