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이렇게 말해요. ‘선체 인양한다 그랬잖아’ 아직 아무것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 인양은 발표만 한 건데. 우리 은화는요, 선생님 말씀을 너무 잘 들어서 그냥 그 자리에 있다가 못 나온 아이입니다. 정부가 아직도 수습하지 못해서 세월호 안에 있는 미수습자입니다. 아직 세월호 안에 사람이 아홉 명 있습니다. 자식을 찾지 못한 우리는 사람다운 삶을 못 살고 있습니다. 차라리 내가 은화랑 바꿔서 세월호 안에 있고 싶은데···나도 유가족이 되고 싶어요. 아직 수습도 안 됐는데 안전한 나라가 가능할까요”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 이금희 씨)
29일 오후 7시, 대구시 달서구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세월호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이 참여한 간담회 ‘달라지겠다는 약속, 대한민국은 지키고 있습니까?’ 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1년을 넘겼는데도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조차 관철되지 않은 가운데 아직 수습되지 못한 희생자를 떠올리며 참척의 심정을 말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1년을 넘겨서도 아직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시작되지 못한 가운데, 국회는 간담회가 열린 당일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관련해 해양수산부가 공포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 특조위의 조사 1과장을 검찰 서기관이 맡도록 했는데, 이를 두고 진상 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문제 제기가 이어진 배경이 있다. 국회법 개정으로 해양수산부의 시행령 등의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등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가 수정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당초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지만, 지금은 진상조사의 독립성마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조사 1과장을 민간이 맡음으로 최소한 조사의 독립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특조위의 한계를 “조사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항에서 앞으로 실제 조사에 착수했을 때 하나하나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 지적하며, 민간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위한 ‘범국민진상규명위원회’를 결성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유가족들은 ▲유가족, 시민, 여러 단체가 참여하는 ‘통합적 상설단체’인 4·16연대를 꾸리고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4.16인권선언을 준비하며 ▲6월 13일 세월호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박은희 (단원고 2학년 3반 故유예은 씨의 어머니) 씨는 “그날 자기를 구하러 올 거라는 사람들이 멀어졌을 때 느꼈을 절망감, 인간의 존엄을 갈기갈기 찢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우리도 청와대 앞에서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했고, 아직 미수습자 아홉 명이 있는 세월호를 인양하지 말라고 하며 인간 존엄을 훼손하고 있다”며 “사람답게 사는 삶이 어떤건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로 판도라의 상자를 연 느낌이다. 모든 악의 고리를 다 봤다. 이제는 외면할 수가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성실 (단원고 2학년 4반 故김동혁 씨의 어머니) 씨는 “시간이 지나며 상황도 많이 변했지만, 단 하나 아직 바뀌지 않은 것은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온전한 선체 인양을 통해 미수습자를 꺼내야 하고,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냥 빨리 다 끝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내가 또 지켜야 할 게 있다. 동혁이 동생이다. 그리고 우리”라며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더 큰 불행을 겪을 것 같다. 안전사회를 위해 무언가라도 한 가지는 이루고 싶고, 안 되더라도 그 초석을 만들고 싶다. 그 다음에내 가슴에 있는 자식을 꺼내 놓고 좀더 그리워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세월호참사 대구대책위가 주최했고, 전교조 대구지부 성서지회가 주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시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