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들이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18일 오후 2시,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대구경북유족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전쟁 전후 국가의 집단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지난 2012년, 이낙연 당시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피해자에 대한 진상규명 특별법’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과거사 조사와 진실 규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족회는 이날 “유족들은 연좌제로 가슴에 납덩이를 얹고 살다가 아버지를 찾아 이승을 떠나고 있다. 은폐한다고 감추어지지 않을 우리 민족의 큰 아픔인 민중항쟁을 재조명하여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유족들을 연좌제로 몰아간 정권들을 성토하려고 특별법 서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며, “더 늦기 전에 특별법을 만들고 과거사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회장은 “우리 부모님들이 아직 이 골짜기 저 골짜기에 시든 국화처럼 뼈가 널브러져 있다. 제발 더 늦기 전에 특별법을 만들어 미움도 억울함도 내려놓고 상생의 길을 같이 가야 한다”며 “생활 지원 등은 바라지도 않지만,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아버지의 유골발굴사업을 해서 위령비를 세우고 술 한잔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대부분의 자손이 아직도 부모님이 무슨 죄인인 양 알고 숨어서 입에 올리지 않는 천하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며 “우리는 부모에 대한 것도 제대로 모르고 이승을 떠날 때가 다가온다.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 국회에 3년 동안 잠자고 있는 특별법 통과를 위한 힘을 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정제(68) 씨는 “삼촌이 학살 피해자다. 지난날 억울하게 살았다. 후손들은 15년 전까지만 해도 국가 공무원도 못 하고 출국도 어려웠다”며 “이제라도 특별법을 제정해서 억울하게 피해받은 것도 바로잡아야 하고, 명예회복도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대구경북유족회는 10월 항쟁, 보도연맹사건, 가창골·경산코발트광산 학살 희생자 유족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대구경북유족회는 앞서 14일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는데, 현재 대구에서 1천여 명이 서명했다. 유족회는 현재 유족회가 파악하는 전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수 만큼인 100만 명의 서명을 전국에서 받을 계획이다.
한편,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는 한국 전쟁 전후 군경, 미군, 인민군 등으로부터 학살당한 민간인이 100만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민간인 학살을 해방 이후 국가 수립 과정에서 벌어진 정치 폭력이며, 국가가 사실상 학살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한 학살’이라고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