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풍자 그림을 그린 혐의로 기소된 시민 김 모(21) 씨의 첫 공판을 앞두고 무죄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푸가지’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김 씨는 지난 1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생가 터 인근, 동성로 야외무대 등 대구 번화가 다섯 곳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한 그래피티 ‘파파치킨’을 그렸다.
당시 중구청은 대구중부경찰서에 신고했고,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11월 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김 씨를 ‘재물손괴죄’ 혐의로 벌금 100만 원을 약식명령했으나, 김 씨는 불복했고 이에 재판이 열리게 됐다.
대구경북민족미술인협회 등 40여 개 단체는 8일 오전 10시 첫 공판이 열리기 30분 전인 9시 30분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의 무죄판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구시내 곳곳에 지천으로 수많은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는데 파파치킨만 유일하게 이례적으로 빨리 지워지고 수사 고발 조치됐다”며 “이는 최근 수개월간 발생한 윤철면, 둥굴이, 변홍철 등의 활동가들이 배포한 정권비판 전단지 과잉수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경찰청이 VIP나 정부를 비난하는 전단지를 살포하거나 낙서하는 경우 대응 방법을 일선경찰서에 배포했다. 짐작건대 이 사건을 좌시한다면 박근혜 정권과 지방권력의 표현의 자유 탄압이 잇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전임 대통령을 풍자적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혐의를 만들어 처벌한다면 예술가들은 자기검열에 빠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수환 대구민예총 고문은 “예술이 본래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으면서도 인간에게 유익한 것”이라며“풍자가 없는 세상은 삭막할뿐더러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활동가는 “유소희 교수가 수업에서 정권을 비판했다고 법정에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법정에 세우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유죄로 판결한다면 법원이 표현의 자유 보다 정권 눈치를 보는 것에 급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