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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5년03월24일 10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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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밖으로 쫓겨난 세월호 유가족과의 간담회
성균관대 학생들, 학교 측 행사 불허에 교문 앞 간담회 진행...유가족, “힘들어도 끝까지 기억해 달라”

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열린 유가족과 대학생들의 간담회가 대학 측의 장소 대여 불허로 인해 교문 밖에서 진행되어야만 했다.

성균관대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 준비팀’(아래 준비팀)은 23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예정된 간담회를 강의실이 아닌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 진행했다. 심지어 이들은 앰프 등을 사용하기 위한 전기도 학교에서 끌어 올 수 없어 정문에서 70미터 가량 떨어진 서점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학생들의 손피켓이 담벼락에 붙어있다.(사진출처:비마이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학생들의 손피켓이 담벼락에 붙어있다.(사진출처:비마이너)

준비팀에 따르면, 간담회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 준비팀 일원인 신민주 씨(유학동양학과, 22)는 학교 행정실 사이트를 통해 강의실 대여 신청을 했고, 다음날 승인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학교 측은 바로 다음날인 18일 ‘교육 목적 이외의 강의실 대여는 불가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내 강의실 대여를 불허했다. 외부인이 들어오는 행사에 강의실을 빌려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준비팀은 간담회 장소를 학내의 야외 원형 극장으로 바꾸고 행사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이 또한 학교 측이 제지했다. 이에 신 씨 등은 학내 강의실 대여 등을 담당하는 학생지원팀을 면담하고 “유가족 간담회를 준비하는 구성원 모두가 성균관대 학생이며, 학내의 수많은 초청 강연이 진행되고 있는데 유독 유가족 간담회만 불허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학교 측의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성균관대 홍보팀 관계자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이전에도 학생들이 외부 인사를 데려와 초청강연을 하면서 (신고한 목적과 다른) 마케팅 등을 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교육 이외의 목적으로 진행되는 행사는 허가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9월에도 학생들과 세월호 유가족의 간담회에 장소 대여를 불허해 간담회가 정문 앞에서 진행되어야 했는데, 이런 일이 올해에도 반복된 것이다.

이 때문에 학교 밖으로 쫓겨난 준비팀은 “당당하게 등록금을 낸 학생으로서, 학내 공간에 대한 권리가 있다”, “학교 안에서는 사회에 대해 어떤 것도 요구하지 말라는 학교의 요구에 순응할 수 없다”라고 밝히며 이번 조치에 불만을 드러냈다.

“유가족 비난 댓글, 고소장만 천 장 넘게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담회는 3월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 속에서도 50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유가족으로는 단원고 2학년 권오찬 학생의 형인 권오현 씨(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총무)가 참여했다.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권오현 씨(오른쪽).(사진출처:비마이너)

권오현 씨의 동생 권오찬 군은 4월 16일 첫 번째로 발견된 사망자였다. 권 씨는 “당시에는 누가 자기 가족이 사망자로 발견되길 바랬겠나. 그랬던 유가족들에게 험난한 1년의 시간이 지나갔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이드신 분 중에는 ‘얼마나 더 받으려고 그러냐’면서 유가족들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장례를 7일 동안 치렀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장례식장 와서 처음 한다는 이야기가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수의는 얼마짜리를 하셔야 하구요...’하는 등이 이야기 였다”며 공무원들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쏟아졌던 비난 여론 때문에 힘들었던 일도 이야기했다. 그는 “일부 목사들이 ‘돈 없으면 경주를 가지 왜 제주도를 가나’, ‘안산은 판자촌이다’ 같은 막말을 해서 내가 직접 고소장을 쓰기도 했다”며 “하지만 경찰에서는 증거불충분이라고 한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관련 기사가 천 개가 넘게 나오는데 말이다. 그 이후로 내 손으로 쓴 고소장만 천 장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현재 트라우마센터가 건립되어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유가족은 절반 정도에 그친다”라고 밝혔다. 실제 자살 기도를 하는 유가족들도 있어서 이런 분들은 꼭 트라우마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나머지 분들은 “치료를 받으면 자식에 대한 생각을 앞으로 더 안하게 될까봐 일부러 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잊지 말자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기억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럴 수 있도록 유가족들도 더 힘내서 활동하겠다”라고 밝히며 말을 마쳤다.

한편, 성균관대 외에 경기대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진행하려는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가 학교 측에 의해 불허되었다. 지난 18일 학내 학술모임 ‘봄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간담회를 위해 신청한 장소 대여에 대해 ‘정치적 행사’라는 이유로 불허한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지난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강연이 학내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치적 행사이기 때문에 허가할 수 없다는 조치가 모순된다며 반발하고 있다.(기사제휴=비마이너)
 

▲야외에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5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사진출처:비마이너)

 

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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