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박근혜 전단지’를 뿌린 시민에 과잉수사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경찰이 전단지 배포자의 아내가 운영하는 출판사를 방문해 내부 구조를 채증했다.
9일 오전 9시 30분경, 대구시 수성구의 한 출판사에 수성경찰서 지능팀 형사 3명이 방문했다. 지난 16일 새누리당 대구시당 당사 앞에서 ‘박근혜 전단지’를 뿌리고 당시 사진을 SNS에 올린 변 모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변 씨에게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5일까지 출석요구를 했으나 변 씨는 이에 응하지 않은 바 있다.
경찰은 출판사 내부를 캠코더로 촬영했다. 당시 출판사에 홀로 있던 L(27, 여)씨에 따르면, 경찰은 L씨에게 신분을 밝히지 않고 L씨의 동의 없이 촬영을 시작했다. 추후 경찰은 신분을 밝혔으나 L씨는 공포감을 느꼈다.
10일 변 씨는 출판사에 들렀다가 경찰이 캠코더로 출판사 내부를 촬영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보도자료를 통해 “피의자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회사에, 양심 및 표현의 자유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출판사에 와서 법적 근거도 없이 촬영하고 사건과 관련 없는 직원의 얼굴까지 채증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인권침해이자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변 씨는 경찰의 채증이 압수수색을 하기 전 준비단계라고 파악하고 있다. 변 씨는 <뉴스민>과의 통화에서 “과잉수사다. 혐의가 무엇이든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는데 원칙도 지키지 않으며 채증한 것은 범죄자로 취급한 것”이라며 “압수수색을 대비해 피의자의 동선 등을 파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당시 출판사를 방문했던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변 씨와) 만날 수 없어서 출판사에 명함을 두고 왔다. 전단지를 배포했으니 경위를 알아야 하는데 출석을 하지 않고 있다”며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다른 직원이) 촬영했을 것이다. (출판사를 방문한 것에) 책잡히지 않기 위해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한 변호사는 "영장 없이 건물에 들어와서 영상을 찍어가는 것은 주거침입의 여지가 있다"며 "수사활동이라고 해도 과하다. 전단지를 뿌린 것은 이미 피의자도 인정하고 있고 더 이상 수사할 내용도 없는데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을 찍는 것은 채증이라기보다는 사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청 예규 채증활동규칙은 경찰이 집회 시위 및 치안 현장에서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촬영, 녹화 또는 녹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31일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 채증 건수는 2010년 2,329건, 2011년 3,422건, 2012년 4,007건, 2013년 5,366건으로 매년 1천 건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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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씨가 지난 16일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뿌린 유인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