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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5년03월10일 18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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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 일한다’ 한마디가 머뭇거려져요”
[여성노동자, 말하다] (9) 보육교사

김규현 기자 gyuhyun@newsmin.co.kr

[편집자 주] 뉴스민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노동자의 삶과 노동, 투쟁을 연재합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힘을 모아낸 여성노동자, 노동조합은커녕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운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2주에 한 번씩 십여 차례 연재하고자 합니다. 제보와 문의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뉴스민 (070-8830-8187, newsmin@newsmin.co.kr)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권민아 씨(가명, 25)와 수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 일이 끝나고 답장을 주겠다던 민아 씨는 밤 11시가 넘어서야 답장을 했다. 문자를 주고받는 일주일 동안 민아 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야근했다.

민아 씨의 하루는 노래로 시작한다. 노래를 부르면 아이들도 따라 부르며 집중한다. 아이들에게 오늘 하루 활동을 소개하고, 수업을 시작한다.

민아 씨는 대구 한 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다. 오전 시간은 항상 금방 지나간다. 그는 “아침에 노래로 집중시키고, 오늘 할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활동하고, 그러다 보면 밥 먹을 시간이 된다”고 말했다.

민아 씨 교실에는 18명의 아이가 있다. 만 2~4세 아이들이다.

그는 “보통 다 정원을 초과해서 받는다. 만 2~4세 아이들은 정원이 7명인데, 2명 더해서 9명까지 받을 수 있다. 일단 풀로 다 넣는다”며 “한 반에 교사 2명이 들어가서 18명을 보는데, 같이 일하는 선생님이 화장실을 가거나 하면 혼자서 18명을 봐야 한다. 그러면 진짜 미친다”고 하소연했다.

점심시간에도 민아 씨는 쉴 틈이 없다. 그는 “스스로 먹는 아이들은 자기가 먹을 수 있게 놔두면 되는데, 먹여줘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분명히 자기가 떠먹을 수 있는 아이인데, 집에서 엄마가 먹여주는 버릇하면 어린이집에서도 안 먹고 가만히 있다. 그러면 내가 가서 떠먹이게 된다”고 말했다.

점심을 다 먹고 나면 아이들 한 명 한 명 양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시간이 지나면 잠깐 여유가 찾아온다. 바로 아이들 낮잠 시간이다.

민아 씨는 “양치하고 낮잠 시간이 있다. 그러면 잠깐 쉬는 시간이 생긴다”며 “아이들 잘 때 수첩 쓰고, 일지도 쓰고, 해야 할 것들을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하루 동안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수첩과 일지에 빠짐없이 기록한다. 수첩은 아이들의 집으로 보내고, 일지는 어린이집에서 보관하는 용도다.

만 2세 미만 영아반을 맡았던 김사은 씨(가명, 25)도 낮잠시간이 유일한 휴식시간이었다. 그마저도 수첩, 일지 등 할 일이 있지만, 커피라도 마실 여유가 생긴다.

사은 씨는 “따로 (교사들) 쉬는 시간이 없다. 애들 잘 때 수첩 쓰면서 커피 마시는 게 전부다. 교사실도 따로 만들면 사용할 수 있는데 보통 어린이집에서 교사실을 잘 안 만든다”고 말했다.

수업준비, 행사준비로 야근이 일상
출퇴근 시간 따로 없는 보육교사

민아 씨는 교재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다. 어린이집 방침이다. 물감 찍기라도 있는 날이면 그 전날부터 정신이 없다.

그는 “물감 찍기 하면 그 전날 물감을 다 준비해 놓는다. 물감 찍기 한번 하면 교실은 난장판이 된다. 물감 찍고, 정리하고, 점심도 먹여야 되고. 그런 날은 진짜 싫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민아 씨는 재롱잔치 준비와 신학기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그는 “요즘 신학기 준비하느라 한창 바쁠 때다. 재롱잔치가 2월 말에 있어서 재롱잔치 준비도 같이했는데, 아직 신학기 준비는 덜 끝냈다”고 말했다.

보통 어린이집 재롱잔치는 12월 말 또는 1월 초에 하지만 민아 씨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재롱잔치가 2월 말이라 신학기 준비까지 겹쳤다.

그는 “보통 12월 말, 1월 초에 재롱잔치를 하는데 이번에 2월 말에 해서 시간이 빠듯하다. 12월 말에 하면 그때부터 2월 말까지 시간이 꽤 있다. 그 시기에 신학기 준비를 하면 되는데, 지금은 재롱잔치 준비랑 신학기 준비를 같이해야 해서 야근이 많아졌다”며 “아직도 야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모두 나간 어린이집에서 민아 씨는 재롱잔치를 준비한다. 악기도 꾸미고, 무대에 쓰일 음악을 준비한다. 신학기 맞이 교실 꾸미기도 겸사겸사 한다. 교실 꾸미기에 쓰일 만들기는 항상 두 개씩 만든다.

민아 씨는 “토끼를 만들어서 붙여 놓으면, 아이들이 귀를 뜯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예상치 못하게 또 만들어야 하고, 그러면 또 야근이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두 개를 만든다. 야근 안 하려고. 좋게 말하면 요령이 생긴 거다”고 말했다.

보육교사의 야근은 언제 어떻게 생길지 예상할 수 없다. 재롱잔치나 부모 면담 등 행사가 있기 전날이면 무조건 야근이다. 아이들이 있는 시간에는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정규반은 오후 3시면 끝난다. 3시부터 5시 30분까지 종일반을 운영한다. 민아 씨의 퇴근 시간은 오후 6시이지만, 종일반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갈 때까지 어린이집을 지켜야 한다.

민아 씨는 “종일반 차량이 보통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나간다. 만약에 아이를 데리러 오시는 분들이 있으면 오실 때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며 “매일매일 6시, 7시에 데리러 오시는 분들도 있다. 교사 퇴근 시간은 생각 안 해주시고, 당연한 듯이 그 시간에 항상 오시는 분들은 좀 얄밉다. 그렇다고 내가 퇴근해야 하니까 빨리 데리고 가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출근 시간도 마찬가지다. 당직이 아닌 날에는 8시 30분까지, 당직인 날에는 7시 50분까지 출근하기로 했지만, 학부모의 사정으로 출근 시간을 앞당겨야 했다.

민아 씨는 “원래 아침 차량이 8시 10분까지 어린이집에 들어오는데, 부모님이 사정이 있어서 좀 일찍 태워달라고 했다. 그래서 차량이 8시까지 들어온다. 그래서 당직 출근 시간도 아예 바뀌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서 일한다” 한마디가 머뭇거려져
송도 어린이집 사건 이후, CCTV 의무화 여론 불편해

인천 송도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시작으로 각종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언론에 쏟아지고 있다. 여론은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해서 학대를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치 보육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이 민아 씨와 사은 씨는 불편하다.

최근에는 아이들을 쓰다듬어 주는 것도 망설인다. 아이들을 대하기 전 내 모습이 CCTV에 어떻게 찍힐까부터 고민하게 된다.

민아 씨는 “요즘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손을 대는 것도 학대로 들어가 버릴까봐. CCTV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으니까”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우는 아이를 달랠 때도 마찬가지다. 어린아이들은 안아서 달래면 울음을 멈추지만, 의사 표현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연령대가 되면 안아주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민아 씨는 “말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은 논리적으로 이렇게 해서 이렇다 얘기하면 알아듣고 멈춘다. 그런데 고집 피우고 우는 아이들은 다 울 때까지 놔둬야 한다”고 말했다.

사은 씨도 “그럴 때는 화가 사그라질 때까지 놔둔다. 그러면 나중에 와서 ‘다 울었어요’하면서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또 그 장면을 CCTV로 보면 그냥 방치해뒀다고 보이니까”라고 말했다.

보육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에 민아 씨는 보육교사라고 말하기가 꺼려진다. 그는 “누가 요즘 뭐하느냐고 물으면 ‘어린이집에서 일해’이 한마디가 머뭇거려진다. 그래서 ‘그냥 일해’정도로 얼버무린다”고 말했다.

사은 씨도 “내가 보육교사를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물어본다. 장난식으로 ‘넌 안 그러지?’, ‘너도 그러나?’면서 물어본다”며 “내가 이런 말까지 들으면서 이 일을 해야 되나. 솔직한 마음은 그렇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적응 못 할까봐 엄마들 와서 애들 노는 거 보라고 CCTV를 설치했는데, 이제는 그냥 보육교사 감시용이다”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뭐라 해도 훌륭한 일 하고 계신 겁니다”
CCTV 의무화 아닌 보육교사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사진-무한도전 방송화면 갈무리)

CCTV 사각지대에 대해서 우려하기도 했다. 민아 씨는 “CCTV를 설치해도 분명히 사각지대는 있을 거다. 꼭 의무화가 아니라 본질적인 게 바뀌어야 되는데 너무 CCTV 의무화 쪽으로만 몰고 간다”며 “제일 좋은 건 아이들이 행복해서 즐겁게 어린이집에 다니면 되는데, 그게 너무 보여주기식이라서 좀 그렇다. CCTV가 의무화되면 더 보여주기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보육교사 1,6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육교사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73.5%가 교사 1인당 유아 수를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교사의 업무가 많고, 현재 법정 인원으로는 보육의 질이 낮아지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민아 씨는 “일단 법정 인원이라도 좀 많이 낮췄으면 좋겠다. 지금의 반은 낮췄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원장님들이 싫어할까”라며 “급여도 좀 올리고…. 근무시간이라도 1시간 만이라도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민간보육시설 보육교사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9.7시간이었다. 영유아보육법은 보육교사 근무시간을 평일 8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8시간 전후로 연장되는 시간은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민아 씨는 한 번도 초과근무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

보육교사가 해야 할 일은 보육만이 아니다. 수업 계획 및 준비, 행사 준비, 수첩 및 일지 작성, 교사 회의, 학부모 교사 회의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업무가 있다. 그에 비해 급여, 수당 등 처우가 부족해 본질적인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상당했다. 

민아 씨는 “사람들이 보육교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애들 좋아서 했겠지 이런 식으로 쉽게 이야기한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지 잘 모르니까 그냥 쉽게 내뱉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근 MBC 예능 ‘무한도전’에서 <무도 어린이집> 특집을 방송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일일 보육교사가 되어 보육교사의 하루를 보여줬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 멤버들은 입을 모아 “선생님들이 존경스러워요”라며 보육교사들을 응원했다. 또, 유재석 씨는 “뭐라 해도 훌륭한 일 하고 계신 겁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아 씨는 “사람들이 우리 처지에 대해서 많이 알면 좀 덜해질까. 그런 시선들이”라며 말을 끝냈다.

김규현 기자 gyuhyun@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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