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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5년03월06일 10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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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으려 만든 뮤지컬, ”지켜지지 못한 약속: 다녀오겠습니다”
[인터뷰] 세월호 참사 뮤지컬로 만든 고등학생 극단 ”메모리즈”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다녀오겠습니다” 2014년 4월 16일, 들뜬 마음으로 인사를 하고 나선 고등학생들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니, 지켜지지 못했다. 왜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라도 알고자 했던 이들에게 국가는 침묵을 요구했다. 상처와 아픔의 시간이 이어졌지만, 잊지 말자는 다짐들이 이들을 보듬었다.

지난 2월 14일 대구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뮤지컬 공연 “지켜지지 못한 약속: 다녀오겠습니다”가 열렸다. 이날 두 차례 공연을 한 주인공은 극단 'Memories(메모리즈)'. 이 극단은 고등학생 6명으로 구성됐다. 작년 4월부터 준비해 극본과 연출, 연기까지 직접 해냈다. 일정이 엇갈려 지난 2월 공연을 보지 못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극단에 재공연을 부탁했고, 오는 3월 28일 재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된 극단 메모리즈 단원 이동원, 정혜리, 김지민, 박효인, 이유정, 김수민 씨를 만났다.

▲극단 메모리즈

세월호 참사, 수학여행, 우리의 이야기

처음부터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을 만들 작정은 아니었다. 이유정, 이동원 씨가 청소년단체 ‘반딧불이’에서 해오던 드라마 콘서트 프로젝트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같이 준비하던 사람들이 다 떠나고 둘만 남았다. 연극을 해보고 싶었던 이들은 4월 초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단원을 모집했다. 오디션도 봤다. 2:1의 경쟁률을 뚫고 6명이 모였고, 주제를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주제 이야기를 하면서 5월이 됐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던 가운데, 세월호가 나왔다. 세월호 참사가 있고, 3주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애초 공연 예정일이 11월이었는데, 당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분위기를 보니, 11월까지도 문제 해결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1월이 되면 사람들은 잊고 있을 텐데, 그때 공연을 하면 한 번쯤은 다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쉽지 않았다. 너무 어려운 주제라는 의견도 있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꼭 한번 다루고 싶었다.

“언론을 통해서 본 세월호 참사 모습을 보면 국가가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들었다. 당시 우리 또래에는 수학여행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퍼져 있었다. 우리가 직접 겪을 수 있는 일이라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꼭 연극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아픈 이야기지만 선견지명이었다. 보상이 아닌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요구한 유가족과 시민의 목소리에 정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우여곡절 끝에 발족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지금도 제대로 활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걸 안 했으면 몰랐을 이야기...”

준비 과정이 길어져 2월이 되어서야 첫 공연을 하게 됐다. 극본도 써야 했고, 연습도 해야 했다. 학교 보충수업도 있어, 연습시간을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무거운 주제였고, 현재진행형인 일이기 때문에, 늦더라도 제대로 하고 싶었다. 신문 기사와 영상을 찾아봤다. 또, 대구에서 진행된 유가족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연극을 준비하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찾아보고 알게 됐다. 이걸 안 했으면 몰랐을 것 같다. 자꾸 이야기가 묻혀서 기분이 그랬다. 유가족을 조롱하는 댓글 같은 거 보면서 그만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응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직접 감정을 잡아서 연기하다 보니, 우리가 그 사건의 학생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뮤지컬은 크게 2장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평범한 학교생활과 수학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수요일에 떠나서 금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의 수학여행. 배를 탄 15일 밤까지도 즐거운 시간이 이어진다. 그러던 16일 오전 큰 굉음이 울리고, “아무 일도 아니니까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여객선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때부터 2장이 시작된다.

“전반부는 최대한 밝게 하려고 노력했다. 영상을 보면서 단원고 학생들이 했던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대본을 짰다. 후반부 장면은 특별한 효과를 주지 않아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후반부에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동영상을 남기는 장면이 있다.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연기로 했는데도 울컥했다”

그렇게 2월 14일 오후 2시, 7시 10개월을 준비한 공연을 두 번 했다. 누가 올까 걱정을 했었지만, 80석 소극장은 빈틈없이 꽉 찼다.

“연습할 때도 눈물이 잘 나지 않았다. 중간에 이렇게 할 거면 연극 접자고 그만둔 적도 있다. 전날까지도 삐거덕삐거덕 거렸다. 당일 아침에도 공연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극장에 꽉 찬 이들과 함께 상황에 몰입하니, 눈물바다로 바뀌었다. 끝나고 나서 돌은 안 맞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오늘 공연 본 사람들은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겠구나 했다. 연극을 본 친구 한 명은 카카오톡 알림말을 ‘4월 16일’로 바꿔 놓았더라. 진짜 잘했구나...”

▲지난 2월 14일 극단 메모리즈의 공연 포스터.

“이 슬픈 이야기가 마지막이기 위해선, 잊지 말아야 합니다”

두 차례 공연을 마치고 나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던 와중에 유가족에게서 연락이 왔다.

“유가족들이 공연을 보러 오고 싶었는데,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 일정과 겹쳐서 오지 못했다. 유가족들이 공연을 한 번 더 해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이 들어왔다. 유가족분들도 공연을 보러 온다고 하고, 세월호 참사 1년을 앞두고 다른 분들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수락했다”

공연을 마치자마자 다시 공연 준비에 나섰다. 극본 수정도 시작했다. 공연 장소도 조금 더 큰 곳으로 잡았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바빠졌지만,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극단 메모리즈는 작품을 더 가다듬어서 초청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라도 가서 공연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연습 공간이 따로 없어서, 이곳저곳 옮겨 다닐 때마다 계단이 많았던 탓에 극단이름을 ‘계단’으로 바꿀까도 생각했지만, 다시 메모리즈로 돌아왔다. 세월호 이야기를 다루면서 약자의 삶에 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는 메모리즈, 벌써 다음 작품으로 ‘송전탑’을 다루면 어떨까 고민 중이었다.

극단 메모리즈는 3월 28일(토) 오후 5시 꿈꾸는시어터(대구 남구 현충로 148)에서 “지켜지지 못한 약속: 다녀오겠습니다” 재공연을 한다. 수익금은 지난 공연 수익금과 함께 모아 세월호가족대책위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예매 문의는 메모리즈(010-7136-4355)나 뉴스민(010-8585-3648)으로 하면 된다. 지난 2월 공연 극본 일부를 유출한다.

“어쩌면 평범한 청소년들의 평범한 이야기일 수도 있었을 이 이야기. 아뇨,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끝내버리면 영원히 끝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슬픈 이야기가 마지막이기 위해선, 잊지 말아야 합니다.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이날을 꼭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슴 속에 깊게 새겨야 합니다. 지금도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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