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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5년03월02일 11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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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국과 삼평리
[연속기고]불법인간(8)

최창진 newsmin@newsmin.co.kr

[편집자 주]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을 하던 청도 삼평리 주민과 대책위 회원들은 벌금 폭탄을 맞았다. 지난해 7월 21일 새벽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자 이를 정면으로 맞서 저지했기 때문이다. 약 20여 명이 총 1억여 원에 달하는 벌금으로 삼평리 주민과 대책위 회원은 모두 불법인간이 됐다. 불법인간이 된 이들의 목소리를 뉴스민에 연속해서 싣는다.

여덟 번째 주인공은 최창진 씨다. 최창진 씨는 노동당 사무처장으로 활약하다 현재 대구에서 알바노조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삼평리에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 그리고 "정치권력"과  "핵마피아"가 어떻게 할머니들을 짓밟는지 확인했다. "주권보다 이권이 우선인 사회"에서 "주권자에게 권력이 돌아가는 민주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사진 출처: 장영식 작가


처절했던 지난여름 삼평리의 기억은 잠시 내려놓고,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좀 늘어놓겠습니다. 왜냐하면, 삼평리에서 국가공권력을 만나는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어원 데모크라티아(démokratia)는 고대그리스말로 인민-데모스(démos)와 권력-크라티아(kratia)의 합성어입니다. 즉 민주주의는 인민권력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권력이 어디에서부터 나오는지의 문제에 대해 민주주의는 ‘인민’이라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도 이 문제들 다루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대 그리스말이 어원인 인민권력이라는 뜻의 민주주의와 대한민국 헌법이 정하고 있는 민주주의가 같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음 공화주의. 공화국, 공화주의의 어원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는 라틴어로 공공의 것이라는 뜻입니다. 즉 레스 푸블리카는 사적인 것의 반대입니다. 사회공동체를 공화국이라고 부른다면 그 사회공동체는 국가권력을 통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경계하고 공공의 이익, 공적 영역을 위해 운영해야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공동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겠다는 것을 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즉,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공화국이 사회구성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는 데에 가장 적합하다는 인식입니다. 대한민국은 사회구성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공화국’입니다.

그렇다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몇 가지 장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송파 세 모녀 자살 - 민주공화국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최근 이 일에 대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잠깐 다뤘는데,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 모녀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사람도 이 일이 있기 몇 년 전에 자살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한 가족 모두가 자살한 사실 혹은 밀린 월세와 세금을 남겨놓은 그들의 심성은 핵심이 아닙니다.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사람은 자신의 병이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짐을 덜어 주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을 것이고, 세 모녀는 살아가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여기서 민주공화국이라는 시스템이 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 박원순 서울시장 – 사회구성원을 배제한 민주공화국.
박원순 서울시장은 보수기독교 대표자들과의 대화 중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공화주의의 측면에서 박원순 시장의 발언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사회구성원의 기본적 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선출된 대표자가 구성원의 존재에 대해 지지여부를 밝히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입니다. 공화주의 시스템에서는 존재하는 것에 대한 거부나 배제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특정한 정체성을 이유로 어떤 사회구성원들이 공동체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됩니다.

#3. 쌍용자동차노동자 대량해고 사태 – 사회구성원에게 폭력을 가한 민주공화국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해고무효소송에 대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된 것이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해당 대법관은 금융위기, 판매량 감소 등 자본가의 입장만을 근거로 받아들였고, 노동자 측의 주장은 묵살했습니다. 언제부터 대법원이 경제적 논리만을 따져 판결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법체계가 누구의 편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판결이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에 대한 노조의 파업투쟁에 대해 당시 국가의 공적인 권력이라고 하는 공권력은 사태의 원인을 따지는 법적 결정이 나기도 전에 폭력적으로 진압했습니다. 당시 민주공화국의 시스템은 한쪽 편에만 섰고, 다른 한쪽에 대해 폭력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그 후에도 25명의 노동자와 노동자의 가족들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삼평리. 삼평리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2014년 7월 21일 새벽, 한전은 자신들의 공사가 국가시책이니 합법적이라며 경찰을 앞세워 삼평리의 마지막 남은 송전탑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한전은 자신들의 공사에 대한 합법성과 정당성에 자신이 있었는지 경찰로 빙의하여 공사를 막는 주민과 연대활동가들을 연행하라는 둥 체포하라는 둥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한전직원들의 경찰 빙의를 모른 체하며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하다가 거세게 저항하는 주민과 연대활동가들을 하나둘씩 연행해갔습니다. (연행과정에 대한 이야기나 조사과정의 이야기는 다른 연속 기고글을 보시는 게 더욱 생생할 듯합니다.) 삼평리 송전탑과 관련하여 최종적으로 35명에 대해 80여건의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한전과 경찰이 말하는 법테두리를 벗어난 사람들 즉 불법인간이 35명이라는 겁니다.

삼평리에 세워진 345kV 송전탑의 본질은 대한민국의 에너지정책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에서 수요를 따진 후에 공급량을 조절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핵발전 위주의 전력생산체제는 생산량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향후에도 핵발전 중심의 공급계획을 가지고 있는 현 정부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생산량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핵발전 산업에 얽히고설킨 많은 이해관계들 때문에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핵발전소 건설-전력생산-전력판매-송전-대공장전력 할인사용 구조에서 큰 이권이 형성되는 것이고 이 이권과 관련하여 정치권력도 개입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주권보다 이권이 더 힘 센 사회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헌법 1조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주권의 크기가 다를 수도 없습니다. 사회구성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주권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왜 몰아내고 짓밟고 있는지,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기보다 핵마피아들의 사적 이익을 도모하고 있는지. 그 이유는 핵산업과 그것에 얽혀있는 여러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앞서 우리가 본 세 가지 장면에서 국가가 주권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지 못했고 공공의 이익보다 특정 자본의 이익을 중시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삼평리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마을주민들의 주권과 삶 자체보다는 핵산업과 전력산업을 통해 이익을 보는 이들의 이권을 더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핵산업에 이권이 있는 이들은 공권력까지 동원할 수 있는 힘을 가졌고 공권력은 주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집행보다는 이권에 관계된 이들을 위한 억지 법적용을 할 뿐이었습니다.

단 한 사람의 주권도 침해되지 않는 세상을 위하여

송전탑건설을 정당하게 한 하위법률(전원개발촉진법, 송변전시설주변지역지원법, 전기사업법)을 따져서 법집행을 하거나 송전탑건설을 강행하고 있지만, 이런 하위법률들은 이런 이권에 관계된 이들이 정치권력에 개입하여 입맛에 맞게 조정된 법들입니다. ‘민주공화국’의 주권 개념은 어떤 세력도 건드릴 수 없는 약속입니다. 헌법 1조에서 정하고 있기도 하지만, 근대 공화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삼평리에서 만들어진 35명의 주민과 연대활동가들을 불법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결코 엄중하고 순수한 법집행의 결과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잘못된 에너지정책과 이른바 핵카르텔이라고 하는 핵산업을 둘러싼 이권관계들에 의해 강행하는 핵발전소건설-송전탑/송전선로건설에 의한 결과인 것입니다. 주권자의 터전 위로 송전선로가 지나가도록 하고, 주권자의 마을 옆에 인간이 감당하지 못할 핵발전소를 세우고, 35명의 주권자를 불법인간으로 만드는 것.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민주공화국의 개념을 회복하고 주권자에게 권력이 돌아가야 합니다. 민주공화국의 원칙을 넘어서는 법적용보다 엄중한 것이 주권자가 주권자로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삼평리 35명의 불법인간은 주권자로서의 엄중한 권력을 행사했던 것이고, 국가의 공권력과 사법부가 그 어떤 제약을 가하더라도 주권자로서의 권력행사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주권자로서 엄중히 경고합니다. 주권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핵발전을 중단하고 초고압송전선로/송전탑 건설을 중단하십시오. 주권자와 삶의 터전인 자연을 위하여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하십시오.

최창진 newsmin@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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