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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5년02월26일 15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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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의 사랑 이야기이다
[연속기고]불법인간(7)

서상도 newsmin@newsmin.co.kr


 

[편집자 주]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을 하던 청도 삼평리 주민과 대책위 회원들은 벌금 폭탄을 맞았다. 지난해 7월 21일 새벽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자 이를 정면으로 맞서 저지했기 때문이다. 약 20여 명이 총 1억여 원에 달하는 벌금으로 삼평리 주민과 대책위 회원은 모두 불법인간이 됐다. 불법인간이 된 이들의 목소리를 뉴스민에 연속해서 싣는다.

일곱 번째 주인공은 서상도 씨다. 평생 삼평리에서 살아온 '그녀'에 이끌려 삼평리를 찾게 됐다. 삼평리에서 벌어지는 경찰과 한전, 국가의 폭력에 분노했다.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 만큼이나 무모한 싸움이라고 생각했지만 서상도 씨는 기꺼이 '그녀'들과 함께 싸우는 길을 택했다. 서상도 씨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보자,

“ 나 애국자 하기 싫은데.... ”

언젠가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이다. 나는 즉흥적으로 깔깔 웃어버렸지만 곱씹을수록 점점 더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된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9월 초. 사람들의 부끄러운 짓에 못 이겨 산이 얼굴을 붉히기 시작하였을 때였다. 그녀는 반팔 티셔츠와 아주 편해 보이는 긴 치마를 입고 있었고 치맛자락은 그녀의 무릎 밑에서 나풀거렸다. 당최 나는 왜 그 버스에 올랐고 왜 삼평리에 갔던가? 그녀 때문이었을까? 그렇다. 그녀 때문이다. 그녀는 평생을 그곳에서 살았다고 하였다. 그녀는 농군에게 시집을 와 땅을 일구어 대지의 신에게 삶을 얻고 자식을 길렀다. 그녀는 산에서 캔 약초들로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지켜왔다. 땅은 그녀를 지켰다. 그녀를 둘러싼 세계를 지켜왔다. 그녀의 머리에 눈이 내리고 등이 조금씩 굽어감에 따라 그녀는 자신을 지켜준 땅에 묻히겠노라 긴긴 다짐을 하였다. 그러한 그녀의 땅에 무언가 섬뜩한 것이 들어왔다. 아주 낯선 것이었다. 그것은 차가웠고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 잿빛의 무언가였다. 그것은 불길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것에 공명하듯 은사시나무들은 몸을 떨었다. 그것을 가져온 자들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칼을 들이댔다. 그리고 말했다. 여기서 나가달라고. 그녀는

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왜 자신이 이 땅에서 나가야 하는지도 무엇 때문에 그것이 차가운 빛을 발하는지도 몰랐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쳐 그녀의 미간 사이의 주름으로 스며들었다. 그녀가 어리둥절해 있는 동안 그 낯선 물건을 가져온 자들은 그녀와 같은 땅에 살던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어? 뭐지? 그런데 경찰이 그것을 돕네?

1,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내용이다. 백과사전을 찾아보았다.

민주공화국 : 공화국 중 주권(主權)이 국민 전체에 있는 국가. 공화국 중 주권이 귀족에 있는 귀족공화국, 주권이 한 계급에 있는 계급공화국 등과 다르다. 공화국은 군주국이 아닌 국가, 즉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하여 국정을 운영하며.... (이하생략)

....이상했다. 사전이 잘 못 된 걸까? 사전대로라면 그녀는 국가의 주권이고 권력은 그녀로부터 나와야했다. 그리고 국가는 그런 그녀를 보호해야했다. 하지만 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그렇지 않았다.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은 주권이 한 계급에 있는 계급공화국도 아니고 주권이 귀족에게 있는 귀족 공화국도 아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 국민의 안전을 보호 하고 지켜 줘야하는 경찰이라는 집단이 그녀를 그녀의 땅에서 밀어내 구겨버리는 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간부는 그녀를 둘러싼 조그만 세계의 사람들에게 돈 봉투를 돌려 오랜 세월의 정을 끊어놓고 서로를 노려보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이 과연 민주공화국일까 하는 의구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계급 공화국이지 않은가? 낯설고 차가운 물건을 그녀의 포근한 땅에 박고 대의명분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논리를 앞세우고서 뻔뻔한 표정을 짓는 한전이라는 집단이 주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불현 듯, 불현 듯 나는 그녀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나 애국자 하기 싫은데....”

그랬다. 그녀는 정말로 솔직한 말을 했던 것이다. 행복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 거였다.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자신의 국가는 더 이상 행복의 나라가 아닌 것이었다. 국민이 주권을,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추구하며 살 수 있는 국가가 아닌 것이었다. 그녀는 그러한 국가에 애정을 주기가 힘이 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국을 하는 방법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자신에게 행복을 주지 못하는 ‘국가‘와 싸우는 것이었다. 싸움은 힘이 든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은퇴할 나이였다. 한 대수 선생님의 노래 행복의 나라 가사처럼 남은여생을 온갖 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작은 창가로 흘러드는 산뜻한 노는 아이들 소리를 들으며 행복의 나라에서 눈을 감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비겁하지 않았다. 용감했다. 그래서 싸웠다.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지만 그녀는 슈퍼 계란이었다. 작고 늙은 육신은 주먹을 쥐고 일어났다. 그녀보다 몸집이 훨씬 큰 집단이 그녀를 밀어내고 짓누르고 온갖 술수로 약해지게 하려 하였지만, 굳건히 서 있었다. 꺾여도 다시 일어났다. 보이지 않는 울타리로 가둬도 훌쩍 뛰어넘어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생을 지키려는 그 몸짓과 외침... 부끄러웠다. 크고 젊은 육신을 가지고 있는 나는 여태껏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며. 그때부터였다. 나는 어느새 그녀가 되어서 그들과 싸우고 있었다. 앞서 말했지만 싸움은 힘이 든다. 정말 힘이 들었다. 정신과 육체 위에 무거운 돌덩이가 짓누르고 있는 거 같았다. 그러나 그녀가 나를 보고 미소 한 번 지어주면 그 돌덩이는 사르르 녹아서 땅에 스며들었다. 그 미소는 맑고 고왔다. 아름다웠다. 나는

나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불법인간. 그들에게 그녀와 나, 우리는 불법인간이었다. 그들의 국가에서 말이다. 그들과 우리의 국가는 달랐다. 우리의 국가는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이다. 그들의 국가는 글쎄, 뭐랄까, 그들의 국가에서 주권은 정부에 있으니 대한민국 정부공화국(?)이라고 할까? 하하! 우리는 그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의 대한민국을 되찾을 것이다. 우리는 불법인간이 아니다. 정부라는 집단의 불법적인 뜻에 거스르는 것이 불법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불법인간이 되어주겠다. 모순을 발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다. 우리는 국민이며 국가다.

우리는 불법인간이 아니다.

그녀의 이리도 맑고 고운 순수한 미소가 불법이라고? 천만에.
죽을 때까지 사랑하리다.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당신을 사랑해요

서상도 newsmin@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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