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구청 기자실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어딘가 안면이 있는 노인 세 명이 1층에서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명륜지구(50,117㎡, 남산동 명륜로11길 일원) 주민들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처음 명륜지구 재개발 사태를 취재(관련기사)하고 4개월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제 땅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만방으로 노력 중이었습니다. 그날도 중구청 건축주택과를 찾아 재개발 추진위원회 해산 신청 명단을 제출하러 가는 길이었지요. 설날을 앞두고 일이 많아 그날은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지만, 뒤가 켕기는 바람에 17일 다시 명륜지구를 방문했습니다.
명륜지구 재개발의 시작은 2006년 토지 등 소유자 300여 명 중 과반의 동의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구성된 재개발추진위는 2009년까지 토지 등 소유자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중구청에 정비계획 수립을 신청했습니다. 노령화된 지역이라, 주민들은 당시 재개발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 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동의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다시 반대로 돌아선 주민들은 반대 서명을 받았지만, 중구청은 이미 재개발추진위가 설립돼 효력이 없다고 했습니다. 대신 2014년, 중구청은 반대 주민에게 재개발추진위를 해산하면 재개발이 중단된다며 해산 절차를 수행하라고 했고, 이에 주민들은 다시 해산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재개발추진위가 해산되려면, 재개발추진위 구성에 동의했던 자의 1/2 이상, 또는 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 1/2 이상의 해산 동의서를 받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실제 토지 소유자와 연락하기가 어렵고, 신분증 사본을 받아 첨부해야 하기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30여 명의 동의 서명을 받으면 재개발추진위가 해산되지만, 진척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는 4월까지 결격사유 없는 해산 동의서를 받지 못하면 다시 대구광역시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구역 지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를 맞이한 한 주민은 곧있을 설날 연휴에도 서명을 받을 거라는 군요. <뉴스민>은 오는 23일부터 2일간, 지난 10월 이후 재개발을 막기 위한 명륜지구 주민들의 이야기, 80평생 50년을 명륜지구에서 살아오며 장롱 한편에는 하얀 알약을 싸 놓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2회에 거쳐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