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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5년02월05일 09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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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단지 삼평리에 살았을 뿐인데
[연속기고] 불법인간 (2)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편집자 주]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을 하던 청도 삼평리 주민과 대책위 회원들은 벌금 폭탄을 맞았다. 지난해 7월 21일 새벽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자 이를 정면으로 맞서 저지했기 때문이다. 약 20여 명이 총 1억여 원에 달하는 벌금으로 삼평리 주민과 대책위 회원은 모두 불법인간이 됐다. 불법인간이 된 이들의 목소리를 뉴스민에 연속해서 싣는다.

두 번째 주인공인 삼평리 주민 김춘화 씨다. 송전탑 공사가 시작되면서 그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송전탑 공사장으로 쫓아가는 게 하루 일과가 됐고, 평생 다녀보지 못한 경찰서, 법원을 드나들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연대자들을 만나 고맙다는 할머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박중엽 기자가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 늦은 여름 어느 날로 기억한다. 삼평리 주민 김춘화 할머니는 그날 대구지방법원에 출두했다. 할머니로서는 그날이 생애 세 번째로 법원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엄숙한 법정에서 판사는 그보다 더 엄숙한 표정으로 왜 고시 팻말을 훼손했냐고 추궁했다. 23호 송전탑 부지 인근에서 공사 방해를 하지 말라고 깨알같이 쓰인 팻말이었다. 연습장 공책 크기의 고시문 팻말 하나를 뽑았다고 마치 법원의 권위가 훼손당한 듯 추궁하는 재판장의 얼굴에 꼭 “책상 넘어 오면 다 내거”라고 짝꿍에게 윽박지르는 국민학생의 표정이 오버랩 됐다. 희극의 한 장면 같았다.

할머니는 논리적으로 추궁하는 재판장의 말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 했다. 재판장의 추궁에 할머니의 대답은 계속 겉돌았다. 방청석에서 보기에도 피고인석에 홀로 앉은 할머니는 불안해 보였다. 심리를 끝내고 건물 밖으로 나와 할머니를 부축했으나, 할머니의 정신은 아직까지도 피고인석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딘가 위태롭게 걷던 할머니는 결국 법원 남쪽 길 어귀에서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통곡이 울리는 골목길은 광야 같았고, 할머니와 나 사이는 피고인석과 방청석 사이만큼 아득했다.

지난 4월 김춘화 할머니를 만났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취재하며 할머니 집에서 자주 머물렀다. 그 당시에도 형사들, 한전 측과 언성을 높일 일이 이어졌다. 할머니는 매일 안정제를 삼켰다. 7월 공사가 시작되면서 결국 낮과 밤이 찢어졌다. 낮은 한전과 경찰에 맞선 전쟁의 시간, 밤은 삼평리를 찾은 연대자 들과 함께하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할머니도 낮의 할머니와 밤의 할머니로 나뉘었다.

낮의 할머니는 언제나 만신창이였다. 하청업체 직원에 밀려 도랑에 빠지기도 했다. 언쟁을 벌이다 바닥에 뒹굴기도 했다. 도청을 점거했다 끌려나오며 경찰에 오른쪽 팔이 꺾였다. 한전 황차장한테 오른손 엄지가 꺾여 수시로 통증이 찾아온다. 그래도 할머니는 누구도 고소 한 번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전 측은 달랐다. 공사를 방해했다며 억대의 이행강제금을 청구했다. 하청업체 직원은 ‘무릎 까진 것과 옷에 흙이 묻은 것’을 사진을 찍어서 할머니를 고소했다. 검찰 조사를 받았다. 평생 경찰서에 가는 것도 겁이 나던 할머니는, 검찰청과 법원을 드나들며 오기가 생겼다. 추호도 죄 지은 게 없다고 생각했고, 억울함이 커졌고, 그래서 마음을 다잡았다. 검사에게는 “국책 사업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죄가 아닙니까”라고 따졌고, 법정에 서는 것도 두렵지 않게 됐다.

모두가 할머니를 불법이라고 했다. 정작 오랜 시간 동안 파괴된 것은 할머니의 몸과 건강이고, 삼평리의 풍경과 공동체인데도 불법은 할머니의 몫이었다. 이 사단이 나는 동안 한전도 합법이라 죄가 없다, 주민 잡아가고 한전을 봐주던 경찰도 주어진 일을 한 거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도청은 권한이 없었다, 시공사 직원들은 시키니까 한 거라며 빠져나가는 것을 보며 할머니는 당신만 불법인간이 됐다고 생각했다.

사실, 할머니에게 ‘불법’ 딱지가 붙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었다. 누가 뭐라고 딱지 붙이는 것은 애초부터 의미 없는 일이었다. 그보다는 망가지는 몸, 망가지는 관계가 아쉬울 뿐이었다. 할머니는 그토록 싸웠던 경찰마저도 마음속으로는 불쌍했다. 송전탑 공사가 있기 전만 해도 경찰은 같은 도민이었고, 동네 이웃이었다. 버스가 안 올 때면 경찰차를 얻어 타기도 했고, 가끔 농성장에 오는 형사들에게는 할머니들이 먹는 밥상을 내오기도 했다. 아직도 할머니는 경찰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 오히려 안타까움만 늘었다. 황당한 일이 있었다. 그해 추석 직전,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 이름으로 돈봉투가 온 것이다. 이것은 필시 동네에 싸움 붙이는 일이라고 생각한 할머니는 곧바로 경찰서 정보과를 찾아 돈봉투를 돌려줬다. 이현희 전 서장이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꼬웠으나, 나름대로는 위로할 방법이 없어서 그랬던 것인가 싶기도 했다. 결국 이현희 전 서장과 이강현 한전 대경건설지사장 해임으로 정리되는 것을 보며 할머니는 불쌍하다는 마음마저 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이냐고 밤의 할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짐작 가는 바가 있기는 했다. 밤의 할머니가 반겨 마지않았던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 뜨겁던 삼평리의 여름을 찾았던 이들을 이제 할머니가 다시 찾아갔다. 시민단체, 노조 할 것 없이 삼평리를 찾았던 이들이 행사를 하거나 투쟁을 벌이는 현장 어디에나 할머니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1월, 할머니는 전교조 대구지부 출범식이 있던 자리에도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할머니는 마이크를 잡고 나와 연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전교조는 정말로 할머니에게 고마운 이들이었다. 집에 있는 남편이 마음고생을 하는데 전교조 선생님이 꼭 술을 같이 마셔줬다. 어디 가서 힘들다는 말도 못하는 남편인데, 매번 삼평리 농성장을 찾을 때마다 남편도 찾아왔기로, 남편과 당신 역시 많은 위안을 받았었다.

온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던 할머니, 여기에 그 할머니의 대답을 옮긴다.

“그 사단을 겪으며 싸웠는데 송전철탑이 저래 꽂히니 허탈하기 짝이 없지요. 참 열심히 싸웠는데···진짜 우째 해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점점 할매들하고 나도 상처만 깊어 가니까. 내 혼자 일 같으면 따질 것도 없는데 우리 나이 많은 할매들은 어쩝니까. 이제 남은 인생을 저거 송전탑 보며 살아야 가는 우리 할매들을 어쩝니까. 이 마음을 어떻게 치유를 해야 하겠습니까. 재판도 걸려 있는 게 많아서 법원 갈 일도 많아 정신력으로 버텨야 하는데 우리 할매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가 뭘 해서라도 우리 할매들이 마음에 보상이라도 받아야 할 것인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랑가 고민이 많았지요. 내가 득 본 것은 삼평리를 찾았던 그 연대자들을 만났다는 것 밖에 없습니다. 연대자들 생각하면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 할매들이 받은 위로를 어떻게 다 갚을지 막막합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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