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듣는 말입니다. “사람이 다 똑같아” 마찬가지로 흔히 듣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다 달라”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죠. 우리는 많은 부분이 같고,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우리 이웃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율하지구, 동호지구 번화가와 반야월장, 반야월 체육공원 등지를 걷다 보면 많은 사람과 마주칩니다. 나와 똑같고, 한편으로 나와 다른 이웃들.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별난 녀석들도, 나와 똑같으면서 다른 이웃 중 하나입니다. 안심지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민우를 처음 만났고, ‘잘 모르는 사람’에서 ‘직장동료’를 거쳐 ‘이웃 형’이 된 지 어느새 1년하고도 8개월이 흘렀습니다.
나의 이웃 동생 민우와, 민우가 사는 그룹홈 <미르빌>의 별난 녀석들을 소개합니다.
그룹홈 제도 (Group home system)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청소년·노인·장애인 등을 소수의 그룹으로 묶어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지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
민우와 미르빌 가족 순성이, 창현이, 정민이는 저와 많은 부분이 같은 동시에 다른 한 사람입니다. 처음 이 친구들을 만나면 무언가 다른 부분 때문에 고개를 갸웃 할 수도 있는데요, 그럭저럭 잘생긴 이 녀석들은 발달장애라는 조금 특별한 다른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Developmental disability) :특정 질환 또는 장애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의사소통, 인지 발달의 지연으로 인해 나이에 기대되는 발달이 평균적인 기대치보다 조금 낮은 경우를 말합니다.
뭔가 물어봐도 동문서답하거나, 가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하고, 영문도 모르게 즐거워하거나, 소리 지르거나, 방방 뛴다거나, 불현듯 어디를 쫓아나간다거나…….
좀 다르긴 해요. 그렇죠? 이런 다른 점을 처음 접한 분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합니다. 가끔 무서워하거나 놀라거나 하는 분들도 있는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꽤 오랫동안 가까이 함께 있어봤는데 괜찮아요. 그냥 제가 그때그때 기분이나 생각에 따라 웃거나, 말로 표현하거나, 춤을 추거나,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는 이런 행동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이 녀석들만의 방식인 거죠.
처음 이런 모습을 보면, 뭔가 이질감이나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장애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격리하듯 대처해오면서, 만나서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경험들을 하기가 어려웠으니까요. 좌충우돌했겠지만, 분명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저는 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10년여 동안 대구지역의 한 재활원에 매달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얼결에 가게 되었던 곳에서 여러 친구를 만나며 인연이 생기고, 그 녀석들이 어린아이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는데요, 그러면서 참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갇혀 지내듯이 살아야 하는 공간에서, 세상과 사람을 궁금해하고, 종종 외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죠. 우리가 쉬이 사회는 거칠고 힘든 곳이라고 표현하곤 하지만, 아예 발을 내디뎌 볼 기회조차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 이 친구들에게는 분명 느껴 보고픈 곳이 이 사회일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서만, 도덕적으로 무조건 감내해야만 하는 대상으로서만, 혹은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서만이 아니라, 결국은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원하는 생활을 영유해 나가야 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의 기회가 분명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그냥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겠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는 분명 어렵습니다. 사실 이 사회는 장애가 없는 저에게도 꽤 팍팍하고 어려운 곳이니까요.
다만 범위를 현재 민우와 제가 일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마을’ 안심이라는 지역으로 좁혀본다면, 제법 긍정적인 희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수많은 모르는 사람들 속의 장애를 가진 외로운 약자 한 명이 아니라, 같이 일하고, 자주 얼굴 맞대고, 생활하면서 부딪히고, 그러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그렇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친구이자 동료이자 이웃이 있는 곳이라면, 그런 마을, 그럴 수 있는 마을에 산다면 말이죠. 우리 안심지역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 동네라면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기대를 품어봅니다.
미르빌에서 씻고 먹고 자고 집을 나서 동호동에서 장을 보고, 율하동으로 출근하고, 신서동·신기동·각산동으로 공부도 하고 실습도 하고, 안심에서 삶을 누리는 녀석들……
나에게 포근한 내 집이 있듯이, 이 친구들에게는 미르빌이라는 그룹홈이 있습니다.
민우와 미르빌 식구들이 대형마트 시식코너를 휩쓸고 다닌다는 첩보나, 민우의 독특한 말투와 행동이 은행원들에게 인기라는 첩보 등을 이웃을 통해 전해 들을 때면, 절로 웃음이 나고는 합니다.
좀 독특하긴 하지만, 좋은 친구들입니다.
놀라지 마시고요, 가볍게 인사를 나누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이 마을안에서!
*<안심말>은 지역 협동조합, 단체에서 활동하는 안심마을공동체, 대구민예총, 뉴스민이 함께 기획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기자로 나섰다.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며 사람을 만나고 취재한 기록이 고스란히 마을잡지에 담겼다. 마을 사람 이야기를 중심으로 모두 10편의 기사가 담겼다. 뉴스민은 마을 기자의 취재를 돕고, 사진 기자 역할을 맡았다.
안심말 기자들의 동의를 얻어 마을 이야기가 담긴 10편의 기사를 뉴스민에 싣는다. 마을잡지 <안심말>을 직접 받아보고 싶은 분들은 뉴스민(070-8830-8187)이나 안심마을공동체(이형배 010-3829-1307)로 연락하면 된다.
<안심말> 창간준비호 인쇄본 파일을 제공합니다. PDF파일을 내려받으시면 됩니다. (<안심말> 창간준비호 내려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