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지난해 3월초 대구시설관리공단을 방문해 228공원 청소년광장 사용 승인을 받았다.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날 문화제 행사 장소로 쓰기 위해서였다. 행사를 며칠 앞둔 4월 15일, 현장 답사를 위해 청소년문화마당을 방문하였지만, 행사장에는 58cm 높이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 경사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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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2월, 228공원 광장 무대에 고정식 경사로가 설치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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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4월 228공원 광장에 설치된 무대에는 장애인 접근을 위한 경사로가 없었다. | | |
행사 신청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무대는 4월 4일 대구시 여성청소년가족과에서 설치한 것이었다. 대구시는 임시방편으로 4월 20일 무대에 이동식 간이 경사로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동식 간이 경사로를 이용하다 장애인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구경북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차별상담네트워크)는 대구시에 고정식 경사로 설치와 사과,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요구했다. 12월 24일에서야 경사로는 설치됐다. 8개월 동안 228공원 청소년광장에 장애인과 교통약자의 접근은 가로막혀 있었다.
청소년광장에 무대 설치 계획을 세울 시점에 장애인 접근권을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공공기관이 이 정도인데, 민간시설은 오죽할까. 법적 근거가 없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7년째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증진 보장을 위한 법률도 마련돼 있다. ‘인권은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법이 지켜주길 기다리고 있어봐야 속만 탈 뿐이다.
그래서 2012년부터 대구경북지역 장애인단체 5곳(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여성장애인연대, 한국농아인협회대구광역시협회,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 모여 장애인차별상담네트워크를 구성했다. 1577-1330으로 전화를 걸면 가까운 상담 활동가에게 연결된다. 상담 내용을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 진정을 신청한다.
앞선 228공원 청소년광장 경사로 문제처럼 공공기관의 차별 사례는 곧바로 문제 해결에 나서기도 한다. 2014년에도 인권위에 총 74건의 장애인차별 집단진정을 신청했다.
차별상담네트워크는 “청소년광장 무대 경사로 설치도 문제 제기 후 8개월이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대구시는 예산 편성의 어려움을 들었는데, 이는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꼬집었다.
애초 무대 설치 문제 지적을 하자 대구시는 비장애인의 안전, 공원 미관상에 문제, 행사 진행 문제 탓에 경사로 설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차별상담네트워크는 “청소년 중에 장애인은 없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문제다. 장애인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차별”이라며 “공공기관이 먼저 지키지 않는데 어느 곳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지키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공공기관 한 곳의 인식을 바꾸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는 잘 확산이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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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의 중심가인 대구백화점 앞 광장 무대에도 경사로는 없다. | | |
장애인야학 행사 참가자가 경사로를 이용해 무대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과정에서 70cm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넘어지는 방향에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몸을 의지하였으나, 부실한 임시경사로 탓에 난간이 부서지며 떨어진 사고였다. 참가자는 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떨어져 큰 수치심을 느꼈고,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후 참가자가 차별상담네트워크에 상담을 요청했고, 대구백화점 앞 광장 무대 접근권 문제도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차별상담네트워크는 “해외 사례를 보면 경사로를 디자인의 측면에서도 바라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경사로를 비장애인 시각에서 보기 싫은 흉물로 취급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경사로를 보는 시각에도 그대로 녹아든 것 같다”고 말했다.
차별상담네트워크는 대구백화점 앞 광장 무대를 관리하는 중구청에 경사로 설치 요구에 대한 공식 요청을 했고, 12월에서야 2015년 공사를 진행한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차별상담네트워크는 경사로 미설치 문제 이외에도 상담을 통해 여러 가지 차별 시정을 이끌어냈다. 대구미술관은 수화통역사가 배치되지 않아 청각장애인이 관람에 차별을 받고 있었다. 문제제기를 통해 수화도슨토서비스 시행을 이끌어 냈다. 물론 3주 전에 서비스를 신청해야만 해서 과제는 남아 있다.
차별상담네트워크가 차별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 창구가 된 셈이다. 이전까지 개인이 공공기관에 찾아가 항의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개별 사례가 생길 때마다 대응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차별상담네트워크는 공공기관이 나서서 장애인식을 갖추길 바란다.
“공공기관에 면담 요청을 하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답변은 ‘몰랐다’, ‘의도하지 않았다’, ‘우리 담당이 아니다’ 등이다. 장애인 차별에 대한 인식은 장애인복지 업무 담당이 아니라 장애인의 존재와 차별에 대한 인식은 누구나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차별상담네트워크는 꾸준히 공공건물과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 전화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열려있다. 존재의 차별에서 벗어나는데 동참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1577-1330을 누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