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를 배제한 취업규칙 변경, 노조탄압 의혹 등으로 경북대병원 노사 대립이 쉽게 풀리지 않는 가운데, 경북대병원노조가 14일 하루 총파업을 끝으로 50일간의 파업을 마무리했다. 노조는 노사관계 정상화를 요구하면서,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와 ‘노동시장 구조개선’ 정책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14일 오전 8시 30분 경북대병원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경북대병원분회) 370여 명은 “노사관계 정상화”와 “취업규칙 변경 무효”를 요구하며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35일간 총파업 이후 이어오던 지명파업을 마무리하고, 15일부터 파업 참가자 전원이 업무에 복귀한다.
이날 노조는 “병원이 하루 파업에 참가하려는 조합원에게 근무표를 작성해주지 않겠다며 협박하고, 쟁의행위의 한 형태인 단체복을 입지 말라고 강압”하는 등 “병원은 노동조합의 교섭 요청에도 묵묵부답하며 중간 관리자를 동원해 노조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에 함께하고 있는 한 조합원은 “88년 처음 노조를 만들 때는 임시직 간호사였다. 80년대에 노조를 처음 만들고, 당시에 단체복을 입으면 수간호사가 단체복을 벗으라고 했다. 그리고 20년 동안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며 병원의 태도를 꼬집었다.
또한, 노조는 취업규칙 변경안 무효 소송을 준비 중이다. 김대일 경북대병원분회 사무장은 “취업규칙 변경이 집단적이고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강압적으로 어쩔 수 없이 변경에 동의한 사례가 많다”며 “취업 규칙 변경 반대 서명과 함께 강압적으로 서명한 증거를 수집해서 소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재성 경북대병원 근로복지과장은 “노조 탄압은 전혀 아니다”며 “단체복을 청소하는 조합원들도 입고 있고 간호사들도 입고 있는데 환자분들이 보시기에 누가 의료인인지 헷갈릴 수 있다. 병원의 특수성 상 진료 편의성을 위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업규칙 변경은 이미 교육부에 보고했고, 교육부도 기획재정부에 보고한 상황이다. 현재 내부적으로 이사회 통과 등 관련 규정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31일, 병원은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병원 직원 1,500여 명의 동의를 얻은 취업규칙 변경안을 교육부에 보고했다. 변경안에는 총액대비 1.7% 임금 인상을 포함해 정부의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 지침인 보건수당 지급 폐지, 특별휴가 문구 수정 등 17개 항목이 포함됐다. 이번 변경안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끝나는 7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의 ‘가짜 정상화’ 정책 맞서는 투쟁 결의
파업의 쟁점이었던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 정책에 대한 지적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노사는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병원은 노조를 배제하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김영희 경북대병원분회장은 “정부는 정상화라고 말하지만 1단계 정상화 계획은 단체협약을 개악하는 것이었고, 그 틈을 타 병원장은 노조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가만히 있으면 다 죽는다”며 “앞으로 다가올 성과연봉제, 단체협약 개악을 가만히 앉아서 내줄 수 없다. 오늘로 2014년 파업 투쟁을 마무리한다. 오늘을 계기로 더 큰 현장투쟁으로 정권과 병원에 맞서는 투쟁을 만들어내겠다”고 결의했다.
전국 국립대병원 중 노조를 배제한 취업규칙 변경으로 정상화 지침을 이행한 곳은 경북대병원과 서울대병원뿐이다.
이날 경북대병원을 찾은 박경득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서울대병원도 강제로 취업규칙 변경 동의안을 받고 있다. 한 달이 넘었는데도 아직 50% 동의를 못 넘었다. 그런데 그 한 달 동안 4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했다. 경북대병원노조와 우리가 앞으로 투쟁을 통해 단체협약을 사수하고, 조직을 남기는 것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며 경북대병원노조를 응원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공공운수노조는 경북대병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공공기관 가짜 정상화 중단”과 “노동시장 가짜 개혁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두 병원에서 이토록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가 있다. 박근혜 핵심 정책인 ‘노동시장 구조개혁’ 성공을 위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다”며 “정부는 만만한 공공기관을 필두로 모든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전 국민을 고용불안과 무한경쟁으로 내몰려고 한다. 서울대·경북대병원 노동자에 대한 공격은 전체 공공기관 노동자에 대한, 나아가 전 국민에 대한 정부의 전쟁 선포이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개혁에 후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시장 구조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세대가 꼭 해내야만 하는 필수 과제”라고 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에는 성과연봉제 확대 적용, 임금피크제 활성화 등이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에는 이를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 취업규칙 등 변경절차 합리화 등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