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김치를 먹지 않으려 해 늘 밥상에서 입씨름입니다. 우리 입맛은 다양한 패스트푸드와 외식문화에 길들었고, 김치는 어느덧 뒷전으로 밀려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습니다. 그러나 매일 먹는 우리네 식탁에서 김치가 없으면 뭔가 하나 빠진 듯 섭섭합니다.
한국사람들은 매운 김치 사랑이 유별납니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민족의 전통음식, 김치 재료를 살펴보니 매운 고춧가루가 들어온 지는 400여 년쯤입니다. 우리가 먹는 배추 품종은 100년쯤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전통이란 늘 변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곱씹으며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것이겠지요. 2014년 12월 6일, 안심마을 LH나눔텃밭 공동김장으로 도시에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훈훈한 우리네 이웃들을 만나봤습니다.
마을김장이 뭐예요?
미을김장의 역사는 올해로 3년째입니다. 2012년, 안심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만든 유기농매장 <땅이야기>에서 조합원들이 공동김장을 해보자고 모였습니다. 뜻이 모였지만, 공동김장을 하려니 만만치 않았습니다. 1,000포기에 가까운 김장을 하려니 일이 오죽하겠습니까.
안신마을 다양한 단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몇 차례 마을김장 준비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재료준비와 만드는 법, 필요한 재정과 비용마련, 함께 할 자원봉사자 모집, 김치나눔을 위한 이웃찾기 등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함께한 단체들의 몫이었습니다.
올해, 배추와 무는 사전 계약재배로 준비했습니다. <안심종합복지관>에서 금강동에 운영 중인 도시농업텃밭 유기농 재료와 <LH나눔텃밭> 절임배추가 주재료가 됐습니다. 2~3일간의 배추절임과 양념만들기는 사회적기업 <웰도락> 직원들과 마을주민들이 정성스럽게 마음을 보탰습니다. 김장나눔을 위해 15개 마을단체를 비롯해 주민들이 선뜻 마음을 내놓았습니다. 약 100만원의 기부금, <땅이야기> 매장을 이용하고 남은 포인트까지 아낌없이 모였습니다.
마을김장을 당일 풍경은 장관이었습니다. 올해 나눔김장 터는 마을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일군 <LH마을텃밭> 옆 천막이었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 <땅이야기> 조합원, 자원봉사자들까지 60~70명이 모여 김장을 시작했습니다. 한쪽에서는 김장을 마친 후 나누어 먹을 수육을 삶고, 전을 부쳤습니다.
누군가는 김장양념을 바르고 한쪽에서는 양념된 김치를 비닐포장지에 5kg씩 담았습니다. 비닐에 담은 김치는 정성스럽게 상자에 담아 포장합니다.
누군가에게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요. 얼굴 한쪽에 고춧가루 양념이 묻어도 이곳저곳에서 수다가 한창입니다. 여기저기 웃음이 터지는 걸 보면 입으로 김장하는가 싶지만, 손놀림에는 함께 일하는 노동의 보람, 나눔의 기쁨이 담깁니다.
이날 마을김장에서 만든 김치는 마을경로당과 주민 등 156곳의 이웃들에게 행복을 싣고 전해졌습니다.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위안을 받는 자리
마을김장에 함께 한 사람들,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팔공신협에서 일하고 있어요. 신협이 마을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고민하다 마을김장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어요. 앞으로 신협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협동조합금융이 되길 바랍니다. 신협이 추구하는 가치가 주민들과 함께하는 작은 시작이 되었으면 합니다”(팔공신협. 이병인)
“영남대학교에서 리더십 현장실습으로 나온 봉사자입니다. 활동하면서 리더십보다는 마을 만들기를 하는 주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허리는 아프지만, 김장을 하면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니 좋아요” (영남대 학생. 김혜연)
“이웃과 함께한다는 건, 멀리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내 삶 가까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을 함께 하면 나도 기쁘거든요. 오늘 이 순간을 함께하는 사람이 있어 행복합니다”(주부. 이영화)
이렇듯 마을김장은 아이나 어른이나 누군가를 돌보고 보살피는 법을 배우는 협동의 시간입니다.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시간이니 더 귀합니다. 나누려고 하는 마을김장이지만 내 일, 네 일을 가리지 않으니 오히려 삶에 대한 용기를 얻고 위안을 받는 시간입니다.
*<안심말>은 지역 협동조합, 단체에서 활동하는 안심마을공동체, 대구민예총, 뉴스민이 함께 기획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기자로 나섰다.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며 사람을 만나고 취재한 기록이 고스란히 마을잡지에 담겼다. 마을 사람 이야기를 중심으로 모두 10편의 기사가 담겼다. 뉴스민은 마을 기자의 취재를 돕고, 사진 기자 역할을 맡았다.
안심말 기자들의 동의를 얻어 마을 이야기가 담긴 10편의 기사를 뉴스민에 싣는다. 마을잡지 <안심말>을 직접 받아보고 싶은 분들은 뉴스민(070-8830-8187)이나 안심마을공동체(이형배 010-3829-1307)로 연락하면 된다.
<안심말> 창간준비호 인쇄본 파일을 제공합니다. PDF파일을 내려받으시면 됩니다. (<안심말> 창간준비호 내려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