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제안] (12) 가톨릭 노숙인 쉼터, 우리집 이야기 - 뉴스민
뉴스민 로고
무제 문서
뉴스 오피니언 기획/특집 지역광장 사진/영상 주말판 노는날  
 
뉴스홈 > 기획·특집 > 기획·특집 > 인권제안
뉴스관리툴 2014년12월30일 18시57분    
글자크기 글자크기 크게 글자크기 작게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인권제안] (12) 가톨릭 노숙인 쉼터, 우리집 이야기
노숙인은 단지 집이 없는 사람일 뿐입니다

남병걸(가톨릭 노숙인 자활쉼터 사회복지사) newsmin@newsmin.co.kr

[편집자 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뉴스민>이 함께 하는 [인권제안]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 세계인권선언’ 66주년 기념으로 다양한 인권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12월 한 달 동안 총 13편이 연재 될 예정입니다. “인권의 바람이 통하도록 마음의 창을 열어주세요.”

시선: 노숙인은 어떠한 사람들일까?
노숙인이라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냄새나고 술에 취해 있고 아이나 여성들을 희롱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계신가요? 하지만 노숙인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슬 노(露), 머무를 숙(宿) 자를 사용하여 ‘이슬을 맞으며 지내는 사람’ 즉 ‘집이 없는 사람’이란 뜻만 있습니다. 다른 어떠한 부정적인 의미도 담고 있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른 경쟁은 치열해졌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위기를 맞이하고, 그 위기는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노숙은 선택이 될 수도 있으며, 불가항력의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노숙인 자활쉼터들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에게는 추위를 잠시 비켜갈 수 있는 쉼터, 또 어떤 분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자활의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자활을 목적에 두고 운영되는 기관이지만 추위를 피해, 위험을 피해 들어오시는 분까지 마다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에게 쉼터는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자활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참, 잊지 마십시오. 노숙인은 단지 집이 없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노숙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십시오.

숫자로만 말하는 사회복지사의 이야기
저희 쉼터에는 30여 명의 아저씨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노숙인이란 단순히 집이 없는 사람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쉼터에 있으신 분들은 여전히 무언가 위태롭고 위험한 노숙인이라는 시선을 받으며 생활을 하고 계시죠. 이젠 이슬을 맞으며 생활하지 않고 쉼터라는 집에서 생활하고 계신대도 말입니다.

이렇게 편견을 갖고 사람을 대한다면 과연 그 사람과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요? 그런데 요즘 저 역시도 이 부분에 있어 자유로울 수 없음을 느꼈습니다. 근무하면서 모든 상황을 숫자로만 바라보며 말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자괴감에 빠지곤 합니다. 이번 달은 쉼터에 몇 분이 입소하셨고 몇 분이 퇴소하셨는지, 정원과 현원이라는 실적으로만 제 일을 평가하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또한, 쉼터 아저씨들과 대화를 나눌 때에는 노숙을 한 지 몇 개월이 되었는지, 일자리는 얼마나 지속하고 계시는지, 월급은 얼마나 받으시는지, 아저씨들에 대해 숫자로만 파악하고 판단을 내리기에 급급합니다.

아저씨들을 노숙인이라며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과 그분들을 숫자로만 바라보고 있는 제 모습이 다를 바 없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한 분 한 분 자신만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따금 저도 모르게 잊게 되나 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숫자놀음에서 벗어나 그분들과 진심 어린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오늘도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사회복지사의 든든한 후원자
사회복지기관에는 많은 후원자가 존재합니다. 월 정기 후원을 해주시는 개별 후원자도 있고, 물품을 지원해주는 기업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계시는 후원자분들이 많습니다. 한동안 이런 후원자분들만 후원자인 줄 알고 근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마디 말 때문에 저의 생각이 바뀌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2년여간 자활의 과정을 거친 뒤 임대주택에 선정되신 아저씨 한 분이 계셨습니다. 이사 갈 집을 함께 둘러보고 계약을 하고 나오면서 “이제야 섭섭한 마음이 든다.” 며 퇴소를 앞둔 솔직한 심정을 말씀하셨습니다. 쉼터에 있을 때는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막상 나가려 하니 섭섭한 마음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저 역시 감사했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서 그동안 잊고 지내던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후원금이나 후원 물품으로 도움을 주시는 분들만 후원자가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오며 마음을 나눠온 우리 쉼터 아저씨분들이 진정 저의 든든한 후원자라는 걸 말입니다. 쉼터에는 많은 아저씨가 입소와 퇴소를 반복합니다. 그 과정에서 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낮아졌던 자존감을 되찾고 다시 사회와 가정과 일터로 돌아가려는 자활 의지를 키우게 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시 일어서 나가려는 아저씨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 또한 사회복지사로서 한 걸음 한 걸음 발맞춰 성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제 일의 원동력이 되어 주시는 아저씨들, 이보다 더 큰 후원이 어디 있을까요?

공동체: 함께 살아가는 쉼터 사람들
이 글을 시작하며 했던 질문을 다시 묻습니다. 노숙인은 어떤 사람들일까? 노숙인이라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제가 아는 노숙인은 ‘집이 없는 사람’일 뿐입니다. 집이 없어진다면 누구나 불가피하게 노숙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될 수도 있고 내 가족이 될 수도 있고, 가까운 친구와 이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겪은 노숙인은 다시 사회로, 가정으로, 일터로 되돌아가기 위해 그 누구보다 애쓰는 분들입니다.

집 없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곳, 더 나아가 그분들의 자활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바로 자활 쉼터입니다. 이곳은 자기 힘으로 다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전문 상담과 치료, 다양한 자활 교육을 지원받는 곳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함께 모여 서로 의지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감춰진 속내까지 나눌 수 있는 나의 친구가 사는 집, 잔소리꾼인 나와 티격태격 지지고 볶으면서 혼자가 아닌 함께 세상을 향하여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사는 우리 집, 가톨릭 노숙인 자활 쉼터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남병걸(가톨릭 노숙인 자활쉼터 사회복지사) newsmin@newsmin.co.kr

ⓒ 뉴스민 (http://www.newsmi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보도자료 newsmin@newsmin.co.kr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뉴스스크랩하기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인권제안섹션 목록으로

이름 비밀번호
 14788438  입력
이전기사 : [인권제안] (11) 한 평 남짓 작은 쪽방에서 사는 사람들, 대구쪽방상담소 이야기 (2014-12-29 15:15:00)
많이 본 기사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최근 기사
열악한 대구 시민 복지…”복지기준선 필요...
낙동강, 맹꽁이 사라지고 큰빗이끼벌레만
청도 송전탑 공사 강행 1년, 피해 주민 “...
중구청, 대구 지자체 중 비정규직 비율 1위
국가는 유령이다: ‘유일자(唯一者)’ 막스...
“학교 급식인원 감소 예상된다”며 조리원...
민주노총 대구본부, ’10월 항쟁’ 답사 진...
삼평리 주민과 연대자, 송전탑 넘는 넝쿨이...
노조탄압 논란 ㈜오토..."시급 5,270원 알...
그리스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보여주는 열정...
뉴스민 하단메뉴
하단구분바

사단법인 뉴스민 | 등록번호 : 대구 아00095(2012.8.24) | 발행인 : 노태맹 | 편집인 : 천용길
창간일 : 2012.5.1 |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72-18 노동복지회관 2층뉴스민
TEL : 070-8830-8187 | FAX : 053)211-4719 | newsmin@newsmin.co.kr

뉴스민RSS정보공유라이선스정보공유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