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뉴스민>이 함께 하는 [인권제안]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 세계인권선언’ 66주년 기념으로 다양한 인권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12월 한 달 동안 총 13편이 연재 될 예정입니다. “인권의 바람이 통하도록 마음의 창을 열어주세요.”
‘따르릉’ 휴대전화 벨소리가 아침잠을 깨운다.
“우리집 앞 원룸 주차장에 아저씨가 술 취해서 자고 있는 것 같아.”
한달음에 달려가니 원룸 주차장 기둥으로 가려진 한쪽 켠에 누군가 웅크리고 있다. 상담소에서 지원해드리는 라면을 베개 삼아 누워 계신다. 김 씨 아저씨는 어제 상담소를 다녀간 뒤에 하룻밤을 여기서 주무신 듯하다. 김 씨 아저씨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일찍부터 인력시장에서 건설 노무직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대장암이 걸렸고, 낙담한 아저씨는 알코올에도 의존했으며 지금은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었다.
쪽방 주민들을 만나보면 작은 건물 촘촘히 작은 방들이 들어차 있는 것처럼, 그들의 머리를 희끗희끗하게 만든 세월처럼이나 사연도 요구도 다양하다. 역시 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생계와 주거문제다. 쌀, 밑반찬 등 당장 다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식사거리가 가장 큰 어려움이고 문제이다. 이런 끼니 걱정만큼 어려운 것이 의료문제다. 대부분 건강보험료를 한동안 내지 못해 병원진료를 보러 가지 못한다.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아닌 경우도 많아 이런 분들을 위한 무료진료소도 운영하고 있고, 일반병원에서의 의료지원도 연계하고 있다.
거주할 곳이 없어 거리를 전전하는 분들은 쪽방이라도 얻어 들어가고 싶어서, 쪽방에 계신 분은 밀린 월세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또는 원룸과 같은 임대주택으로의 이전(우리는 이것을 주거상향이라고 부른다.)을 꿈꾸며 쪽방상담소를 찾는다. 이런 주거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쪽방상담소는 희망하우스를 운영하고 있고, 좀 더 따뜻한 주거공간에서 이웃과 함께 생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희망하우스의 운영목표는 노숙인이나 거주시설 생활인들이 노숙 또는 거주시설에서 벗어나 희망하우스에서 살면서 당당히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내가 쪽방상담소에서 일하기 훨씬 전부터 상담소 선생님들과 오랜 시간을 보낸 박○○ 님이라는 분이 계시다. 이분은 간질과 초기 치매 증상이 있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청각장애인이다. 박○○ 님은 2012년 희망하우스 1호점이 개소하면서 희망하우스에서 살게 되었다. 당시 이분의 간질 증세는 알코올성으로 술을 마실 때만 증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자주 간질 증상을 보이신다. 또 차가 다니는 도로 위를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단 횡단을 하다 차에 치일 뻔한 적도 있다. 집 밖으로 나가시면 돌아오는 길을 잃어 예전에 자주 가시던 북부정류장, 대구역과 같은 곳에서 며칠을 보내시기도 하셨다. 상담소에서는 신호등이 있는 도로를 건너시도록, 외출한 후 집을 잘 찾아올 수 있도록 오랫동안 함께 훈련했다. 하지만 길을 잃는 일은 계속 생겼고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거나 직접 사람 찾는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며 찾아 나선 적도 있다. 그렇게 어렵게 집으로 모시고 오면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가시곤 했다. 이제 집을 나간 박○○ 님을 찾아오는 일은 우리의 반복적인 일상이 되었다.
우리가 박○○ 님의 외출을 걱정하는 것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과 갑작스러운 간질 증상 때문이다. 혹시나 어두운 밤이나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곳에서 발작이 일어난다면 아저씨는 길에서 그대로 돌아가실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셨다. 이런 우리의 속도 모르고 박○○ 님은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외출한 후에도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 때도 잦았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상담소 직원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환하게 웃으며 밥은 먹었느냐고 안부도 묻고, 집으로 들어갈 때는 수고하라고 격려의 말까지 아끼지 않으시는 박○○ 님의 모습은 늘 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상담소와 연을 맺고 있는 분 중에 반드시 뇌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가능하면 수술을 하지 말 것을 권유하는 일이 있다. 대부분 주민은 수술 후 돌봐줄 보호자가 없기 때문이다. 수술 후 회복까지는 살뜰한 보살핌이 필요한데 보호자가 없는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쪽방 주민 중 한 분이 뇌수술 후 방향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밖으로 나왔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일이 있었다. 혼자 쓸쓸히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주민분도, 대처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사고로 살인자라는 딱지를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게 된 운전자분도 모두 너무 안타까운 이웃이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고객)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때 자기결정권은 나와 타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합당한 결정권으로 이는 누군가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하다.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좋지 않은 경험을 가졌던 박○○ 님은 거주시설보다는 지역사회 안에서 아저씨만의 보금자리를 원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분의 삶을 지지하고 지역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도 돕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함께 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이분의 건강과 장애로는 자립생활이 너무도 어려운 형편이다.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아저씨의 무단횡단 목격담을 전하여 들을 때마다 안타까움은 커져만 간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오리 5,000마리를 키우는 중국인을 봤다. 오리 5,000마리는 마을의 커다란 도로와 시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차도 주민들도 오리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가던 길을 멈춰 기다려준다. 아주 자연스럽게 생활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들이 오리의 안전을 위하여 충분히 시간을 내어주는 것처럼 우리도 지역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어떤 사람들을 위하여 우리의 시간을 내어줄 수 없는 것일까? 나보다 천천히 말하고, 천천히 걷고, 천천히 반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때로는 내가 수십 명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박○○ 님이나 김 씨 아저씨가 필요한 순간마다 옆에 함께 있으며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역 사회에는 이런 분들이 사회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복지단체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도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거주시설을 중심으로 또는 신체적 장애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있는, 신체적 장애뿐 아니라 정신적 장애가 있는 이웃에 대한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너무도 미흡한 실정이다.
쪽방상담소에서 일하면서 ‘동상이몽’을 떠올릴 때가 많다. 갑갑한 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김 씨 아저씨, 술 마시고, 냄새나고, 나에게 해코지를 할 것 같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이웃인 김 씨, 정신질환에 장애까지 있어 특별히 별도의 공간에서 보호해야 할 것 같은 주민들 민원의 대상 수급자 김 씨.
앞으로도 내가 몸담는 대구쪽방상담소에서는 주거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와 고민을 갖고 찾아오시는 분들과 함께 지속적인 상담을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박○○ 님이나 김 씨 아저씨 같은 분들, 쪽방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에 대하여 찾고, 알리고 바꿔낼 것이다. 이런 상담소의 노력이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정부의 정책변화와 사회구성원의 달라진 인식과 태도와 만나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것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가능하면 수술을 하지 말 것을 권유하는 일이 있다. 대부분 주민은 수술 후 돌봐줄 보호자가 없기 때문이다. 수술 후 회복까지는 살뜰한 보살핌이 필요한데 보호자가 없는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쪽방 주민 중 한 분이 뇌수술 후 방향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밖으로 나왔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일이 있었다. 혼자 쓸쓸히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주민분도, 대처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사고로 살인자라는 딱지를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게 된 운전자분도 모두 너무 안타까운 이웃이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고객)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때 자기결정권은 나와 타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합당한 결정권으로 이는 누군가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하다.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좋지 않은 경험을 가졌던 박○○ 님은 거주시설보다는 지역사회 안에서 아저씨만의 보금자리를 원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분의 삶을 지지하고 지역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도 돕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함께 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이분의 건강과 장애로는 자립생활이 너무도 어려운 형편이다.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아저씨의 무단횡단 목격담을 전하여 들을 때마다 안타까움은 커져만 간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오리 5,000마리를 키우는 중국인을 봤다. 오리 5,000마리는 마을의 커다란 도로와 시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차도 주민들도 오리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가던 길을 멈춰 기다려준다. 아주 자연스럽게 생활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들이 오리의 안전을 위하여 충분히 시간을 내어주는 것처럼 우리도 지역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어떤 사람들을 위하여 우리의 시간을 내어줄 수 없는 것일까? 나보다 천천히 말하고, 천천히 걷고, 천천히 반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때로는 내가 수십 명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박○○ 님이나 김 씨 아저씨가 필요한 순간마다 옆에 함께 있으며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역 사회에는 이런 분들이 사회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복지단체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도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거주시설을 중심으로 또는 신체적 장애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있는, 신체적 장애뿐 아니라 정신적 장애가 있는 이웃에 대한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너무도 미흡한 실정이다.
쪽방상담소에서 일하면서 ‘동상이몽’을 떠올릴 때가 많다.
갑갑한 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김 씨 아저씨, 술 마시고, 냄새나고, 나에게 해코지를 할 것 같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이웃인 김 씨, 정신질환에 장애까지 있어 특별히 별도의 공간에서 보호해야 할 것 같은 주민들 민원의 대상 수급자 김 씨.
앞으로도 내가 몸담은 대구쪽방상담소에서는 주거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와 고민을 갖고 찾아오시는 분들과 함께 지속적인 상담을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박○○ 님이나 김 씨 아저씨 같은 분들, 쪽방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에 대하여 찾고, 알리고 바꿔낼 것이다. 이런 상담소의 노력이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정부의 정책변화와 사회구성원의 달라진 인식과 태도와 만나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것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