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에도 계급이 있나 봅니다. 교육부가 시행하는 ‘교육정보화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PC설치업체, 인터넷 통신회사에 개인정보를 모두 넘겨야 합니다. 동의하지 않으면 교육정보화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공짜로 지원받으려면 그 정도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 ‘PC설치업체, 인터넷 통신회사가 개인정보를 알아야 설치할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하루에도 수차례 걸려오는 ‘고객님, 초고속 인터넷으로 바꾸시겠습니까’, ‘최신형 스마트폰이 있습니다’라는 스팸전화, 문자를 한 번 생각해보셨나요? 사회복지서비스 급여신청을 위해서는 아주 간단한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내줘야 합니다. 그것도, 사기업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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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서비스 및 급여신청서 서식. | | |
왜, 통신업체에만 개인정보를 넘겨야 할까?
사회복지 급여 종류가 많고, 절차도 복잡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직접 신청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얼마 전 아이가 태어나 육아급여를 신청하러 주민센터에 갔습니다. ‘사회복지서비스 및 급여 제공 신청서’를 받았습니다. 가족사항을 적고, 다음 장을 넘겼습니다. 유의사항을 넘기다가, ‘초중고 학생 교육비를 받기 위해서 본인의 관련 정보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기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지정 기관( PC 설치업체, 인터넷 통신회사)에 제공하는 것에 동의합니다.’라는 부분을 읽었습니다.
안 그래도 스팸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초중고 학생 교육비 지원’에만 해당하는 것이라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찝찝한 기분이 남아서 구청, 대구시교육청, 보건복지부에 전화를 걸어 해당 부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구청, 교육청, 보건복지부의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동의하지 않으면 지원받을 수 없다”
교육청이 지원하는 사회복지에는 고교 학비, 급식비,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교육정보화지원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급식업체, 방과후학교업체에 수많은 정보를 지급하지는 않습니다. 유독 교육정보화지원사업에만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교육청이 직접 해당 업체로 결제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육아수당, 학용품비 지원 등은 현금을 직접 지급합니다. 쉽게 말하면 육아와 학용품비는 어떻게 쓰든지 알아서 하면 됩니다. 만 12개월 미만 육아수당은 월 20만 원, 학용품비 지원은 년 5만 원에 불과하지만요. 기저귀, 분유, 학용품 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왜 유독 PC, 통신업체에는 개인정보를 넘겨야 할까요? 아무래도 개인정보를 많이 필요로 하는 집단이기 때문이겠죠. 저소득계층이니 인터넷 업체를 바꾸거나 컴퓨터를 새로 설치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스팸 문자를 받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지원을 받는 기간 동안 연락이 없겠지만, 사회복지 지원이 끝나고 나면 당장 전화가 걸려올 수 있습니다. 이제 구매력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는 정보가 업체에도 들어갈 테니까 말이죠.
직접 PC나 인터넷을 설치하고 영수증을 내면 금액으로 지원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현금 지급을 해도 됩니다. 정보화가 꼭, PC와 인터넷이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태블릿PC를 살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통신업체에 정보를 넘기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네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앞으로 몇 차례 더 사회복지서비스 급여 지원의 문제점을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