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뉴스민>이 함께 하는 [인권제안]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 세계인권선언’ 66주년 기념으로 다양한 인권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12월 한 달 동안 총 13편이 연재 될 예정입니다. “인권의 바람이 통하도록 마음의 창을 열어주세요.”
이미 우리나라는 열 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이라 할 정도로 국제결혼 비율이 높다. 거기에 따른 이주여성의 문제나 다문화 가정의 자녀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아무래도 결혼 이주여성은 전혀 낯선 문화에 적응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한국으로 올 때 한국말을 배워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그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한 교재가 다양하게 발행되었는데 이 글은 그 중에 여성가족부에서 발행한 교재를 모니터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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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말, 안경까지 모두 챙겨주는 부인. 교재 내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남성은 출근을 하여 일을 하고 여성은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사진=여성가족부 2005년 11월 초판, 2011년 수정 인쇄본 '여성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교재'] | | |
이 교재의 삽화나 내용을 보면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드러나 있는 부분이 있다. 삽화를 보면 의사는 남성이고 간호사는 여성, 시장에서 물건 파는 상인은 여성, 남편은 아침에 가방 들고 출근하고 부인은 앞치마를 입고 잘 다녀오라며 남편을 배웅하고 있다. 그리고 ‘남녀’처럼 늘 남성을 앞에 써서 ‘오빠, 언니’, ‘남동생, 여동생’으로 표현한다.
남성은 신문을 보고, 여성은 시사나 교양적인 것이 아닌 드라마나 요리 채널을 보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달력에도 남성인 시아버님 제사와 남편 생일이 표시되어 있다. 여성은 제사와 생일을 차려주는 사람이고 그것을 받는 사람은 남성이다. 모든 것을 ‘남성’ 중심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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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하루 일과. 여성은 아침에 일어나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시장을 보는 등 집안일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고, 텔레비젼을 본다. 한국어 공부 외에 특별히 여성 자신을 위하여 투자하는 시간은 없는 것 같다. [사진=여성가족부 2005년 11월 초판, 2011년 수정 인쇄본 '여성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교재'] | | |
여성의 일과는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시장보고 텔레비전 시청하는 것이다. 남편은 양말이나 안경이 어디 있는지 묻고 부인은 거기에 대답한다. 남편이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런 것까지 챙겨줘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안타까움마저 든다.
여성은 ‘예쁘다’고 하고 남성은 ‘멋있다’고 한다. ‘예쁘다’는 말은 주로 외모를 중심으로 하는 말이라 여성의 다른 능력보다는 외모만 중시하게 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결혼이주여성이 농촌에만 있는 것은 아닌데 읍내 등 시골에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
여성은 남성이 돌봐줘야 하는 존재라는 것처럼 아픈 부인을 남편이 걱정해주고 있다. 병원을 소개하는데도 내과는 여성, 외과는 남성으로, 팔을 부러뜨려 깁스한 남성 환자가 그려졌다. 소아과는 남자아이를 그려놓았다. 이것은 남성이 활동적이란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취미생활도 활동적인 것은 남성, 정적인 것은 여성이 하는 것으로 구분 지어 놓았으며, 여성은 운전이나 컴퓨터를 못한다는 이미지를 심어 준다.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팁(TIP)을 소개하는 부분도 자칫 ‘비싼 게 좋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가전제품 설명이다. 모든 가전제품이 용량이 큰 것이 좋으니 큰 것을 사라고 안내하고 있다. 가족 수에 따라, 집 크기에 따라 적당한 것이 좋은데 어느 정도 크기가 있어야 좋다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냉장고는 크기가 작을수록 제때 장을 봐서 신선한 재료로 요리해 먹을 수 있어 좋은 면도 있는데 큰 냉장고를 사라는 식으로 해서 과소비를 부추기는 면이 있다.
이렇듯 한국어 교재에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되어 표현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다양한 관련 교재들을 모두 모니터링 하는 과정과 더불어 그 내용을 성 평등적이고 현실에 부합한 것으로 수정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 교재에 등장하는 특정 장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특정 장면이 묘사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재 전반적으로 남성이나 여성에 대하여 차별적인 고정관념을 표현하고 있는지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교재가 사실을 전달하는 기사가 아니라면 현재의 불편한 모습을 바꾸어 더욱 평등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글이든 만드는 이의 의식이 표현될 수밖에 없고, 그런 교재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본인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일 테니까요. 고정관념을 갖는 것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학습의 결과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