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14년의 아쉬움을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감회가 남다르리라.
올해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해였다. 죽음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는지 우리는 죽음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달이다. 전쟁 빼고 2014년만큼 남한 사회에 죽음이 가까운 적은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2014년은 저주받은 해이다. 웬 생뚱맞은 표현이냐고 어리둥절할 것이다. 8월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지구촌 축제 브라질 월드컵, 인천 아시안게임 등 좋은 일들도 있었는데 왜 저주받았다고 보느냐고 물을 것이다. 물론 언급한 축제들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만큼 국내외로 사람이 많이 죽은 해는 드물었다.
국내로 보면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를 시작으로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 세월호 참사, 김해 고등학생 소녀 살인사건, 가수그룹 레이디스코드 멤버 두 명의 사망,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참사, 가수 신해철 의료사고 사망사건, 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 사망사건, 담양 펜션 참사, 수능 자살, 어르신 자살, 마지막에 원양어선 오양호 참사 등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참사들이 많이 일어났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회피하는 죽음들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고 슬퍼했다.
외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테러, 이스라엘의 인종차별 정책, 우크라이나 내전, 말레이 항공사고, 에볼라 바이러스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40명의 멕시코 대학생 피살사건이 있었고, 브라질월드컵이 열리기 전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말 그대로 “초상집”이었던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월드컵, 인천 아시안게임 등 축제를 앞두고 일어난 이런 참사에 우울한 마음에 축제를 즐길 수 없었는데 정부와 자본, 종교는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했다. 이게 솔직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국내의 축제들을 모두 중지시키면서 국제축제는 그대로 진행한 그들의 속셈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책이었으리라.
교황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았다. 교황은 정치지도자들과 경제지도자, 명망가들과 달리 세월호 유족의 슬픔을 공감하며 위로해 주었다. 직접 차에서 내려 위로해 주기도 했고, 제의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달아 미사를 집전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종교지도자다운 아름다운 교황의 모습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위로를 받았다.
올해도 여전히 사람들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이번 죽음은 사람만 죽은 게 아니다. 정의와 책임도 죽었다. 정의와 책임의 죽음으로 사람들은 분노하고 슬퍼했으며 이제는 지쳐버렸다. 정의롭지 못한 권력들은 슬픔과 정당한 분노를 억눌러 버리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야당과 연계되었다는 이유로 정의를 탄압하고 있다. 야당 역시 무책임하게 죽음을 이용했다가 비난을 많이 받았다. 그들은 정의와 책임의 죽음을 물속에 잠기게 하고 있고 땅에 묻어버리려고 하고 있다. 그저 자연스러운 사고사로 빨리 처리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와 책임은 잠기고 묻어버릴 수는 없다.
교황이 비판한 무관심의 세계화, 물질주의가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 활개를 치며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죽음을 묵상해야 할 종교마저 책임과 정의를 외면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무기력해지고 있다. 교황이 한국을 방문해도 여전히 살아나지 않는 정의와 책임.
올해 2014년에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들을 위해 미사를 드렸다. 먼저 간 조상은 늘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적 희생자들의 죽음은 며칠 뒤에는 잊어버린다. 내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다. 그런데 가족 역시도 평소에는 기억하지 않는다. 대부분 명절이나 제삿날에만 기억한다. 죽음이 슬픈 이유가 바로 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4년에 세상을 떠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희생자들은 책임과 정의와 함께 권력에 의해 강제로 매장당했다. 우리는 이번 죽음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위령성월 마지막 날에 올해 세상을 떠난 사회적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를 드려본다.
하느님, 올해 2014년에 권력의 무책임함으로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평안 속에서 편히 쉬게 하소서. 살아있는 모든 이들이 정의와 책임으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기억하게 하소서. 아멘.
Pie Jesus Domine, dona eis requiem, dona eis requiem……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 한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