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이우환 미술관 추진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이후, 지역 예술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미술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오후 7시, 대구시 중구 대봉동 소셜마켓에서 열린 2014대구문화예술현장 실무자 정책 네트워크 포럼 ‘이우환 미술관을 대신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미술 인프라는?’에는 예술 관련 종사자와 대구시민 20여 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동네와 공동체, 청년 예술가를 위한 인프라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고, ‘관이 주도하는 미술은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뒤를 이었다.
이날 열린 포럼에는 최수환(문화나눔 옻골지기, 대구민예총 전 회장) 씨, 윤동희 미술작가, 최윤정 지리산프로젝트 큐레이터(전 대구미술관 큐레이터)가 발제에 나섰고, 이후 자유토론도 이어졌다.
최수환 씨는 “(이우환 미술관 무산 이후) 미술관을 짓지 않는 것으로 끝이 나서는 안 된다. 복지관이 인구 10만 명당 하나가 있는 것처럼 미술관도 10~60만 명 정도에 하나씩은 필요”하다며 “이우환 미술관 예산 300억을 10개로 쪼개면 대구에 구별로 미술관 하나씩 충분히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립과 광역시립 미술관이 최상층, 그다음 사설 미술관과 메이저급 갤러리들이 뒤를 잇고 그 아래에 화랑이 있다. 그다음 급은 액자집인 상황”이라며 “중간단계의 급이 없다. 미술계의 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가 문화예술 도시가 되려면 일상적으로 문화예술을 즐길 사람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중간단계의 미술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동희 미술작가는 “예술은 사회 토양 위에서 만들어진다. 문화 예술이 꽃피기 위해서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젊은 작가들을 지원해야 한다. 미술가들이 전위적이고 적극적인 실험을 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김광석 길의 사례처럼 접점만 찾는다면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과 열정이 공공의 영역에서 발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윤정 큐레이터는 “지역마다 자생적인 예술 인프라가 뛰어난 경우가 있는데, 그 지역에서 그 인프라는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엉뚱한 사람들이 수입된다. 공무원이 개입하다 보면 대구예술발전소 앞을 ‘홍대 앞처럼 만들어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것처럼 후진 부탁을 한다. 공무원들은 하드웨어만 만들어서 전시행정 하려고 애쓰기 마련”이라며 “주체는 지역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지역 예술가, 기획자들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에서 점조직 형태로 있는 뛰어난 인프라와 아이디어를 결합할 수 있도록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물리적으로 대안 공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부에서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은 “조직이 필요한데 조직력이 부족한 상황이고, 클러스터나 네트워크를 만들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 데다 건전성도 담보돼야 한다”며 “개별 예술가들이 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자금력이나 수익 부분도 문제고 관청과의 접점이 없는 상황이라 더 어렵다. 때문에 관이 주도하는 대로 문화예술도 경제적 색채를 띠게 된다”고 말했다.
조형예술가 김기용 씨는 “예술 하는 사람들이 관공서에 가면 지원금만 받아 가는 거지취급을 당한다. 지원금을 받아도 정산도 어렵다. 여기에 에너지를 다 뺀다. 전시 기획 하고도 돈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며 “작가가 전시 비용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체계도 중요하다. 전력을 쏟아 붇고도 대가를 못 받는 전시가 많다. 돈을 받고 전시할 수 있는 대안 공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