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감염인이라는 말도 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열린 “HIV/AIDS 감염인의 법정장애인 지정에 관한 토론회”에서 참석한 조한진 교수(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말이다. 이 발언으로 조 교수는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조 교수는 외국에서는 감염인을 ‘PWA(people with AIDS)’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하며 감염인이라는 말 대신 ‘에이즈와 함께 살아가는 분들’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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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정상문) 제공] | | |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회의실에서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주최로 열린 이 날 토론회는 HIV/AIDS 감염인들의 법정 장애인 지정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대구경북지역 최초의 자리였다. 특히, 준비된 좌석이 부족해 의자를 별도로 마련하기도 해 지역 사회의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행사장 안팎에 공모전을 통해 제작된 여러 홍보 포스터들이 걸려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모았는데 특히 “에이즈는 불치병이 아니라 제대로 모르고 있는 부지병(不知病)”이라는 포스터 앞에 발길이 모였다.
HIV란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를 말하며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AIDS라고 불리게 된다. 이러한 HIV 및 AIDS는 한 때 불치병으로 여겨져 공포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의학이 발전한 지금은 꾸준한 관리로 전염은 물론 스스로의 건강까지 유지하며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포스터였다.
주제발표에서는 염형국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가 에이즈가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감염인들이 고령화되고 있는 반면 고용이나 일상생활, 진료행위에서 감염인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실태를 지적하며 법정장애인 지정의 타당성을 이야기했다.
토론자로 나선 손문수 대표(한국감염인연합회 KNP+)는 감염인의 정보보호대책 등 법정장애인 지정에 앞서 보완되어야 부분들을 짚었다. 조한진 교수(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현 정책이 복지의 차원이 아니라 관리의 차원임을 지적하며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라는 법령 이름도도 ‘지원법’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에 주최측은 그렇게 된다면 시대적 흐름에 따라 에이즈예방협회라는 우리 단체의 이름도 바뀌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이 날 토론에서는 에이즈가 동성애와도 많은 관련이 있다는 차별적 발언이 있기도 했지만, 지역 사회에서 HIV/AIDS를 질병장애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감염인이 법정장애인으로 지정된다면 HIV/AIDS를 공포의 대상이 아닌 만성질환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법령이 사회적 인식을 이끌 것이라 기대된다.
토론회의 마지막 발언은 청중석이었다. 스스로를 감염인이라고 밝힌 발언자는 HIV/AIDS에 대한 공개적 논의의 장에 더 많은 당사자가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람을 밝히며 “사회적 냉대보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따뜻한 시선이다”라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