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풀어야 할 에볼라의 숙제 (2) - 뉴스민
뉴스민 로고
무제 문서
뉴스 오피니언 기획/특집 지역광장 사진/영상 주말판 노는날  
 
뉴스홈 > 오피니언 > 기고
뉴스관리툴 2014년12월02일 14시30분    
글자크기 글자크기 크게 글자크기 작게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우리가 풀어야 할 에볼라의 숙제 (2)
[기고] 국내 전염병 대응 체계의 문제

최규진(건강과대안) imkilled@daum.net

[편집자 주] 이 글은 건강과대안 이슈페이퍼에 게재한 글입니다. 저자인 최규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연구위원의 동의를 얻어 2회에 나눠 <뉴스민>에 연재합니다. 앞선 글(우리가 풀어야 할 에볼라의 숙제 (1) 에볼라, 아프리카 빈곤과 의료 지원의 문제)에서 이어집니다.

문제점 3: 국내 전염병 대응 체계의 문제

드디어 12월 13일 시에라리온에 한국 정부의 '에볼라 위기대응 보건인력' 본진 1개 팀이 파견된다. 처음 파견될 팀은 의사 4명과 간호사 6명인데, 민간 인력 5명(의사 2·간호사 3)과 군 인력 5명(의사 2·간호사 3)으로 구성된다. 이후 2개 팀을 추가로 파견하여, 총 3개 팀, 모두 30명을 내년 상반기까지 파견된다. 활동 일정을 살펴보면 영국 런던에서 약 5일간의 안전교육을 받고 시에라리온에 입국하여 약 한 달간 근무하고, 한국에 돌아와 공항 근처 격리소에서 21일간 머문 후 귀가하는 것으로 전체 일정이 마무리된다.

[사진=YTN뉴스 화면 갈무리]

개인적으로 국제적인 재난을 막기 위해 의료인을 파견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추진 절차나 국내 전염병 대응 체계 구축의 문제에서만큼은 부정적인 시각을 거둘 수 없다. 현지에 파견된 한국 보건의료팀은 이탈리아 비정부기구인 '이머전시'가 운영을 맡은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 인근 가더리치 에볼라 치료소에서 활동하게 될 예정이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시에라리온은 현재 유일하게 신규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으로 거의 매일 1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11월 24일 에볼라에 감염돼 로마로 후송된 이탈리아 의사 역시 시에라리온에서 활동했으며, 바로 ‘이머전시’ 소속이었다.

정부는 만일 한국 의료진이 현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영국·스페인·노르웨이·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 소재 진료소로 이송할 것이라고 한다. 자국민의 생명을 다른 나라에 맡기는 게 정치적,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일지 모르나, 국내 전염병 대응 체계를 봤을 때, 지원자나 한국 국민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에어 앰뷸런스가 중간 급유를 하지 않고는 시에라리온 현지에서 한국까지 올 수가 없으므로 의료적으로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하나 이유치고는 사실 구차한 감이 있다. 그보다는 "파견을 자청한 보건의료 인력을 면접하면서 본인이 감염됐을 때 어디에서 치료받기를 원하는지 물었을 때 '가까운 유럽에서 최상의 치료를 받는 게 본인들로서도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의 설명이 훨씬 타당해 보인다. 

지원자들의 말을 달리 해석하면, 우리나라에서 치료를 받는 게 안전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맞는 얘기다.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컨트롤타워로 해서 핫라인을 구축하는 등 에볼라 대응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한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모 방송국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지적되면서 국민들에게 알려졌듯이 부산의 에볼라 의심 환자 한 명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질병관리본부의 핫라인은커녕 연락조차 제대로 안 됐고, 국가지정병원은 자신들이 국가지정병원인지도 모른 채 서로 떠밀기 바빴다. 당시 세 차례 시도 만에 연결된 질병관리본부 핫라인 담당자가 기껏 생사의 갈림길에 선 신고자에게 던진 말은 "에볼라 얘기는 하지 말고 아프리카 같은 이야기도 하지 마시라. 의사선생님들 너무 불안하게 하지 마시라"였다. 이는 한국 에볼라 대응 체계의 컨트롤타워라고 하는 질병관리본부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질병관리로부터 제대로 된 통제를 받지 못한 채 부산대병원에 연락했으나 국가지정병원인 울산대병원에 가라고 했고, 울산대 병원은 “우리는 국가지정병원이 아니니” 거꾸로 부산대병원으로 가라며 입원을 거부했다. 그러나 두 병원 모두 보건복지부에서 에볼라 대응을 위해 지정한 국가지정병원이었다. 이렇게 병원 스스로도 국가지정병원인지 모르는 상황을 초래한 것 역시 질병관리본부의 책임이 크다. 질병관리본부는 국가지정병원을 관리감독하기는커녕 “(에볼라 국가지정병원에서) 병원명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반대가 많아 17개 병원을 공개할 수 없다”며 병원 눈치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아직도 전국 17개 국가지정병원 명단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제일 우선시해야 할 것은 병원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일 텐데 말이다. 결국, 에볼라 의심환자는 말라리아로 판명되긴 했으나 적절한 초동조치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하고 말았다.
 
한국은 이미 국제적인 도시다. 파견된 의료진에 의해서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에볼라 환자가 들어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에볼라 환자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의심 환자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는가이다. 이는 국가가 공공병원을 얼마나 공공의료를 위해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나 한국의 실상은 OECD 국가 중 공공병원이 가장 적은 나라인데다, 그나마 있는 공공병원마저 적자경영 운운하며 시장 논리로 내몰고 있다. 국가가 공공병원이 공중보건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을 견인하기는커녕 이를 망각하라고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공중보건 정책의 모순으로 인해 일부 국가지정병원에서는 십 수억이나 되는 국민의 혈세를 들여 격리병상을 지어놓고도 기능하지 못하거나, 병원 경영에 급급한 나머지 일반병실로 사용하고 있다. 
 
결론을 대신해서

지금까지 국제, 국내 차원의 에볼라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살펴보았다. 에볼라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병원체가 던져준 문제점들은 사실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그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너무나도 커 보인다. 그러나 사실 에볼라는 아주 작은 경고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에볼라가 아닌 만약 공기전파가 가능한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정말 재앙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현대의 전염병 전파 가능성은 과거 육로나 배를 통한 몇 달씩 걸리는 교류밖에 불가능했던 시절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국제사회가 아프리카 빈곤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요한 한 가지 방편을 꼽으면, 아프리카의 빈곤을 통해 이윤을 얻고 있는 국가와 기업이 아프리카의 빈곤과 공중보건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UN에 따르면 현재 에볼라를 통제하는 데 약 1조원의 돈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는 옥스팜의 분석결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85명이 36시간 만에 모을 수 있는 돈이라고 한다. 국내로 시각을 돌려보면, 박근혜정부와 함께 의료민영화를 견인하고 있는 삼성일가가 삼성SDS 상장으로 하루 만에 번 돈(3-4조 원)의 일부만 투자해도 한국의 공중보건 체계는 물론 전세계 공중보건 체계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이 간단해 보이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에볼라 치명률만큼이나 높은 민중들의 저항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참고자료>
WHO, Ebola response roadmap - Situation report, 2014. 11. 26
_http://www.who.int/csr/disease/ebola/situation-reports/en//
배재정의원 국정감사 녹취록_http://jjreport.net/m/post/1633
Honest Accounts-report, 2014. 7
_http://www.healthpovertyaction.org/wp-content/uploads/downloads/2014/08/Honest-Accounts-report-web-FINAL.pdf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시사인 364호: 공포의 에볼라, ‘인재’인 까닭
Erika Check Hayden, Nature: The Ebola questions, 2014. 10. 29
_http://www.nature.com/news/the-ebola-questions-1.16243
Joel G. Breman, M.D., D.T.P.H., and Karl M. Johnson, M.D., NEJM: Ebola Then and Now, 2014; 371:1663-1666 October 30, 2014DOI: 10.1056/NEJMp1410540
PHM report, Ebola epidemic exposes the pathology of the global economic and political system, 2014. 9. 26
Tokunbo-oke, Socialist Review : A catastrophic failure to act, 2014. 11

최규진(건강과대안) imkilled@daum.net

ⓒ 뉴스민 (http://www.newsmi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보도자료 newsmin@newsmin.co.kr

 
우리가 풀어야 할 에볼라의 숙제 (1)
뉴스스크랩하기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기고섹션 목록으로

이름 비밀번호
 76383690  입력
다음기사 : 성소수자 혐오로 도전받는 인권도시, 사상누각에 불과했나 (2014-12-04 14:33:40)
이전기사 : 속 좁은 고백 (2014-12-01 20:24:54)
많이 본 기사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최근 기사
열악한 대구 시민 복지…”복지기준선 필요...
낙동강, 맹꽁이 사라지고 큰빗이끼벌레만
청도 송전탑 공사 강행 1년, 피해 주민 “...
중구청, 대구 지자체 중 비정규직 비율 1위
국가는 유령이다: ‘유일자(唯一者)’ 막스...
“학교 급식인원 감소 예상된다”며 조리원...
민주노총 대구본부, ’10월 항쟁’ 답사 진...
삼평리 주민과 연대자, 송전탑 넘는 넝쿨이...
노조탄압 논란 ㈜오토..."시급 5,270원 알...
그리스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보여주는 열정...
뉴스민 하단메뉴
하단구분바

사단법인 뉴스민 | 등록번호 : 대구 아00095(2012.8.24) | 발행인 : 노태맹 | 편집인 : 천용길
창간일 : 2012.5.1 |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72-18 노동복지회관 2층뉴스민
TEL : 070-8830-8187 | FAX : 053)211-4719 | newsmin@newsmin.co.kr

뉴스민RSS정보공유라이선스정보공유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