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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4년11월28일 20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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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전한의 스토리텔링 (16)
프로필과 캐릭터

김전한(시니리오 작가) kjh697@naver.com

Chap 2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7. 프로필과 캐릭터

시나리오 형식에는 첫 장을 넘기면 줄거리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장에는 등장 인물표 라는 것이 있지요. 등장 인물표를 잠시 들여다 볼까요? 주로 남녀 주인공과 조연급들의 인물들이 소개됩니다. 가령, 청춘의 사랑이야기 인물표를 볼까요?
 
김수련: 여.23세. 청초한 아름다움의 소유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 전공
최강호: 남.30세. 준수한 외모의 펀드메니저.   

무작위로 뽑아본 주인공 인물표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위의 인물표에서 어딘가 어색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나요?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지요. 전제하기를 청춘의 사랑이야기라 했습니다. 주인공의 외모가 청초하고 아름다운 여자와 준수한 외모의 남자입니다. 이것이 왜 이상하냐고요? 네 당연히 이상합니다. 이것은 바로 하나마나한 인물표 이기 때문입니다. 청춘물의 사랑 이야기라면 대체로는 여자 주인공은 아름답고, 남자는 준수한 외모일 것입니다. 그것은 인물표에 따로 기입할 이유가 없다는 거지요.

이를테면 여자주인공이 아름답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눈동자가 비대칭(사시)이라던지, 그래서 시선이 늘 불안하다던지, 목덜미의 혹 때문에 드레스를 입지 못한다던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을 때, 그것은 인물표에 기입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지요. 남자주인공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요. 준수한 외모지만 낮은 키에 안짱 다리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던지, 낮은 키 때문에 늘 십 센티 이상의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있다던지, 늘 신고 다니는 십 센티 높이의 굽 높은 구두 때문에 뭔일이 생긴다던지, 그러할 경우에 인물표는 의미가 있어집니다.

신체적인 특징이 이야기 전개에 적극적인 원인제공이 되어야겠지요. 청춘의 사랑이야기에 청초한 외모와 준수한 외모는 너무 패턴화 되었기에, 그것만으로는 신선한 인물표가 될 수 없겠지요. 어떤 경우엔 인물표에 표시된 한 두개의 표시만으로도 읽는 사람은 호기심이 확 당길 수가 있겠지요. 이것이 바로 프로필의 가치성이라 말할 수 있겠지요.

프로필과 캐릭터를 동일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학교 학생들에게 캐릭터를 만들어오라면 흔히 프로필을 뽑아오는 경우를 흔히 만나게 됩니다. 프로필의 개념과 캐릭터의 개념은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필은 그 인물의 외형적인 조건입니다. 성별, 학벌, 출신지, 나이, 직업 등등이겠지요. 인물의 프로필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쩌면 창의적인 세계가 아니라 자료조사의 범주이지요. 문제는 캐릭터입니다. 셰익스피어의 금쪽같은 한 말씀을 옮겨볼게요. Character is destiny. 즉 성격이 운명이라는 말이지요. 세상의 숱한 이야기의 발생은 모두 이 한마디에 녹아 있습니다. 성격이 운명이다 라는 말을 좀 더 앗쌀하게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놈의 욱하는 성질 때문에’ 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모든 이야기와 사건은 그놈의 성질 때문에 발생합니다. 우리 주변을 가만히 살펴보세요. 그 숱한 사건과 사고와 갈등은 모두 욱하는 성질 때문에 일어나지요. 이것은 그 인물의 외형적 프로필과 직접연관이 없습니다. 그 인물만이 가진 고유의 것입니다. 이러한 기묘한 성질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창작자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캐릭터에도 이야기 속에 넣을만한 가치성이 있는 것과 의미 없는 것이 있습니다.

가령, 사십대의 백수 노총각이 있습니다. 그는 어느 날 로또에 당첨되었다는 설정입니다. 그 인물의 표현에 ‘그는 로또에 당첨되어 뛸 듯이 기뻤다’ 라고 했을 땐 어떨까요? 네, 이것역시 하나마나한 인물 표현입니다. 로또에 당첨되어 기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이야기 속에 의미 있는 인물로 등장 시킬려면 어떤 변형이 필요하겠지요. ‘그는 로또에 당첨되는 순간, 불안감으로 삼일 밤낮을 잠을 자지 못했다’ 로 되었을 때 그는 등장인물로서 가치가 있는 것 이겠지요. 인물은 보편적 현실에서 가져오지만, 그 보편적 감정선에 변형이 이루어질 때 이야기 속 인물로서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가치 있는 캐릭터에 대해서 좀 더 들어가 볼까요? 은경이라는 여대생이 있습니다. 은경은 예술대학 일학년입니다. 가녀린 몸매에 표정은 늘 수줍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아, 여기까지는 그녀의 대략적인 프로필입니다. 은경의 캐릭터를 들여다 보지요. 은경은 늘 자신을 표현하기를 ‘한 스텝 뒷발질’ 이라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사람 앞에서 부당한 일 당하면 그 자리에서 항의하지 못합니다. 그 상황 앞에서 ‘어어...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은 하지만 어떻게 표현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깨어나 저 혼자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스스로의 머리를 쥐어 뜯습니다. 자책의 새벽은 참혹합니다. 최근엔 학교 조교의 실수로 장학금까지 놓쳤습니다. 집안 형편상 장학금을 놓치면 다음 학기 등록이 힘든 상황입니다. 이런 우유부단함으로 남자친구와도 파경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참혹한 새벽은 아침으로 이어집니다. 등굣길을 나서는데 안개가 자욱합니다. 안개 낀 골목길에서 난데없이 진돗개가 뛰쳐 나와서 그녀의 다리를 물었습니다. 

진돗개는 맹견입니다. 은경은 병원에 실려 갑니다. 은경의 나날은 불행의 종합 선물셋트 입니다. 은경 부모는 개 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옥신각신하다가 개주인과 은경부모와 깁스한 은경은 경찰서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경찰서 주재기자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바라본 기자의 반응은 어떨까요? 대체로는 ‘흠 그런일이 있었군’ 정도 이겠지요. 은경에겐 최악의 상황이지만, 바라보는 객관자는 사소한 사고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상황을 처음으로 되돌려 놓고 전복을 시켜볼까요?

새벽부터 아침까지 참혹한 심정의 은경이 등굣길에 나섭니다. 안개 자욱한 오전입니다. 기묘함의 풍경입니다. 골목길 모서리를 돌아서는데 무엇인가가 은경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희끄무레한 안개 속에서 번득이는 눈빛입니다. 은경은 공포감이 몰려옵니다. 맹견 한 마리가 딱 버티고 서 있습니다. 은경은 뒷걸음 칠려다가 멈칫 합니다. ‘한 스텝 뒷발질’ 이라는 말이 떠 오릅니다. 어쩐지 도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도망쳐서도 안됩니다. 자신 앞에 다가온 불행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다리는 후덜거리지만 맹견을 향해 노려봅니다. 맹견역시도 은경에게 공포감을 느꼈나봅니다. 왜냐하면 은경은 새벽부터 지금까지 마음 속에서 독기가 올라있기 때문이겠지요. 맹견은 은경을 향해 달려듭니다. 은경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 전 생애의 질량을 실어서 이 상황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오기가 생깁니다. 안개 낀 아침 골목길에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독기 오른 가녀린 여대생은 생명을 걸고 맹견과 뒤엉켜 싸웠습니다. 결과는?

은경의 독기가 어찌나 강렬하였던지 진돗개는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독기 오른 은경은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진돗개의 울부짖음에 개 주인이 뛰쳐나왔습니다. 개주인은 진돗개를 일단 병원으로 옮기고, 은경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합니다. 은경은 버팁니다. 정당방위였다. 개주인과 은경은 경찰서로 갑니다. 그때 경찰서 주재기자가 이 상황을 보았습니다. ‘아니, 저렇게 가녀린 외모의 여학생이 맹견인 진돗개를 물었다고?’ 기자라면 당연히 이 상황을 기사로 옮길 것 입니다. 이 기사는 9시 티브 뉴스에 나올 사건입니다. 어쩌면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로 번져 나갈 사건이지요. 이야기의 속성이 그러하 듯, 캐릭터란 보편적 상황의 전복입니다. 또한 가치 있는 캐릭터의 속성은 가치 있는 이야기의 속성과 같은 맥락입니다. 하나마나한 소리, 누구나 짐작되는 이야기, 누구나 유추 가능한 인물은 창작자로서 치명적인 악덕이겠지요. 인물의 전복, 상황의 전복, 가치의 전복에서, 흥미로운 캐릭터는 탄생되겠지요. 그리고 그 출발은 인물의 고유한 성질에 있습니다.

흔히 보는 드라마들을 곰곰이 떠올려 보세요. 인간만사 갈등들은 대체로 그놈의 욱하는 성질 때문에 시작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욱하는 성질이 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들여다보면 상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들 마음 안쪽으로 그것을 숨겨두고 있을 뿐이지요. 누군가가 먼저 그 성질을 드러낼 때, 상대에게도 숨어있던 그 무엇이 튀어나오겠지요. 그것이 부딪힐 때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되고, 그것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까지 마구 달려 가겠지요. 그 예측불허로 달려가는 상황을 점입가경이라고 하지요. 네, 이제 성질과 성질이 부딪혀 점입가경으로 달려가는 지점에 대해서 들여다 보지요.  


김전한
1991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당선
2008.03~ 동아방송예술대학 영화예술과 겸임교수
2005년 영화 녹색의자 (각본)
2007년 영화 69년, 달의 궁전 (각본 및 연출)
2011년 영화 다슬이 (기획) 2007년 영화 69년, 달의 궁전 (각본 및 연출)
2011년 영화 다슬이 (기획)
김전한(시니리오 작가) kjh6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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