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통과, 세월호 1심 판결, 세월호 수색 중단 선언···11월 들어 세월호 참사가 남긴 과제가 황급히 매듭지어지는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이 대구를 방문했다. 14일 오후 7시 경북대학교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국민간담회’에는 세월호 유가족 최순자(50) 씨와 박은희(46) 씨가 참석했다.
피로로 굳어진 얼굴이었으나 이들을 응원하고 이들과 대화하기 위해 참여한 대구시민 100여 명에게는 따뜻한 미소를 보였다. 세월호 유가족에게는 기자로서 이름을 묻고 말을 건네기가 도무지 어려웠다. 옆에 우물쭈물하며 앉아 기회를 보기로 했다. 간담회가 진행되며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 나왔다. 생존자의 증언이 나오고, 사고 당시의 영상이 나오고, 흐느끼는 유가족의 모습이 나왔다. 옆을 보니 그 마르고 굳어진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보였다. 213일이 지났는데도 눈물은 그대로다. 청중 사이에서도 숨죽인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힘겹게 이름을 물었더니 최순자 씨는 ‘창현엄마 최순자’, 박은희 씨는 ‘유예은맘 박은희’라고 적어 주었다.
최순자: 내일 모래면 7개월인데, 너무 마음이 아파요. 진도 바다 속에는 아직 9명이나 있는데 수색을 그만한다고 하네요. 인양 얘기도 안 나오고. 진도에 남아있는 분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차라리 우리도 바다에 쳐 넣으라고 이야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어떻게 돈 얘기를 하면서 수색을 종료한다고 할 수 있는지···받아들이기가 힘들어요. 어떻게든 찾아야 하잖아요. 우리는 어떻게 해답을 찾아야할 지도 모르겠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그저 지켜보고만 있지만 제 바람은 끝까지 찾는 거예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진상조사가 시작될 텐데, 우리들이 원했던 특별법은 아니지만, 볼품없지만 그래도 그렇게밖에 안 된다고 하니까··· 법학자 230명이나 되는 분들도 특별법 안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넣어도(진상조사위 수사권, 기소권 부여) 아무 상관없다는데도 자기네들만의 권한이라고 해요.
우리는 참사 당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는 모습을 현장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언론에서는 최선을 다해 구조하는 것처럼 나오는데 현장은 달랐어요.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발표하는 것만 그대로 뉴스에 보냈어요. 이젠 믿을 수 있는 게 없어요. 수사내용도 믿을 수가 없고··· 만약 사고 당시 출동한 해경이 구조하러 온 수많은 잠수사들과 배를 막지 않고 구조에 총동원 돼서 최선을 다해 구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우리도 믿었을 거예요. 이제는 정부가 내놓는 모든 것들이 믿어지지 않아요. 생각 구조가 이상하게 돼 버렸어요.
이제 저희 부모들도 마음에 중병을 앓고 있어요. 가족들 간에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서 내부에서 조율하는 과정도 치열하고, 아픈 과정도 있어요. 이제 7개월째 달려가는데, 몸과 마음이 아프면서도 더욱 단단해지는 건 진실에 대한 의지예요. 희생자 부모들과 실종자 부모들이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됐어요.
박은희: 4월 16일, 저희 아이들을 보려 부모들이 진도를 내려가며 뉴스를 봤죠. 전시상황처럼 구조인력들이 있는 것 같아, 한 명도 빠뜨리지 않고 다 구할 수 있겠다고 안심했어요. 배 안에 있던 아이들도 스마트폰으로 보며 상황을 다 알고 있었거든요. 헬기 소리가 아이들을 안심시켰어요. 곧 구조될 거라고. 그런데 어부들이 하는 이야기가 오히려 헬기가 구조에 방해됐다고 하더라구요. 어선이 접근하는 데에 힘들었대요.
부모들이 진도에 도착하니 바다로 데려가지도 않고 산 중턱에 있는 진도체육관에 고립시켜놓더라구요. 팽목항에 못가도 부모들이 가보니 놀랐어요. 주차장에 구조차량 두 대밖에 없었고, 해경과 국정원 직원들만 가득했어요. 배가 침몰한 건 사고일 수 있어요. 그런데 100분이나 되는 시간 동안 구조를 안 했다는 건 엄연한 참사입니다. 수장 시킨 거예요.
태어나서 한 번도 안 해본 일들을 하고 있어요. 집회도 하고 구호도, 단식도, 도보순례도 해봤어요.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200일 넘는 시간을 지냈는데 특별법이 이렇게 제정되는 걸 보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국민들에게 제일 죄송했어요. 더 버티고 싸우지 못해서···정말 죄송합니다.
세월호 법은 시작 됐습니다. 저희들도 다시 정비를 하고 있어요. 새로운 국면입니다. 씨앗을 심을 때는 땅 속에서 안 보이지만 결국 뚫고 나오잖아요. 우리도 씨앗을 심고 있어요. 다른 일도 아니고 자식의 일인데, 끝을 봐야겠어요.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참사들에 대한 대안이 나와야 해요. 이제까지 우리는 먹고살기에 바빴지만 이제는 안전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왔다고 봐요. 이번에 뭔가 바뀌어야 해요. 안전문제에 대해 철저한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부모들이 정말 물에 빠져서 한 명씩 죽는 한이 있다고 해도 끝장을 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