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대 총장 성희롱 사건이 불거진 지 4개월이 지났다. 학교 측은 사과문을 게시했고, 특별위원회를 꾸려 학생들과 대책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여전히 총장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4개월 전과 지금이 무엇이 달라졌냐며 1인 시위도 하고 있다.
안영빈 대구교대 총학생회 정책국장은 “총장 성희롱 문제든 낙태 문제든 결국 당사자인 여성의 목소리가 배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 그리고 고민해 볼 수 되었으면 좋겠다”며 <자, 이제 댄스타임> 상영회를 시작했다.
4일 오후 대구교대 총학생회와 행동하는의사회 대구지부는 대구교대 제1강의동에서 낙태 경험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자, 이제 댄스타임> 상영회를 열었다.
조세영 감독은 “그동안 낙태를 금지하는 것이 여성의 몸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해왔다”며 “낙태한 이들의 이야기가 수면위로 올라왔을 때 그들의 몸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 몸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 춤을 통해 몸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주인공들은 자신이 왜 낙태를 했는지, 왜 낙태를 숨기려고 했는지를 이야기했다. 모자이크 뒤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던 이들은 어느새 모자이크를 벗어던진 채 이야기를 한다. 왠지 모를 불안함과 미안함, 그리고 홀가분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조세영 감독은 “낙태는 있는데 낙태한 사람들은 없다. 그것을 잘 드러내고 싶었다”며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고 있다. 혹은 스스로 보이지 않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사자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야지만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자이크가 벗겨지는 순간, 우리가 그동안 낙태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돌이켜보게 해준다. 이들이 세상에 드러나도 괜찮을까하는 불안함, 그동안은 애써 외면하려했던 미안함, 그리고 이제 세상에 나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홀가분함.
이날 상영회에 참석한 한 영화 출연자는 “영화를 보고 나온 지인들이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 많이 외롭고 아팠다. 말을 안 해도 짜증나고, 말을 해도 짜증난다. 아무 말도 없는 것이... 마치 다시 뿌옇게 모자이크 뒤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낙태 당사자와 마찬가지로 성폭력 피해 당사자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느끼는 불안함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성폭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성폭력 피해자를 모자이크 뒤로 숨게 만들었다. 대책위를 통해 겨우 세상으로 드러난 이들에게 ‘직접 만나 대화로 풀어보겠다’,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사건을 이용한다’등의 이야기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
영화 출연자는 “교대에서도 총장 성추행 사건 이후에 몇몇이 아는 분들이 피해 당사자분들을 어떻게 대해 할지 난감해하시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공감해줘도 기분 나쁘고, 공감 안 해줘도 기분 나쁘다고. 복합적인 것 같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면, 그 고민을 담아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출연자의 이야기처럼 이래도 저래도 당사자들은 아프다. 그들에게는 다시 모자이크 뒤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댄스타임’이 필요하다. 불안하고, 미안하고, 홀가분했던 감정을 나누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는 “대구교대는 제가 다녔던 학교이고, 끊임없이 교수들의 성추행 사건이 나타나던 곳이다. 영화를 통해서 이런 촉촉한 감수성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모자이크가 벗겨지는 순간이 대수롭지 않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