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현대차, 기아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와 관련해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음에도 고용노동부 시정조치가 없자,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가 고용노동부에 "불법파견 노동자 직접고용 명령"과 "불법파견 사업주 기소"를 촉구했다.

16일 오전 민주노총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 기아차 불법파견 판결에 대해 노동부는 현대차 기업의 눈치를 살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 편들기 해석을 중단하고 제조업에 만연한 사내하청 사용금지 행정지침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노동부는 이번 불법파견 판결에 대해서 '최종판결이 아니기에 8.18 현대차 사내하도급 노사합의 정신에 따라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판결의 의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판결을 외면한 채 10월 말에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고령자 파견업종 확대 등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길우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장은 "건설현장에 만연한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가 다른 사업장으로 퍼져나갔다고 생각한다. 건설현장에서의 불법하도급은 이미 60년 동안 만연해 온 문제다. 불법하도급 문제를 제기하면 노동부는 60년 관행이니 그런 것 아니냐는 소리를 한다"며 "노동부가 오히려 사업장을 대변하고 있으니 관행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해경을 해체하듯이 제 역할을 못 하는 노동부를 해체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민주노총은 황보국 대구지방노동청장에게 ▲불법파견 노동자 직접고용 명령 ▲불법파견 사업주 기소 ▲사내하청 사용금지 지침 제정 등의 내용이 담긴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대구지방노동청 직원들이 청장실 가는 길을 막아서자 충돌이 빚어졌다.

대구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청장님이 안 계시니 근로개선지도1과장님께 항의서한을 전달하라고 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 18일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900여 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대해 모두 현대차와 직접고용 관계가 있는 정규직으로 판결했다. 이어 9월 25일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500여 명이 제기한 소송 역시 모두 정규직으로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19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자에 대하여 사업을 폐쇄하기 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또한, 동법 6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규정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등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하며, 이를 어길시 동법 43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