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재판을 통해 27년 만에 법정에 소환된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배심원들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박인근 형제복지원 전 원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2년 6개월이 선고됐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저지른 인권침해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국가의 주도로 형제복지원으로 강제 수용됐고 국가의 묵인 아래 형제복지원 내에서는 불법 감금과 강요, 협박, 폭행, 강간, 상해, 사망 등의 범죄가 이뤄졌다.
사법부는 지난 1987년 당시 이미 형제복지원 사건을 법정에 세운 바 있다. 당시 재판을 여러 번 거치며 박인근 전 원장은 형이 감형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사법연수원 44기 인권법학회 (팀명: 44Law利)가 지난 9월 29일 오후 2시 건국대학교 법학관 모의법정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모의재판>을 진행했다.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와 형제복지원사건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모임이 공동으로 주최하며, 재단법인 동천이 후원하여 진행한 이번 모의재판은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관계자를 비롯한 참관인들로 120여 관람석이 가득 찼으며 일부 참관인은 재판과정 내내 서서 참관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먼저 형제복지원 사건 관련영상을 관람하는 것을 시작한 모의재판은 국민법정 준비과정 경과보고 후 실제 재판과정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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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복지원 사건 모의재판이 진행됐다. [사진=재단법인 동천 제공] | | |
검찰 측에서 두 피고인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형제복지원 원장 피고인 박인권(실제 피고인 박인근의 가명)의 살인, 사체은닉, 폭력, 미성년자약취유인와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씨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한 공소사실 진술과 변호인 측의 변론으로 진행되었고, 이후 검찰과 변호인 측 증인이 차례로 등장해 증언을 이어갔다.
증인 중에는 실제 형제복지원에 수용되었던 피해자 2명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들은 모의재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겪었던 피해사실과 목격담을 이야기하던 중 감정에 복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피고인 신문 중에는 “부랑자에게 무슨 인권이 있냐”는 피고인의 진술에 참관하던 피해자 중 한 명이 “부랑인도 인권이 있다!”고 외치며 흥분해 재판정 밖으로 뛰쳐나가는 일도 있었다.
재판과정을 지켜본 11명의 배심원은 공소사실에 대해 대부분 만장일치, 그리고 일부는 절대적 다수가 유죄로 최종 평결서를 제출했고, 재판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사회적 약자인 국민을 부랑인으로 낙인찍고 인권을 유린했다. 그리고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형제복지원은 오늘도 계속되는 악몽이다.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망각과의 싸움에 이 재판이 일말의 이바지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 박인권에 대해서는 무기징역, 피고인 전두환에 대해서는 22년 6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이번 모의재판을 준비한 사법연수원 인권법학회 44기 권재호 연수생은 “우리의 무관심이 과거 형제복지원과 같은 인권유린 사건을 만들어 냈고 앞으로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최종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