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
32조 제
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 그렇다면 사용자의 근로기준법 위반을 감독하고 노동자의 진정을 해결하는 근로감독관, 그들의 노동환경은 어떨까.
고용노동청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대구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지도·감독해야 하는 사업장은 49,287곳, 노동자는 440,260명이다. 월평균 7,00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된다.
그에 비해 2013년 말 기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은 33명으로, 그중 실무인력은 30명이다. 사업장 1,643곳, 13,342명의 노동자가 근로감독관 1명이 담당하고 있다. 하루 평균 7건의 신고사건을 처리한다.
“하루는 종일 민원조사하고, 하루는 종일 사업장 지도점검을 나갔다. 그 일이 끝나면 업무 보고, 수사 보고서 작성, 사업장 시정명령서 작성 등 할 일이 많다.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은 말이 안 된다”
얼마 전까지 대구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으로 일했던 A 씨의 이야기다.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은 일상이었다.
A 씨는 “보통 하루에 5건 정도 조사하는 게 적당하다. 사업장 지도점검도 나가야 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하루에 조사를 많이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장 지도점검은 2인 1조로 진행되기 때문에 근로감독관 1명이 맡는 사업장 수는 그 2배”라고 말했다.
A 씨 말처럼 하루 8시간 노동은 불가능했다. 다른 시·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전국 평균 근로감독관 1명당 담당하는 사업장 수는 1,707개, 노동자 수는 15,240명이다.
근로감독관, 말 못 할 스트레스도 많아...
“노동청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이미 마음을 다치신 분들이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다. 우리도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심적인 스트레스가 크다”
A 씨는 신고사건을 조사하다 생긴 한 일화를 들려줬다. 사건 조사를 하기 위해 신고당사자와 사업주를 함께 노동청으로 불렀다. 사업주가 1~2분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신고자는 조금 늦게 도착했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고자에게 만약 사업주가 진정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중이었다. 그랬더니 신고자가 대뜸 화를 내며 ‘사업주한테 돈 받아먹은 것 아니냐’며 화를 내며 돌아갔다는 것.
A 씨는 이런 일이 자주 있는 일상이라고 했다. A 씨는 “다들 노동청이 노동자들 편을 들어 줄 거라는 기대심리를 갖고 찾아온다.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 욕을 많이 먹는다”며 “특히 최저임금 위반 같은 문제는 사업주가 미지급액을 지급 안 하고, 벌금 내고 처벌받겠다고 하면 우리로서도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전고용노동청의 한 근로감독관이 업무 도중 돌연사하는 일이 있었다. A 씨는 “업무도 많고, 사람을 대하는 스트레스도 많다 보니... 여자 감독관의 경우에는 유산되는 경우도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들의 노동환경 뿐만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라도 근로감독관 인원 확충은 절실하다. 이 때문에 노동청직장협의회도 지속해서 근로감독관 인원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근로감독관을 늘리지 않는다면,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근로감독 권한을 주는 명예근로감독관 제도 도입 요구도 나오고 있다.
A씨는 “교통경찰이 지나가는 무단횡단 하는 사람을 일일이 다 안 잡는 거랑 똑같다. 근로기준법 위반하는 게 뻔히 보여도 손도 못 대는 경우가 많다”며 “할 일은 많고 사람은 없으니 힘든 것이 당연하다. 감독관이 더 충원되지 않는 이상 근로감독관의 처지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