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선린병원이 경영진의 비리 사실을 폭로한 직원을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비방행위로 병원에 해악을 끼쳤다”며 정리해고해 논란이 예상된다.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선린병원 전 이사장은 이사회 의결 없이 3억여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등 여러 비리의혹으로 이사장 자리에서 사퇴했지만, 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선린병원은 지난 9월 12일 직원 12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정리해고 통보 사유는 ‘경영상의 이유’였다. 하지만 해고 사유는 따로 있었다. 병원은 해고 통보 후 5일이 지난 17일 사내 게시판에 “정리해고된 인력은 약 700명 중 12명”이라며 “이들은 대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비방행위로 병원의 진료업무 및 환자들의 입원 환경에 극심한 해악을 끼친 직원들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최소한 인원에 대하여 불가피하게 정리해고를 단행하였습니다”라고 해고 사유를 밝혔다.
회사 스스로 해고 사유를 ‘경영상의 위기’가 아님을 인정한 것이다. 또, 병원 측은 최근 건물 신축을 진행하는 등 ‘경영위기’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해고자의 구성을 살펴보면 이는 더 분명해진다. 해고된 직원 12명 가운데 11명은 노일용 분회장을 포함한 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선린병원분회) 조합원이었다. 이들은 전 이사장에 대한 비리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온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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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9월 12일 경영상의 위기를 이유로 12명의 노동자를 해고했지만, 17일 사내게시판에서는 병원에 해악을 끼쳐 해고했다는 글을 남겼다. [자료=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선린병원분회 제공] | | |
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 이사장은 취임 후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경영본부장이라는 직책을 만들어 월 2,3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년 3억 원에 달한다. 노조는 또, 전 이사장이 친인척을 경리팀장에 임명하고 법인 카드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병원건물 신축 부지 매입과 종합검진센터 리모델링 공사 계약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이 문제를 지적한 탓인지 전 이사장은 이사장에 물러났고, 지난 8월 5일 선린대학 전일평 총장이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전 이사직에서까지 물러난 것은 아니었다.
선린병원노조와 민주노총 포항지부,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로 구성된 ‘비리척결 선린병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선린병원공대위)’는 9월 25일 오전 병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리경영 척결과 선린병원 정상화”를 촉구했다.
선린병원공대위는 “비영리법인의 명예직인 재단 이사장이 월 2,300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불법적으로 수령하고도 아직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며 “즉각적인 구속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임 전일평 이사장과 이성희 상임이사는 현재 비리 경영 척결과 병원 정상화를 외치는 노조 간부를 정리해고했다. 이성희 상임이사는 원내 전산 게시판에 노조 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하고 게시판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면서 “급박한 경영상의 이유라며 해고 통보했지만, 이후 병원에 크나큰 해악을 끼쳤기에 해고통보하는 등 병원에는 법도 없고 상식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전 이사장과 관련된 비리 사실을 공개하고, 전일평 이사장은 병원 정상화를 위해 노사 공대위를 구성해야 한다. 또, 불법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체불된 임금을 즉시 지급해야 한다”며 “노조는 병원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선린병원공대위는 전 이사장의 비리 문제와 병원정상화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아 전일평 이사장 측에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노조는 지난 22일 병원측의 부당노동행위, 체불임금, 단체협약 위반을 노동청에 진정한 상태다.
한편, <뉴스민>은 선린병원공대위의 요구에 대한 전일평 이사장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