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가 경상북도청이 동일 명칭의 단체 설립을 허가했다며 과격하게 항의했다. 설립 허가된 명칭은 다르지만 약칭이 같다는 것. 경상북도청은 법적인 문제가 없어 방법이 없다고 했지만 해당 단체는 전국에서 모여 경상북도청 정문을 파손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뉴스민>의 취재결과 유사 명칭의 단체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 해당 장애인단체에서 퇴출됐던 인물로 밝혀져, 장애인단체의 항의에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상북도청은 ‘경상북도지체장애인협회’의 설립을 허가했다. 문제는 ‘경상북도지체장애인협회’가 기존 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 산하 경상북도협회와 명칭이 유사하다는 것. 지장협은 경상북도협회의 약칭으로 ‘경상북도지체장애인협회’를 사용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23일 오후 1시, 경상북도청 정문 앞에서 경북지체장애인협회 사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회원 8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개최하고 경상북도에 “동일 명칭 단체 허가 철회, 김관용 도지사 사퇴”를 요구했다. 비대위에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 산하 17개 시·도협회가 소속돼 있다.
이날 집회중 비대위는 경상북도청 정문 한 짝과 정문 왼쪽의 도청안내실 유리창을 파손했다. 또한, 정문 앞 삼거리를 막고 김관용 도지사 모형에 휘발유를 뿌린 뒤 방화했고, 지장협 산하 17개 시·도협회장이 삭발하는 등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같이 과격한 반응을 약칭이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보이기에는 어려워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상북도청 관계자는 “하나는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산하 경상북도협회고 하나는 경상북도지체장애인협회다. 통상적으로 부르는 명칭이 같다는데 법적으로 문제없다”며 “그 문제보다는 도 차원의 지원금이 줄어들까 봐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김상대 경상북도지체장애인협회장은 “유사명칭이라고 항의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지장협 중앙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려고 하는 것”이라며 “중앙회가 작년 지회장 재선임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를 배치해 항의하다가 직무정지를 당한 사람도 있다. 나도 지장협 영덕지회장을 했었다. 이 일로 지장협을 나와 경상북도지체장애인협회를 꾸렸다. 여기엔 기존 지장협에 소속됐다가 이탈한 사람들이 다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대 협회장에 따르면 지장협은 각 시․도협회장에게 소속 지회의 지회장 임명권이 있으며, 이를 지장협 중앙회장이 승인하는 구조다.
한편, 2월 16일 <경북장애인뉴스>는 장재권 전 지장협 경상북도협회장이 2월 10일 지장협으로부터 직무정지명령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장재권 전 지장협 경상북도협회장이 직무정지명령을 받은 10일 취임한 김영식 지장협 현 경상북도협회장은 “장재권 전 협회장이 지금 (경상북도지체장애인협회를) 뒤에서 조정하고 있다. 내년 초에 협회장으로 취임할 것”이라며 “(집회 목적은) 도의 지원금이나 보조금과는 아무 상관없다. 우리 정통성과 정체성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비대위는 23일 집회에 이어 24일에도 천막농성을 하며 “동일명칭 단체 설립 허가 취소”를 요구하며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 28년간 대외적으로 ‘경상북도지체장애인협회’로 활동했는데 (경상북도가) 특정인과의 관계를 우선하여 우리 협회와 동일한 명칭의 또 다른 단체 설립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
| '도지사', '보건복지국장'이라 적힌 인형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 | |
손영호 지장협 서울협회 협회장은 “이전에 경북협회에 있을 당시 김관용 도지사 선거 캠프에서 일했었다. 그때 이런 몰상식한 행정에 함께하려고 한 게 아니”라며 “동일명칭 사용 단체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도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도지사의 정치활동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오후 2시 30분 경, 비대위 관계자 4명은 경상북도청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참석했던 경상북도청 관계자는 "면담 당시 (비대위 관계자들이) '법적 하자 없더라도 내부적으로 써오던 명칭을 써서는 안 된다'며 명칭 변경하라고 했지만 그건 해당 장애인단체에서 변경할 문제지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23일 집회장에는 경찰 700여 명이 배치됐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불을 지르고 도청 기물을 파손한 것은) 불법이다. 사법처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