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건립을 위해 권영진 대구시장이 직접 일본을 찾는 등 일명 ‘이우환 미술관(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을 두고 갑론을박이 많다. 이우환 미술관 건립은 잘못됐다(뉴스민, 2014. 9. 13, ”이우환미술관, 기업에 운영권 넘겨주게 될것...원점 재검토해야”)는 지적과 더불어 대구시의 대처에 대한 문제 (매일신문, 2014. 9. 18, [기자노트] 이우환 관련 미술관 논란, 대구시가 키웠다)를 지적하거나, 대구시의 문화정책이 문제(영남일보, 2014. 9. 22, ‘이우환미술관’ 건립 논란이 남긴 교훈)로 접근하기도 한다.
이우환 미술관의 3가지 의문
이우환 미술관 논란을 접한 기자는 세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 번째 의문은 ‘이우환이 누구인가’였다. 세계적인 작가라고 칭송하는 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도 한데, 기자에게 이우환은 집안의 ‘근심걱정(憂患우환)’ 정도로만 인식됐다. 미술을 전공한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모르는 이가 반은 넘었다.
두 번째 의문은 대구시립미술관을 운영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대구시가 또 하나의 미술관을 건립하는 까닭이었다. 알려지다시피 부산시와 대구시는 이우환 미술관 건립을 두고 경쟁했다. 대구시는 당초 2014년 6월을 개관으로 일정을 잡았지만, 지지부진하다. 반면, 부산시는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부산·대구, 이우환 미술관 건립 경쟁 ‘희비’, 세계일보, 2014. 8. 12) 부산과 경쟁에서 졌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부산시는 당초 부산시립미술관 내 갤러리를 추가하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했고, 대구시는 새로운 미술관을 짓는다고 구상한 것이다. 왜 새로운 미술관은 하나 더 지으려고 했을까.
세 번째 의문은 이우환 미술관 추진 과정과 관련한 문서가 하나도 공개되지 않은 점이다. 이 때문인지, 이달 12일 이우환 화백이 대구시를 찾았을 때 작품 구비에 대한 대구시와 이 화백의 말이 엇갈렸다. (이우환 “작품 하나에 50~60억...기증 안 되고 화랑 통해 구입”, 뉴스민, 2014. 9. 12)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 화백의 바뀌는 말에만 쫓아갈 뿐, 명문화된 문서 하나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이우환 화백이 주고받은 서한...내용은?
이러한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뉴스민>은 대구시에 ‘이우환미술관 건립추진계획서’, ‘김범일 시장-이우환 화백이 주고받은 서한’등에 대해 정보공개청구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대구시가 공개한 자료를 사진 파일로 함께 공개한다)
2009년 8월 18일 대구시장실에서 김범일 전 시장과 이우환 화백의 회동이 미술관의 시발점이었다. 건평 6,600m2 규모로 건립 협의를 하고, 대상부지로 두류공원 인근을 검토한다. 이후 2009년 9월 29일 김 전 시장이 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시의 공식적인 견해를 담은 서한을 이 화백에게 보냈다.
이 서신에서 김 전 시장은 “우리 대구는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개최로 인해 지역에 여러 실험미술이 등장하였고, 이를 계기로 전국에 한국 전위미술의 흐름을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한 현대미술의 발상지로 자부하고 있습니다”며 “역사적 의미와 시민의 열의를 바탕으로 세계적 작가이신 선생님의 전문화된 미술관을 대구에 유치하여 다시 한 번 지역문화의 역량과 대구라는 도시브랜드의 가치를 평가받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라고 미술관 건립과 관련한 구애를 보낸다.
또, “부디 선생님께서 대구에 대한 애정의 마음을 열어 대구에 선생님의 미술관이 건립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 우리 대구는 더 이상의 영광이 없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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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를 누르면 더 큰 사이즈로 볼 수 있습니다. [대구시 제공] |  | |
그리고 2009년 10월 12일 이우환 화백이 자필 답신을 보내왔다. 이 서신을 보면 이 화백은 미술관 설립을 위해 몇 가지 여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화백은 “우선 시의 굳은 입장으로 여론형성에 차질이 없어야 합니다”, “미술관은 특히 건물이 돋보여야 하고 작가를 상징하여야 함으로 작가의 세계가 온전히 보증되어야 합니다. 작가의 입장을 살리는 입장에서 원하는 건축가와의 신뢰와 협의하에 미술관이 지어져야 한다는 뜻”, “무엇보다 부지와 건축물을 위한 예산책정이 분명하여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작품구매와 관련해서 이 화백은 “본인의 작품은 회화는 상당부분을 기증할 수 있으나 조각의 경우 태판은 재료비와 제작비가 필요하게 됩니다. 초기 회화 작품 중에는 국내외 시장에서 찾고 구입해야 할 부분도 있읍니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작품은 상당부분 기증할 수 있다던 이 화백이 2014년 9월 시청을 방문했을 때, “작품 기증은 안 된다. 구입해야 한다. 어쩌면 나는 기증할 수도 있다”고 얼버무렸다.
그리고 2009년 11월 김 전 시장이 2차 서한문을 발송한다. 주요한 내용은 작가 요구에 따른 부지 및 예산 검토자료였다. 안타깝게도 ‘2차 서한문’은 대구시가 가지고 있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우환 미술관 건립 추진을 담당하는 대구시 관계자는 “2차 서한문만 찾을 수가 없다. 보관 과정에서 빠졌거나, 서한문을 복사하지 않고 발송만 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2010년 1월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이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이 화백과 미술관 예정부지 등과 관련해 면담을 진행한다. 이후 김 전 시장이 다시 서한문을 보냈다고 했으나, 이 원문도 대구시에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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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를 누르면 더 큰 사이즈로 볼 수 있습니다. [대구시 제공]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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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를 누르면 더 큰 사이즈로 볼 수 있습니다. [대구시 제공] |  | |
미술관 건립 양해각서 체결 전인 2010년 10월 16일 이우환 화백은 ‘만남의 미술관(안)’이라는 서한을 한 통 더 보내왔다. 이 서신에는 이달 대구시를 방문했을때도 모두 밝히길 꺼리던 국외 작가들의 명단이 나와 있다. 국내작가도 백남준 작가를 포함한 11명이 적혀 있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은 2~3인 정도로 교체 진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화백은 “대구에서 이우환 개인 미술관은 별 의미가 없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이우환 개인의 사정이나 정신적 부담은 물론, 대구에서 그 단독성의 존재이유를 세우는데는 무리가 따른다”면서 “그의 친구들을 끌어들이는 방향이 현실적이고 풍요롭고 세계적이다. 이우환을 이용하여 더 큰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주목받을 수 있고, 이것은 이우환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작품구입과 관련해서는 “이우환의 이름과 미술관 이름으로 도움을 청하면 특별가격으로 작품구입이나 진열이 가능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달 대구를 찾았을 때 이 화백은 “화랑을 통해서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외작가 10여 명에 국내작가 10여 명까지 더하면 작품구매비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화백의 서신 이후 대구시는 2010년 11월 2일 ‘대구시립 이우환미술관’ 건립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이 양해각서 문서와 별도로 건립 일정 구상안과 이 화백이 작성한 제안서가 포함됐다.
2011년 4월 27일 대구시의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조성 기본계획’에 따르면 그해 11월 설계 용역을 마치고 구입대상 작품조사를 실시한다고 나와 있다. 작품목록과 투자비에 비례한 작품 기증 확인 후 대 시민 공개를 하겠다고 나와 있지만, 지금까지도 그 내용은 없다. 이 시점까지 대구시는 미술관 건축비로 국비·시비 포함 200억원 정도라고 예측했다. 이 건축비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더 늘어나 현재는 297억으로 책정됐다. 작품구입비는 100억 원 규모로 책정했지만, 이 예산으로 이 화백이 원하는 수준의 작품을 구매해 미술관을 운영하기란 불가능하다.
2010년 일본 나오시마에 개관한 ‘이우환 미술관’의 건립 예산을 살펴보면 예산 추정이 가능하다. 순전히 이우환 화백 작품만 구입한다는 가정에서다. 이 예산 문서(http://www.fukutake.or.jp/naoshimaart/pdf/h21_keikaku.pdf)를 보면 건립비가 200만엔, 투자 활동 비용으로 28,700만엔으로 총 28,900억엔을 지출 내역으로 밝히고 있다. 한국 돈으로 약 29억 정도다. 나오시마 미술관에는 이우환 화백의 작품 15점을 전시하고 있다. 구입 비용으로 쓰인 28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은 이 화백이 기탁했다고 한다. 대구에 건립하려는 '이우환 미술관'에 국내외 작가 20여 명의 작품을 함께 구입 하려면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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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오시마 후쿠타케 미술 재단의 '이우환미술관' 프로젝트 비용 관련 문서 | | |
그야말로 이우환 미술관은 대구의 ‘우환’덩어리가 됐다. 대구시는 시민들에게 '대구시의 랜드마크를 만들자'라는 이유를 제외하면 미술관 추진 이유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왜 이우환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추진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됐는지 공개하지도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우환 화백으로부터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이우환 화백에 대구시가 농락당했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