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대학에 설치된 ‘성폭력 상담소’에 상담·신고 활용 빈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총장 성희롱 사건 이후 대구교대 내에서는 성폭력 상담기구 설치 요구가 있지만, 성폭력과 관련한 사회적 분위기 확산 없이, 상담기구 설치만으로 성폭력 문제 해결과 피해자 치유 지원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성민 대구교대총장성희롱·성폭력사태대책위 위원장(대구교대 총학생회장)은 "본관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성폭력 사건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 전문 상담사가 있고, 전문성을 가진 성폭력 대책 기구여야 학생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문 성폭력 전담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뉴스민>은 대구지역 5개 대학(경북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영남대)의 성폭력 상담소 운영 현황을 살펴봤다.
2001년 계명대 ‘성희롱 예방 상담실’, 영남대 ‘양성평등센터’가 설치됐다. 경북대(성폭력 상담소)와 대구가톨릭대(성희롱·성폭력 상담실)을 2006년 설치했다. 대구대는 1996년 설치된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성폭력 상담을 같이 진행하고 있지만, 독립적인 기구는 없다.
경북대는 2012년, 2013년 1건씩 상담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대구가톨릭대도 년 평균 1건 정도 신고가 들어온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명대 성희롱 예방 상담실과 대구대 학생생활상담센터에는 개소 이래 단 1건의 성폭력 상담·신고가 없다고 밝혔다.
영남대 양성평등센터는 상담 및 신고 건수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사건 신고뿐만 아니라, 상담도 종종 들어온다”고 밝혔다.
이들 대학은 전문 상담 인력을 배치해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를 운영하고 있지만, 신고·상담 자체가 거의 없어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전담기구는 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이 설치한 성폭력 상담 전담기구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알고 있더라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계명대 학생 A씨는 “(성폭력 예방 상담실에 대해) 처음 들었다. 안내 책자 같은 것도 받아 본 기억이 없다”며 “만약, 일이 벌어지더라도 학교 상담소에는 안 갈 것 같다. 전문상담사라고 해도 성폭행 사실을 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고,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될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경북대 학생 B씨도 “학교에 성폭력 상담소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성폭력을 당한다면 다른 여성단체에게 문의할 것 같다. 학내 상담소의 전문성이 못 미덥기도 하고, 왠지 사건 처리가 제대로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송경인 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대구여성의전화로 상담이 들어오는 이들 중 40~45%가 20대인 것을 보면, 대학생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며 “학생들이 학내 상담소에 신고했을 때 노출의 위험, 신고했을 때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 때문에 상담소에 신고를 잘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 상담소가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는 성폭력 사건을 신고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또, 대학 내에 인권·젠더·섹슈얼리티 등을 필수과목으로 두고, 교육을 통해 전반적인 성(姓)에 대한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교대총장성희롱·폭언사건대책위원회는 총장 성추행 사건으로 본부 측에 ▲학내 모든 구성원에 대한 성평등인권교육 실시 ▲성평등인권 교과목 설치 ▲성희롱·성폭력문제 해결을 위한 학내 전문기구 설치와 전문가 배치 ▲피해자에 대한 공개사과 ▲대구교대 총장 사퇴를 요구했다.